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연꽃 패키지 산행 (안산, 8/24)

산무수리 2013. 8. 26. 22:56

책 읽는 남자 - 남진우(1960~ )

여기 한 그루 책이 있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잘 가꿔진 책

페이지를 넘기면 잎사귀들이 푸르게 반짝이며

제 속에 숨어 있는 나이테를 알아달라고 손짓한다

나는 매일 한 그루씩 책을 베어 넘긴다

피도 흘리지 않고서 책들은 고요히 쓰러진다

아니면 한 장씩 찢어 입에 넣고 오래 우물거린다

이 나무의 성분을 나는 짐작하지도 못하겠다

글자들의 푸른 잎맥을 따라가다가

간혹 벌레가 파먹는 자리를 발견할 때도 있다

비록 이 나무는 꽃도 열매도 맺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시원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여기 한 그루 책이 있다

책이 덩굴을 내밀어 내 몸을 휘감아오른다

무수한 문장들이 내 몸에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기며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아무리 베어내도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책나무

책나무 속에 들어가 눕는다

내 속에 뿌리 뻗은 나무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저 눈부신 새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내기를 했다. 책으로 가득해 서서 잠을 자야 할 지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죽는 방법을 골라야 한다면 책에 깔려 죽는 걸 택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어떤 이가 제 독서일기를 펼쳐 보였다. 최소한 세 권의 감상평을 하루하루 기록한 노트가 열 권이 넘었다. 아침저녁으로 책에 물을 주고 영양제도 먹인다는 사람도 있었다. 자랑은 며칠을 이어졌다. 한 명을 남기고 모두 제 말을 마쳤다. 아무 말도 없느냐고 다그치자 그는 무수한 문장들이 내 몸에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기고 있어 생각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며 잠시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코스개관" 독립문역 5번출구-무악재방향-봉수대-무악정-인호천약수터-봉원사

 

 

 

 

 

 

 

 

 

 

 

 

토욜 중학 동창 산행이 일욜로 변경.

봉원사 연꽃 축제가 끝났다는 기사. 함지박에 키우는 봉원사 연꽃이 궁금했는데 꽃이 조금은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나 해 대장님께 연꽃 볼 겸 안산 가시자 하니 콜. 마침 서울에 올라와 있는 옥화 언니도 함께 오신다고....

공사다망한 옥화 언니가 어쩐 일인가 했더니 천화대 등반 약속이 설악산 비소식에 취소됐단다.

덕분에 몇년 만에 언니를 만나니 참 좋다.

취미가 같은 최 시스터즈, 나이 차가 좀 나서 그런가 언니 챙기는 모습이 딸같다.

무거운건 옥화 언니가 다 지고 카메라 꺼내주고 넣어주고 물도 챙겨주는 모습이 정말 부럽다.

내 삶의 멘토가 대장님인데 이런 여동생은 어디서 찾지?

오늘 바람이 그래도 불어주어 덜 덥다. 시계는 끝내준다.

길게 돌아가는 갈림길을 잘못 찾아 한번 백했지만 무사히 봉원사 경내로....

 

 

 

 

 

 

 

 

 

 

 

 

 

 

 

 

 

 

 

 

 

연꽃은 거의 졌지만 그래도 몇송이가 봉우리부터 샤워꼭지까지 연꽃의 일생이 남아 있다.

대장님 사진 삼매경에 빠져 계시도 나와 옥화언니는 법당에 앉아 논다.

법당이 여름에 제일 시원하다는 언니. 조계종 절보다 복잡하지 않아 맘에 든다고....

한참 놀고 사진 몇장 찍고 늦은 점심으로 도가니탕을 먹는데 김치가 너무 맛이 없는데다 시다.

어쩐지 종업원들이 엎드려 잠만 자더만....

 

 

입맛 버린 입을 요구르트와 빙수로 마무리하니 다 좋은데 배가 너무 부르다.

내일 북한산에 오라 하니 흔쾌히 콜 하는 옥화 언니.

그럼 내일 10시 경복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