<계란 한 판>
고영민
대낮, 골방에 쳐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 …(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 …(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혀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코스개관: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양폭-귀면암-비선대-와선대-설악동 (바람불어 좋은날, 둘)
5.15 설악 경방이 풀리는 날이었다.
각자 노는물이 달라 날짜를 어렵게 맞췄다.
당나귀 회장님은 5.17~18 희운각에서 1박 하며 설악을 다녀오셨는데 그때 눈이 내려 미끄럽고 피던 털진달래가 냉해를 입었다고.
빵, 떡을 샀고 아침에 먹을 유부초밥도 싸고 커피, 물도 얼렸다.
전철 첫차를 타고 강변역에서 6:30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전에는 용대리에서 한참 섰는데 오늘은 그 전에 서더니 용대리는 그냥 패스. 여기서 김밥 사면 밥 굶을뻔.
차가 시간이 촉박한지 달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계령에서 많이 내렸고 9시 오색에는 몇명만 내렸다.
밥 먹고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다 출발.
그래도 우리가 추월할거라는 산양.
우리 출발 직전 오색에서 남자 2명이 올라오는데 색 하나 맨 가벼운 차림이다.
그러다니 산행을 시작한다. 올라가다 사람들에게 길을 묻더니 산양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걸음은 잘 걷는데 준비가 부족한것 같다. 젊어서 설악을 왔고 최근에는 한라산도 다녀왔다는데 먹을것 마실것도 거의 없는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앞에 가는데 웬지 미덥지가 않다.
아무튼 이 팀은 물도 부족하니 설악폭포에서 물 뜬다고 해서 여기서 헤어졌다. 쫓아올까봐 부지런히 올라가며 몇명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처음 쉬며 빵 간식으로 먹고 출발.
겨울 산행보다는 덜 쉬며 올라가는데 나는 자신이 없어 한계령으로 하산하자고 하니 교통편이 나쁘다고 설악동으로 가잔다. 천천히 가면 된다고. 헌데 말로만 천천히지 전혀 천천히 갈 수 없다.
쉼터에서 쉬는데 겁없는 다람쥐가 먹을걸 달란다. 뭐 좀 주라는데 주지 말라는데 뭘 줘 하고 아무것도 안줬다.
정상 올라가며 이 철에는 꽃이 별로 안 보인다. 털진달래도 피다말고 지는것 같고 철쭉이 간간히 화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날씨는 그늘이나 바람 불면 덥지 않아 산행은 생각보다는 덜 힘들다.
드디어 정상. 춥지 않으니 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인증샷 하고 출발하는데 산양은 사진 찍느라고 지체.
원래 중청에서 쉬며 간식을 먹어야 하는데 중청은 공사중이라 쉴 곳이 없다. 할 수 없이 통과.
조감도를 보니 중청을 없애는것 같진 않고 새로 짓는것 같다.
중청 지나 그늘을 찾아봤으나 없다. 소청에 가도 그늘도 없고 앉을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희운각으로 내려서는데 눈이 있을땐 눈 때문에 무섭고 지금은 너덜성 계단으로 힘들다. 아무튼 의자를 찾았으나 안 나타나 그늘 앉을만한 곳을 겨우 만나 여기서 쉬며 간식먹고 충전하기.
희운각에는 의자가 있지만 여기도 쉴만하지가 않고 취사장은 있지만 물 뜰곳도 안 보인다. 화장실만 들렸다 부지런히 내려와 계곡 옆에 앉아 맥주로 갈증 달래기.
천불동쪽 데크 공사는 완료가 되었고 이쪽에 오니 사람들이 많아졌고 올라오는 사람도 간간히 만날 수 있다.
나름 최선을 다해 부지런리 내려왔고 귀면암에 겨우 올라서 쉴 줄 알았는데 산양이 내려가버려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쉬어야지 어디가?
대충 바위 위 그늘에 앉아 간식과 얼음물 먹고 몇명 추월하고 드디어 비선대. 무사히 비선대에 와 감개무량했다.
비선대에서 와선대 지나 설악동 내려오는 길도 아주 길지만 그나마 평지라 무릎에는 부담이 적다.
미친듯이 걸어 내려와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버스타고 속초로 나오기.
겨울 산행보다 기록을 단축했나 싶었는데 세상에나 시간이 똑같이 걸렸다. 헐~
겨울에 갔던 해장국집에서 저녁 시켜놓고 버스표 예매 하는데 7시표가 매진이다.
7:30 표 예매하고 막걸리 한잔에 밥 천천히 먹고 발도 닦고 양말도 갈아신고 터미널에서 버스타기.
이 버스도 만석이었고 7시 차는 양양에 들렸는데 이 버스는 강남터미널 직행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쉬고 터미널 도착해 계단 내려오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다. 힘이 들긴 들었나보다.
기록 단축을 감히 마음 먹다니. 나이 먹어도 속도가 그대로인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싶다.
'2024년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요산에서의 산려소요 (6/16) (2) | 2024.06.16 |
---|---|
청계산 거꾸로 가기 (국사봉~과천매봉, 6/9) (1) | 2024.06.09 |
1일 3산 하기 (구담-옥순, 제비봉, 6/2) (2) | 2024.06.07 |
관악산 자운암 능선으로 하산했으나.. (5/26) (0) | 2024.05.29 |
북한산 비봉 가기 (5/18) (0) | 2024.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