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가다 (투루판~인천, 8/2~4) 내가 이런 사람이라면/오광수 나를 생각하면 누구든지 먼저 미소가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로 하여금 기분 좋은 하루가 되고 나로 하여금 따뜻한 생각이 들고 나로 하여금 믿음이 간다면 나는 정말 사는 보람을 느낄 겁니다 나의 정성어린 말 한 마디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고 나의 작은 친.. 먼나라 이야기 2007.08.07
실크로드를 가다 (돈황~투루판, 7/31~8/1) 물소리 바람소리/법정스님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기울여보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소리 없는 소리로 깨우쳐줄 것이다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열린 푸른 하늘도 한번쯤 쳐다봐라 산마루에 걸린 구름, 숲속에 서린 안개에 눈을 .. 먼나라 이야기 2007.08.07
실크로드를 가다 (인천~돈황, 7/28~8/4) ‘난(蘭)’ -박목월(1916~78) 이맘쯤에서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 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초를 기르듯 마음에 애틋하게 버린 것에서 미소로 살아나고/잎을 피우고, 그리고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나라 이야기 2007.08.07
여행 그 마지막 (라싸~집으로) '이사(移舍)'- 김수영(1921~68) 이제 나의 방은 막다른 방 이제 나의 방의 옆방은 자연(自然)이다 푸석한 암석이 쌓인 산기슭이 그치는 곳이라고 해도 좋다 거기에는 반드시 구름이 있고 갯벌에 고인 게으른 물이 벌레가 뜰 때마다 눈을 껌벅거리고 그것이 보기 싫어지기 전에 그것을 차단할 가까운 거리(.. 먼나라 이야기 2006.08.26
하산 후 3 (라싸 관광) '오래된 장마'- 정끝별(1964~ )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거 잠기고 뒤집힌다는 거 눈물바다가 된다는 거 둥둥 뿌리 뽑힌다는 거 사태 지고 두절된다는 거 물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거 어린 낙과(落果)들이 바닥을 친다는 거 마음에 물고랑이 파인다는 거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거 울면, 쏟.. 먼나라 이야기 2006.08.26
하산 후 2 (거얼무~라싸) '다리 우에서'- 이용악(1914~71)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무섭다고 했다 국숫집 찾어가는 다리 우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숫집 아히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버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 먼나라 이야기 2006.08.26
하산 후 1 (거얼무 관광) '옷걸이에 걸린 양(羊)'- 주창윤(1963~ ) 슈퍼마켓 냉장 식품 코너에 냉동닭들이 수북하다. 비닐 봉지로 쌓여 있는 육체가 살아 있는 영혼보다 더 오래 버티는 듯했다. 옷장 안에서 가끔씩 종소리가 들렸고 마음의 계단은 미끄러웠다 아주 오래전 그 영혼의 이름은 무엇이었더라? 어느 날 지갑이 문틈으로 .. 먼나라 이야기 2006.08.26
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 5 (6178m 정상에 서다) '이런 고요'- 유재영(1948~ ) 하늘길 먼 여행에서 돌아온 구름 가족이 희고 부드러운 목덜미를 잠시 수면에 담그고 있는 동안 이곳에서 생애의 첫여름을 보낸 호기심 많은 갈겨니 새끼들이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가 다시 수초 사이로 재빨리 사라진다 일순, 움찔했던 저수지가 다시 조용해졌다 고요한 곳 .. 먼나라 이야기 2006.08.24
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 4 (BC~C1) '원두막(園頭幕)'-김종삼(1921~84) 비 바람이 훼청거린다 매우 거세이다. 간혹 보이던 논두락 매던 사람이 멀다. 산마루에 우산 받고 지나가는 사람이 느리다. 무엇인지 모르게 평화를 가져다 준다. 머지않아 원두막(園頭幕)이 비게 되었다. 최고의 집은 원두막이다. 가식이 아니다. 참이다. 미학적으로도 .. 먼나라 이야기 2006.08.24
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 3 (서녕~BC) '여름꽃'- 이문재(1959~ ) 그대와 마주 서기는 그대 눈동자 바로 보기는 두렵고 또 두려운 일이어서 저기 뜨락에 핀 꽃 여름꽃을 보고 있다 어둠의 끝에서 몸을 활짝 열었던 아침꽃들 정오가 오기 전에 꽃잎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안으로 돌아가 있다 해를 바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려워서 여름꽃은 .. 먼나라 이야기 200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