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이팝나무 숲 속에 들어서자 한 겹 푸른 어둠이 덧칠해졌다 바위구절초나 금강초롱꽃도 푸른 물감을 한자락 끌어 덮고 조용하다 햇살 중에 금빛줄만 뽑아 몸안에 빛을 뭉치는 반딧불이 제 짝을 찾을 때 낮동안 애써 뭉친 빛을 가장 강하게 내쏘는 반딧불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야 할 누군가를 기다린다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닐까 방향 표지판은 제대로 놓여 있는 걸까 아무래도 안되겠어 제 몸을 태워 불을 밝히고 숲을 나서는 반딧불이 낮동안 꾹꾹 눌러 뭉친 금빛 햇살로 길을 열어 놓는다 어둠으로 덮혀 있던 이팝나무잎 무성한 숲이 술렁인다 오랜 기다림으로 몸을 태우는 불빛이 까만 어둠에 상처처럼 박힌다 하나둘 가쁜 숨을 쉴 때마다 새살 밑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