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더
- 황인찬(1988~ )
교탁 위에 리코더가 놓여 있다
불면 소리가 나는 물건이다
그 아이의 리코더를 불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그랬다
보고 있었다
섬망도 망상도 없는 교실에서였다
리코더는 입으로 부는 것인데 그걸 불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없었는데 왜? 시인이 소심하다. 그게 아쉬웠던가. 이 장면을 좀처럼 잊지 못한 모양이다. 삽을 들고서 당시의 교실을 떠다가 나르기로 작정한다. 과거에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잘되지 않는다. 쉽게 될 리도 없다. 캠코더로 촬영해두어야만 했었던 것이다! 너무 비싸서 캠코더를 사지 못했던가. 지금도 마찬가지일까. 사러 가는 대신 시의 제목을 레코더로 삼는다. 이렇게 과거의 사소한 일 하나를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해, 지금 살고 있는 현실로 이전하는 방법을 발명했다. 망상에 빠지지도 않고 독특한 상상력에 의존하지도 않고서, 어릴 적 교실을 여기에 실어 나르는 데 멋지게 성공한다. 혹시 우리 몰래 도라에몽에게 뭔가를 빌린 건 아닐까.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2.15 (일)
코스개관: 피재-피재점-용두산-동막고개-배재 (9:35~15:00)
멤버: 당나귀 17명
날씨: 기온은 낮았는데 햇살 따뜻하고 바람 불지 않아 춥지 않은 화창한 겨울
새벽 총무님 문전 택배 서비스를 받는다. 오늘도 뒷자리는 텅 비었다.
까멜이 이번엔 대상포진에 걸렸단다. 몸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혹시나 눈이 올까봐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오늘은 차를 성당 앞 길가에 세웠다.
의왕남매와 버스를 탔는데 깜깜하다. 퓨즈가 나갔단다. 차 안에 사람이 꽉 차 자리가 비좁다.
내 자리 미경씨에게 양보하고 난 조수석에 앉아 가기로 한다. 좁다고 염려해 주는데 다리 별로 안 긴지라 큰 불편 없다. 아침 햇살 받아가며 잤다.
오늘 휴게소는 치악? 그리고 나간 톨게이트가 제천?
깜깜해서 못 왔던 멤버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송년산행이라 나온 건가, 이젠 잘 나오는 건가?
새신자도 두명이나 되나?
영월이 아니고? 하긴 제천에 놀러와 영월 법흥사 갔었지? 바로 지척이었지? 그래도 제천으로 올 줄 몰랐다.
산행 기점은 의림지를 끼고 돌고 돌아 올라가다 나온 피재.
모처럼 넓게 벌려 사진을 찍는다. 흐뭇하다. 그리고 산행 시작.
산은 눈이 쌓여 있고 초장부터 경사진 길을 올려친다. 헌데 오늘 산행은 송년회를 위해 제일 짧은 구간을 잡았단다.
이 산이 제천의 주산인지 등산로에 의자,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군데 군데 조망도 트이고 의자까지 있어 잠시 쉬고 사진도 찍고 간다.
1시간 만에 피재점, 그동안 온 길은 어프로치라고....
영월이 가까워서인지 잘생긴 소나무가 많다.
S라인도 있고 Y라인도 있다.
오미재에서 총무님표 더덕꿀차가 나온다. 회장님은 뭐 한거 있다고 벌써 먹느냐지만 쉴 자리도 좋고 총무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짐 덜어줘야 할것 같다.
더구나 오늘 산행은 용두산 올라가면 하산 구간이란다. 먹을 시간이 없다고.....
워낙 양이 많이 많은 사람이 왔는데도 한잔씩 더덕꿀차로 원기 회복하고 출발.
길은 눈이 쌓여 있어 험하지 않은데도 심산 못지 않게 정취가 있다.
서봉 직전 조망 좋은 곳에서 후미 기다리며 간식도 먹고 사진 찍고 용두산 정상을 향해 가는데 나올듯 나올듯 안 나오는걸?
송치재 지나고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
헌데 정상이 완전히 운동장이다.
한쪽에서는 알몸마라톤 홍보 현수막 붙이고 커피 서비스까지 한다.
알몸 마라톤은 의림지 둘레를 뛰는 거라고 놀러 오라신다.
사진도 찍어드리고 우리도 모처럼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헌데 신천씨가 피재에서 옷 갈아입다 디카를 빠트렸다고 되집어 찾으러 간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정상 사진부터 찍고 정상에서 넓게 앉아 점심을 먹으려니 건너편 사람 반찬이 팔이 닿지 않아 못 먹으 지경이다.
미경씨가 무릎을 꿇어가며 건너편것 가져다 먹는데 절하는것 같다 웃었다. ㅎㅎ
따땃한 햇살 받아가며 넉넉하고 여유있게 점심 잘 먹고 출발.
정상 출발 전 사진 찍고 나무 데크를 내려오는데 이쪽 사람도 많지 않고 눈도 쌓여 있어 운치 있어 참 좋다.
기쁨조 상금씨와 미경씨가 앞 뒤에서 조잘거리니 분위기 너무 좋고 살아있다. 기쁨조가 안 나오는 날은 적막만이 감도는데.....
우리들도 덩달하 행복한 기분으로 사진 찍어 가며 웃어가며 길을 걸으니 힘이 안든다. 더구나 오늘 산행이 곧 끝난다니 두 둥상들은 딱 좋단다. ㅎㅎ
중간 능선으로 직직하는 길과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데 우측 내려서는 길이 맞다고 해 가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쪽으로 내려서면 주차장이라는 현지인. 헌데 길 따라 가면 된다는 총무님 말을 믿고 내려가니 조금 길을 이탈한것 같다.
대장님은 우리는 내려가라 해 놓고 자긴 산길로 갔다.
원래 오늘 후반부 길은 길따라 걷는 길이라는데 그래도 찻길보다는 언덕길이 나은것 같은데 총무님이 길을 고집하고 다들 길로 가자 하니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지루한 찻길을 걸으니 발바닥이 아파온다. 역시 길은 흙길이 좋은것 같다.
길에 서서 귤도 먹고 공장지대를 지나고 그래도 막판에는 흙길도 좀 밟고 철조망도 지나고 과수원 지나고 나니 찻길이 나오고 이 찻길 바로 아래 주유소가 있고 거기에 우리 버스가 있고 이대장님은 한발 먼저 도착해 있다는데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왔다고 기사님이 어리둥절해 한다.
신천씨는 카메라 찾고 의림지 장어촌 앞에 있다고....
제천 친구에게 나 지금 제천에 와 있다니 자긴 여의도 시위하러 와 있다고 막 웃는다.
용두산 와 봤냐고 하니 수없이 와 봤다고. 이런 멋진 산을 왜 안 알려준거야?
의림지로 되돌아가 백 한 두 백성 태우고 시간이 이른지라 안양으로 고고씽~
동편식당은 단체 손님을 받아 자리가 없다고 해 할 수 없이 호계 신4거리 되비지 식당에서 삼겹살과 되비지로 푸짐한 송년회.
산에 못 온 까멜은 물론 오랫동안 못 본 성사장님, 여울이 연락하느 즐겁게 참석.
즐겁게 놀고 배부르게 먹고 반가운 얼굴도 보고.....
2013년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2014년도 쭉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해피 2014년~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산행기 > 2013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에 점만 찍다 (울산바위, 12/28) (0) | 2013.12.31 |
---|---|
간만에 청계산 가기 (12/8) (0) | 2013.12.08 |
당나귀, 장곡현에서 전원 탈출? (춘천기맥 졸업, 12/1) (0) | 2013.12.01 |
마음도 몸도 겨울이어라 (영춘기맥: 행치령-하뱃재, 11/17) (0) | 2013.11.18 |
영춘기맥 (홍천고개~가락재, 11/3) (0) | 201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