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인 참 한갓지게 오는 연말입니다. 끝으로 내쳐갈수록 어쩔 수 없이 처음과 과정을 뒤돌아보듯 이별하고 난 뒤에야 당신과의 시작으로부터 빚어진 나날들을 찬찬히 떠올려봅니다. 며칠 전 당신은 삼 년을 끝내는 표정으로 삼십 분 나와 마주 앉았습니다.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단언하며 가셨어도 전 눈물 없이 흩날리는 눈발만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번 겨울은 평생을 살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만남이 벼랑에서 떨어져내렸어도 제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지금이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몸의 상처가 덧나기 쉬운 계절이 아니듯 마음 상처도 가슴 베인 자국만 남을 수 있는 추위가 좋습니다. 당신 대신 함께할 겨울입니다. 당신이 내게서 떠난 겨울이므로 전 당신 겨울을 사랑하겠습니다. 병목안 -수암봉-슬기봉-태을봉-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