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 2 (성도~서녕)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 허난설헌(1563 ~ 89), 김지용 역 금동이에 저녁 이슬 규방처럼 맺히면 예쁜 아씨 섬섬옥수 곱기도 해라 빨간 꽃잎사귀 찧어내어 쪽잎에 말아 등불 앞에서 곱게 돌돌 묶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발을 걷어올리면 거울에 비치는 밝은 빛을 보노라 풀잎을 주울 때면 붉은 범나비 .. 먼나라 이야기 2006.08.24
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1 (공항~성도) '한 꽃송이'- 정현종(1939~ ) 복도에서 기막히게 예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하, 족집게로구나! 우리의 고향 저 원시.. 먼나라 이야기 2006.08.22
서안에서 상해까지 그 마지막 (3/1) ‘뒷짐’- 이정록(1964∼ ) 짐 꾸리던 손이 작은 짐이 되어 등 뒤로 얹혔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임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끗발 조이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을 거머쥐려 나돌던 손가락이 제 등을 넘어 스스로를 껴안았다 젊어서는 시린 게 가슴뿐인 줄 알았지 등 뒤에 두 손을 얹자 기댈.. 먼나라 이야기 2006.03.18
서안에서 상해까지 4 (2/28) '누가 주인인가'- 홍신선(1944~ )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 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 먼나라 이야기 2006.03.18
서안에서 상해까지 3 (2/27) '여백'- 도종환(1954~ )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 먼나라 이야기 2006.03.15
서안에서 상해까지 2 (2/26) '양파'전문 - 조정권(1949~ )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여자가 모임에 나오곤 했었지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비단을 걸치고도 추워하는 조그마한 중국여자 같았지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그 여자의 남편도 모임에 가끔 나오곤 했었지 남자도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나온 배가 더 튀어나온.. 먼나라 이야기 2006.03.13
서안에서 상해까지 1 (2.25~3.1) 손 털기 전’ - 황동규(1938∼ ) 누군가 말했다. ‘머리칼에 먹칠을 해도 사흘 후면 흰 터럭 다시 정수리를 뒤덮는 나이에 여직 책들을 들뜨게 하는가, 거북해하는 사전 들치며? 이젠 가진 걸 하나씩 놓아주고 마음 가까이 두고 산 것부터 놓아주고 저 우주 뒤편으로 갈 채비를 해야 할 땐데.’ 밤중에 깨.. 먼나라 이야기 2006.03.10
동유럽 여행기 10(그 마지막) 1월 5일 (수) 오늘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날. 1박이 있지만 그건 기내박이다. 어제 밖에서 놀다온지라 오늘 아침 산책은 생략. 그리고 짐을 싸야 하니까.... 면세혜택을 받으려면 물건을 산 사람 가방에 그 물건을 넣어 놓아야 한단다. 심심이 카드로 산 내 물건은 당연히 심심이 배.. 먼나라 이야기 2005.02.09
동유럽 여행기9(1/4) 1월 4일 (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우리 둘은 어제 차타고 온 반대 방향으로 가 본다. 조금 가니 작은 공원이 있다. 이곳을 한 바퀴 돌고 개를 끌고 온 사람과 아침인사를 나눈다. 우린 공원을 돌아서 숙소로 다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퓌센으로 간다. 이곳은 로만틱 가도를 지나가는데 로만.. 먼나라 이야기 2005.02.09
동유럽여행기8 (1/3) 1월3일(월) 아침 일찍 잠이 깬 심심이와 나. 그냥 누워있느니 밖을 한번 산책해 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우리가 나갔던 반대방향으로 가보니 기차역이 있다. 이곳을 지나니 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니 강변을 끼고 산책로가 나 있다. 그래서 그 길을 따라 길을 꽤 멀리 걸어 나갔다. 헌데 강 건너편 .. 먼나라 이야기 200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