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이 읽고 간 몇 줄의 시>
오정국
나는 정동진(正東津)에도 가 보지 못한 채 시를 썼다 동강(東江)에도 가 보지 않고 시를 썼다 배롱나무도 모르고 시를 썼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목 디스크 걸린 시인이 되어 15년 만의 강추위로 인적 끊긴 밤, 시집을 읽었다 행간의 기쁨과 슬픔, 노여움으로 추위를 견뎠다 언 손이 풀려 담배 몇 개비 태우고, 무심코 팔 뻗어 거실의 문을 여는 순간, 영하 18도의 바람이 단숨에 책갈피를 넘겨 몇 줄의 시를 읽고 사라졌다
나는 언제나 추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시집을 읽었다
얼음 속의 물고기는 언제나 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 몸이 얼어도 죽지 않는 것들 결빙(結氷)의 한 시절을 견디는 것들 영하 18도의 바람이 결빙의 하늘 속으로 데려간 문장들이 있다
- 아침 산책하기
어제 하루 일과가 빡센 날이라 오늘은 휴식일로 아침도 천천히 먹고 비치에 가기로 한 날.
새벽 사부님이 별 보러 나오라고 해 5시에 별을 봤다는 예숙이네 방. 우린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잤는데.....
7시 만나 아침 산책하기. 오늘은 집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아 내려와 집 왼쪽길로 가는데 언니는 반만 돌고 들어가시고 객들만 길을 걷는데 오며가며 개 산책 시키는 사람들과 개를 향한 덕담을 나누고 서로 인사도 주고 받는 풍경들. 개들은 특히나 예숙이를 좋아한다.
산책로에 귤나무가 달려 있는데 예숙이가 따 먹어 보더니 맛있다며 몇개 따서 먹어 봤는데 맛이 좋다. 담 밖에 나온 과일 따 먹어도 되냐고 하니 리치언니 (하와이 부자 언니)가 된다고. really?
-후렌치 토스트 조식
산책 마치고 귀가하니 언니가 아침 준비를 거의 다 하신것 같다. 뉴욕팀이 도와서 후렌치 토스트에 맛 좋은 소시지에 과일까지 푸짐한 아침을 먹었다. 이젠 인증샷 할때 까지 기다려 주는 센스.
오늘 운전은 영숙씨 담당. 이 비치는 파도가 쎄서 스노쿨링은 쉽지 않을거라고 한다.
저녁 메뉴인 김치찌개에 넣은 김치가 너무 안 익었다고 햇볕에 내다놓은 예숙과 그래도 햇볕은 좀 그렇다고 명화가 그늘로 옮겨다 놓고 예숙이는 어깨가 아파 수영 안 한다고 해서 오늘은 언니, 명화, 최박만 수영복 속에 입고 출발.
- kukio beach (fourseasons resort)
하와이에서 비싸기로 유명하다는 포시즌 호텔 앞 비치인 쿠키오는 공항 지나서 나오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긴 평일에 와야 한다고.
비치에 간다니 입장을 시켜주었고 자리도 있어 주차하고 비치 의자, 파라솔 등 들고 호텔옆 길을 따라 가기.
비치도 파라솔을 아무데나 쓸 수 있는건 아니라고 한다.
우린 그늘을 찾다보니 현지인이 미리 자리를 잡은 옆자리에 양해를 구하고 파라솔을 폈고 여인 셋은 그늘에서 놀고 다른 셋은 물놀이를 한다. 최박은 물놀이에 진심인가보다. 수영복을 2개나 새로 구입해 왔다고 물에서 오래 논다.
언니는 물놀이 하다 그림을 그린다.
우리 근처에 있던 노부부가 어딘가 다녀오더니 저쪽에 바다거북이가 있다고 가서 보라고 알려주신다.
친절에 감사하며 구경하러 가는데 최박은 안 간다고 해 넷만 가서 보니 진짜 모래사장에서 주무시는 거북이에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거북이를 만날 수 있었다.
명화는 여기가 외국인지 알 수 있게 외국사람도 넣고 찍으라나 뭐라나? 아무튼 거북이보고 점심은 집에서 싸 온 토스트로 요기하고 집으로~
-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뭘 볶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최박.
but, 예숙은 다 때려놓고 끓이면 된다고. 오늘 김치찌개는 예숙버젼.
언니는 셔서 못 먹는다는 김치가 너무 맛있게 익었다며 그 김치에 새로 사 온 일광욕 하던 김치를 첨가해 지방 다 뗀 돼지고기 왕창 넣고 한 냄비 끓였다.
오늘 점심이 부실했는데 밥 위에 감자도 쪄서 반개씩 먹었는데 감자도 맛이 좋았다. 밥도 찬밥이 많이 남았는데도 언니는 밥을 또 해 새밥으로 저녁을 아주 잘 먹었다. 오늘은 야간관광까지 한다고......
-오늘은 야간 관광 (coconut grove)
야간관광에 영숙씨는 피곤하다고 쉰다고 했다. (운전 하는 날은 확실히 맥을 못 추는 우리 동상. 그러면서 예숙이보고 체력이 이렇게 좋았냐고 놀랜단다. ㅎㅎㅎ 우리가 슈퍼노멀인가?)
운전은 사부님이 해 주셨고 차를 대고 사부님은 비치발리볼 하는 곳에서 기다리신다고 해 여인 다섯만 바닷가에서 일몰을 봤고 걷다보니 우리가 밥 먹던 카이 레스토랑이 바로 옆이다.
쇼핑센터 구경을 하는데 내일 여기서 퍼레이드를 한다는데 산타가 카누 타고 온단다. 내일 시간 되면 관광 끝나고 구경 나가기로 했다.
나온김에 아이스크림을 2인 1개씩 사서 먹는데 예숙이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 먹어 1개를 거의 나 혼자 먹었다.
내일은 정은이네가 있는 호텔로 구경가 함께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너무 일찍 출발할 필요 없다고 해 천천히 출발하기로 했는데 최박이 컨디션이 안 좋은지 어제부터 약을 계속 먹는다. 아마도 터틀비치 찬물에서 물놀이 하고 오늘도 물놀이 하며 무리가 됐나보다. 밤새 낫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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