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192

프랑스 한달살기 1 (길을 떠나다, 3/7~8)

김준현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면은 6 나를 세상에 던져 놓고는 6이 나오길 기대한다 ​1이 나온다면 혼자 친구도 없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나를 사랑할 사람이 있을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들보다 앞서가지도 못하고 겨우 한 걸음이 전부지만 내 모든 면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함부로 나를 굴려도 괜찮았다 6이 나와도, 4가 나와도, 2가 나와도 때로 혼자여도 좋았다 하늘 중심으로 직장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남학생이 같이 할 때는 철사모, 여학생 끼리는 황사모. 막내인 하늘 퇴직하면 프랑스 한달살기를 하기로 해 돈을 모았다. 몇번 돈을 모았고 그럴때 마다 멤버가 바뀌었고 거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기약이 없어져 곗돈은 일단 다 나누어 주었다. 과연 갈 수 있을까 하던차 20..

먼나라 이야기 2024.04.14

가고시마 여행기 3 (이브스키, 2/23~24)

자수정 휘영청 달 밝은 밤 강가에 세워 둔 솔잎 바람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징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의 어울림에 거리의 불빛은 강물 위로 내려온다 치렁치렁 엮어 놓은 푸른 솔가지에 한 해의 하얀 소망 문어발 되어 허공 끝에 나부낀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로 겨울 내내 쌓인 산 같은 그리움 산 같은 아픔의 서러움 타오르는 불 속에 함께 태워 버리자 오늘밤 연기 되고 재가 되어 하늘로 바다로 멀리멀리 사라지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살라 버리자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저 타오르는 솔가지에 이미 꺾어진 꽃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도 함께 태워 버리자 강물이 웃고 하늘이 웃고 땅이 비웃더라도 그리움에 젖고 아픔에 젖어 꺾어진 지난 세월 춤추는 저 불길 속으로 던져 버리자 이글이글거리는 저 불길 속으로 산 ..

먼나라 이야기 2024.02.28

가고시마 여행기 2 (가고시마 & 사쿠라지마, 2/22)

신현림 이불 틈으로 거친 바람이 들어왔다 이불 틈으로 구름이 들어왔고 잔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불 속으로 잠시 비가 내렸고 해가 떴다 이불 속에서 꽃이 자랐다 당신이 이 많은 걸 데리고 왔다 당신 사랑으로 이 많은 걸 얻었지만 이불만한 자유를 잃었다 당신 사랑마저 없었다면 이불조차 없었겠지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질 때까지 꿈의 포도알이 여물 때까지 손, 발을 벗어놓고 엉덩이와 가슴도 풀어놓고 당신의 따스한 회오리바람과 춤추다가 문을 여니 저녁밥향기가 나는 바다가 보였다 어제 부페식당에서 끝까지 먹고 방에 와 또 먹고 잤다. 아침 일어나 식당에 내려가 만나 아침도 부페식이지만 적당하게 먹고 8시반 나와 온천 연기 잘 나오게 사진 찍고 다나카상과 헤어지고 (토욜 공항에 나오신다고) 출발. - 에비고원코스 오늘..

먼나라 이야기 2024.02.27

가고시마 여행기1 (기리시마, 2/21~24)

강순 왼쪽 오른쪽 을 말할 때는 희망을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1.5평 안에 사는 희망을 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다른 꽃집들처럼 장미, 안개꽃, 후레지아, 국화, 카네이션 같은 것들만 있다고 상상하지 마세요 혹시 금강애기나리나 참나리난초 같은 꽃들과 만나게 될 지 모르잖아요 혹시 그 위로 날아다니는 호랑나비, 그 황홀한 무늬의 반짝임을 구경할 지도 모르잖아요 나비를 쫓아 달리다 보면 당신은 푸른 들판 위로 드러누운 뭉게구름이 되고, 그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칡덩굴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희망이란 말이 조금씩 자라서 당신은 페루 안데스산맥 위를 비행하는 콘도르가 되고, 그 독수리의 뼈를 예리하게 다듬어 산포니아라는 피리를 만들어 부는 인디오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1.5평짜리 의 희망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자..

먼나라 이야기 2024.02.26

하와이 여행기 10 (빅 아일랜드 마지막 날, 12/12)

오경옥 때로는 질풍노도에 넘어져 다치기도 하는 것 다친 생채기 바라보고 치유하는 법 알아가는 것 지름길이 눈앞에 보이지만 먼 길 돌아서 가야할 때도 있는 것 살다보면 삶과 사람 사이에서 무거운 짐 머리에 이고 지고 먼 곳까지 걸어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그 무게 같은 뻐근한 고개와 등 기대고 싶은, 마음 속 느티나무 한 그루 그리워지는 것 - 마지막 산책 오늘이 마지막으로 산책을 할 수 있는 날. 어제 저녁 산행 하기로 해 해 뜰 무렵 아픈 백성과 피곤한 백성 두고 셋만 산책길로 나섰다. 어둑한 길을 걷는데 아침에 자주 보던 분이 셋은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ㅎㅎㅎ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비행기 탈때 가져간다고 예숙이는 오늘도 귤을 몇개나 땄다. 산책하고 돌아오니 언니도 산책 가자는 말을 기다렸는데 우..

먼나라 이야기 2023.12.24

하와이 여행기 9 (카우, 12/11)

이선명 운동장은 주인이 없어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내 마음도 주인이 없어 아직도 너를 그리워한다 창밖엔 눈 대신 밤이 내리고 빙판길처럼 얼어버린 시간 삶도 꽁꽁 묶여 결국 터져나온다 하늘엔 주인이 없어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내 마음도 주인을 잃어 그리움만 쌓이고 있다 - 아침 오늘은 7시 출발. 5시반 기상해 아침은 삶은 감자, 바나나. 우유 등을 먹고 오늘은 점심 사 먹을곳도 마땅치 않다고 싸 가지고 가라는 언니. 그래서 토스트, 과일, 커피 등을 싸가지고 출발. 오늘 언니는 거리도 멀고 멀미도 나서 안 가신다고. 전에 여기 갔다오다 실신해 119까지 불렀다고. 언니는 최박보고 컨디션 안 좋은데 가지 말라고 하니 화산공원 보러왔다고 꼭 간다고..... -south point 하와이 최남단이자 미국의..

먼나라 이야기 2023.12.23

하와이 여행기 8 (노스 코할라/하위, 12/10)

신현림 너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도 괜찮아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알아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줄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 것도 아닌 슬픔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 조식 어제 저녁이 거한지라 오늘 아침엔 계란 후라에 빵, 과일로 조촐하게 아침 먹고 북쪽으로 출..

먼나라 이야기 2023.12.21

하와이 여행기 7 (waikoloa & 생파, 12/9)

신현림 겨울은 외투주머니에서 울고 추운 손들은 난로 같은 사람을 찾는다 오후의 저무는 해 아래 모두 깡마른 기타처럼 만지면 날카롭게 울부짖을 듯하다 싸구려 운동화처럼 세월이 날아가는데 생활은 변한 게 없고 아무도 날 애타게 부르지 않고 특별한 기억도 없다 어리석은 열망으로 뭉친 얼음덩이처럼 서로 가까워지는 일은 불가능한 듯 침묵의 물살에 떠밀려 가는 것이 강물빛이 변하고 벌써 늙어간다는 것이, 어두워지는 창공에 흰 백지장이 나부낀다 내 장갑을 누군가에게 벗어줄 기쁜 위안이 그립다 희망의 작은 손전등을 들어 내게 오는 자를 위해 길을 비춘다 나는 즐거운 타인이 있으므로 살아가고 삶은 그들에게 벗어나려 할 때조차 그들에게 속하려는 끝없는 노력이므로 감미로운 고통에 싸여 길을 비춘다 - 아침 산책 하루 일정이..

먼나라 이야기 2023.12.21

하와이 여행기 6 (kukio beach, coconut grove, 12/8)

오정국 나는 정동진(正東津)에도 가 보지 못한 채 시를 썼다 동강(東江)에도 가 보지 않고 시를 썼다 배롱나무도 모르고 시를 썼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목 디스크 걸린 시인이 되어 15년 만의 강추위로 인적 끊긴 밤, 시집을 읽었다 행간의 기쁨과 슬픔, 노여움으로 추위를 견뎠다 언 손이 풀려 담배 몇 개비 태우고, 무심코 팔 뻗어 거실의 문을 여는 순간, 영하 18도의 바람이 단숨에 책갈피를 넘겨 몇 줄의 시를 읽고 사라졌다 나는 언제나 추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시집을 읽었다 얼음 속의 물고기는 언제나 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 몸이 얼어도 죽지 않는 것들 결빙(結氷)의 한 시절을 견디는 것들 영하 18도의 바람이 결빙의 하늘 속으로 데려간 문장들이 있다 - 아침 산책하기 어제 하루 일과가 ..

먼나라 이야기 2023.12.20

하와이 여행기 5 (힐로 가는길, 12/7)

여영현 내 눈에는 하얀 물고기가 산다 생각의 투명한 뼈가 하느작거렸다 당신이 항상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공중에 반짝이는 이 아름다운 부유물,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안과의사가 웃었다 비문증이라고 했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는 감옥 참 좋았다 오늘 약간의 비 예보가 있던 날. 멀리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고 아침은 오트밀, 감자 등 간단하게 먹었고 간식과 어제 카이 레스토랑에서 남은 피자, 나초 등을 싸고 출발. - waimea town (중간에 한번 쉬기) 힐로 가는 길이 멀다. 중간 한국으로 치면 휴게소인 와이메아 타운에서 쉬며 화장실도 들리고 kta supermarket에서 간식 한국의 새우깡, 자갈치에 목 아픈 백성을 위해 생강 캔디, 코코넛 캔디를 샀다. 이 마트 내에 한국식당인 ..

먼나라 이야기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