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92

바람불어 좋은날 청계산 가기 (6/5)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 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 오는가 밝아 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는 은발의 소녀 마아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코스개관: 대공원역 4번..

설설기며 불곡산 가기 (5/30)

김길자 살아남기 위한 잔인한 동거죠 미움도 처절한 싸움도 비껴 갈 수 없어 심장이 타들어 갑니다 서로 감싸며 살았다면 좋겠지만 서로 할퀴며 압박하고 살았다면 밤마다 악몽을 꿈꾸는 갈등이겠지요 새끼줄처럼 꼬인 삶 초여름 보랏빛으로 당신을 껴안았습니다 코스개관: 양주역 2번 출구에서 내려 길건너 3-5 버스타고 대교아파트 하차-악어능선 가다 우회로로 들어서기-삼거리-임꺽정봉 (2명만)-삼거리-상투봉(3명은 넘어가고 둘은 우회로로)-상봉-양주시의회-양주역 (10:10~16:30) 매주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것도 큰 숙제인데 솜솔아빠가 불곡산 악어능선을 가보라 추천. 헌데 불곡산을 예전에 2번 정도 간것 같은데 악어바위는 듣기도 처음이다. 산행기 검색을 해 보니 갈 수 있으려나 싶어 솜솔아빠에게 자문도 구하고 안..

관악산 번개 산행 (5/23)

권오범 보송보송했던 삶이 아카시아 꽃보라 틈 타 신경질나게 끈적거려 여름이겠거니 마침 할 일 없어 나선 산책 따갑게 공격하는 햇볕 맥고자 방패 삼아 담 모퉁이 돌 즈음 그늘이 어루껴 잠시 멈춰 살펴보니 허기진 추억을 노릇노릇 구워 아깝게 버리는 감나무 붙잡고 성숙해진 장미가 날 보며 요염하게 웃고 있다 하느작거리는 버들 주렴 너머 한겨울 폭설처럼 하얗게 뒤덮인 찔레꽃 향기에 취해 복찻다리 건너자 언덕 따라 노란 물감 뿌려놓은 듯 씀바귀꽃 천지 속대중만으로 한가할 줄 알았건만 모들을 본격적으로 논에 입학시켜 질서를 가르치는 걸 보니 아직도 희망 나눔에 여념이 없는 봄 코스개관: 과천역 1번 출구-7번 출구-과천향교-용마능선-관악문 아래 4거리-관악문-정상-연주대-서울대-관악산 입구-고시촌 (10:00~15..

초파일 원효능선도 가고 연등도 달고... (5/19)

권경업 설운 봄비가 문득 내리다 멎은 날에는 희방사 뒷편으로 연화봉에 올라라 이승이 끝나는 공지선(空地線)으로 너 영혼보다 더 붉은 철쭉 무리지어 핀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죽어 족제비 무덤같은 시청 앞 지하철에 아우성으로 묻히고 회색빛으로 바랜 영혼은 분진으로 가득한 거리를 정신없이 배회하는데 봄장마 내리다 문득 멎는 날에는 희방사 뒷편으로 연화봉에 올라라 하늘이 처음으로 내려 앉은 소백산 능선에 서방정토 곱디 고운 연꽃 한 아름 가슴으로 안을 게다 코스개관: 북한산성 입구-시구문(서암문)-원효암-원효봉-북문-상운사-위문(백운문)-용암문-도선사-우이동-정의공주묘 입구 (10:00~17:00) 토요일 에인절고가 바리스타 이론 시험을 본다고 해 초파일 가기로 했는데 리사는 월정사 가느라 못온다고 했..

꽃비 맞으며 안산 가기 (5/15)

김덕성 맑은 개울 물소리가 잔잔히 들려오는 고즈넉한 언덕에 핀 찔레꽃 사람들은 하얀 꽃이라 슬프게 보인다지만 난 순박함이 있고 순결함이 있어 더 맑게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풍기는 하얀 향기 맑게 미소 띤 곱고 하얀 얼굴엔 온화하게 하얗게 핀 찔레꽃 수정처럼 맑게 나를 씻는다. 코스개관: 서대문역 1번 출구-능안정-무악정-정상-편백 힐링숲-자락길-독립문역-사직터널-삼청동칼국수 관악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다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겨 못온다고 하고 비 예보까지 있어 히늘과 둘이 만났다. 산은 아카시아, 짤레꽃이 한창이라 향이 좋다. 안산에 여러번 왔지만 또 다른 느낌. 애기똥풀도 군락을 이루니 예쁘기만 하다. 때죽나무도 떼지어 피어있다. 걷고 능안정에서 차마시고 정상 찍고 작년 매주 먹던 자리에서 과일 먹고 내..

북한산 영봉 가기 (5/9)

유재영 개오동 밑둥 적시는 여우비도 지났다 목이 긴 메아리가 자맥질을 하는 곳 마알간 꽃대궁들이 물빛으로 흔들리고 빨강머리물총새가 느낌표로 물고 가는 피라미 은빛 비린내 문득 번진 둑방길 어머니 마른 손 같은 조팝꽃이 한창이다 코스개관: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육모정지킴터-육모정-댄스바위-영봉-하루재-백운2 통제소 (9:05~13:15) 월 1회 2주 일욜 산정 삼총사가 산행 하기로 한날. 모처럼 명숙샘도 함께 하기로 해 영봉이 초행인 명숙샘을 위해 이 키스를 잡았는데 차영샘이 어제 집에서 허리를 삐끗 했단다. 일찍 만나자고 해 9시 우이동에서 만났다. 이 시간 5명 집합금지가 무색하게 한떼거리가 모여있다. 헌데 이 팀이 영봉 코스로 와서 얼른 앞으로 보냈다. 그나마 이 팀이 가니 호젓해졌다. 초장 단..

어린이날 1일 2.5산 가기 (바라-백운산, 5/5)

권정순 아이야! 너는 외로워 말라 괴로워 말라 너는 슬프지 말라 아프지도 말라 너만은 항상 기뻐해라 꿈속에서도 즐거워해라 너만이라도 사람의 말은 하늘에 아뢰고 하늘의 말은 사람에게 전하며 생글생글 웃는 아이야! 누가 뭐래도 지금처럼 하늘의 꽃으로 한 생을 살아라 코스개관: 바라산 휴양림 입구-바라재-바라산-고분재-백운산-백운동산-모락산-능안마을 (10:30~15:00) 토요일 가족모임이 있어 금주 산행은 어린이날 가기로 했는데 넘버4가 올 수 있다고 한다. 웬만한 곳은 사람이 많을것 같고 쎈 곳은 힘들다고 하고 해서 지난번 염두에 두었던 바라산-백운산을 하기로 했다. 10시 인덕원역 2번 출구에서 만나 05 버스를 타고 바라산 휴양림 앞에서 출발. 휴양림을 가로질러 가는길도 있지만 지난번 하산한 우회길로..

수원 광교산 가기 (5/1)

박성우 이팝나무 아래 우체국이 있다 빨강 우체통 세우고 우체국을 낸 건 나지만 이팝나무 우체국의 주인은 닭이다 부리를 쪼아 소인을 찍는 일이며 뙤똥뙤똥 편지 배달을 나가는 일이며 파닥파닥 한 소식 걷어 오는 일이며 닭들은 종일 우체국 일로 분주하다 이팝나무 우체국 우체부는 다섯이다 수탉 우체국장과 암탉 집배원 넷은 꼬오옥 꼭꼭 꼬옥 꼭꼭꼭, 열심이다 도라지 밭길로 부추 밭길로 녹차 밭길로 흩어졌다가는 앞다투어 이팝나무 우체국으로 돌아온다 꽃에 취해 거드름 피는 법이 없고 눈비 치는 날조차 결근하는 일 없다 때론 밤샘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빨강 우체통에 앉아 꼬박 밤을 새고 파닥 파다닥 이른 우체국 문을 연다 게으른 내가 일어나거나 말거나 게으른 내가 일을 나가거나 말거나 게으른 내가 늦은 답장을 쓰거나..

경의중앙선 타고 운길산 가기 (4/24)

오광수 꽃가루 날림에 방문을 닫았더니 환한데도 더 환하게 한 줄 빛이 들어오네 앉거라 권하지도 않았지만은 동그마니 자리 잡음이 너무 익숙해 손가락으로 살짝 밀쳐내 보니 눈웃음 따뜻하게 손등을 쓰다듬네! 코스개관: 운길산역-수종사-절상봉-운길산-새재고개-도심역 (9:50~16:05) 에인절고가 운길-예봉산을 안 가봤다고 한다. 가면 좋긴 한데 멀기도 멀지만 예봉산까지 가려면 짧지 않은 코스인지라 어쩔까 고민을 하니 2번에 나누어 가자는 멤버들. 일단 운길산으로 갔다 컨디션 봐서 새재에서 진행할지 하산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내심 예봉산까지 갔으면 하는 소망으로 도시락을 싸가자고 하니 하늘이 자기때문에 산행이 느려지고 짧아진다고 샌드위치를 싸온다고 한다. 그래서 점심은 저절로 해결이 났다. 전철을 검색하니 9..

비슬산 백배 즐기기 (헐티재-비슬산-원명고개, 4/18)

문태준 산에는 고사리밭이 넓어지고 고사리 그늘이 깊어지고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릅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 것들이 제 무릎뼈를 주욱 펴는 봄밤 봄비다 저러다 봄 가면 뼈마디가 쑤시겠다 산행일: 2021.4.18 (일) 코스개관: 헐티재-용천봉-비슬산(천왕봉)-월광봉-대견봉-대견사-기상레이더-조화봉-상여덤(암봉구구봉)-원명고개 (10:30~18:00) 날씨: 다소 바람은 쌀쌀했지만 산행 하기 좋은날 멤버: 당나귀 7명+게스트 코로나로 원정산행을 못가고 근교 산행을 하던중 진달래 지기 전 비슬산을 승용차 2대로 가기로 했다. 회장님차와 신천씨 차. 게스트 한분을 모시고 온단다. 모처럼 일찍 일어났다. 6시 농수산시장에 가니 이대장 관계자를 소개한다. 정임씨 가자고 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