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표 사진 - 전주 (5/1) '오늘 아침 새소리’- 이성복(1952∼ )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아픔이 살아 있다..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5.11
장수 프로젝트 그 첫날-전주 찍고 장수로..(5/1~4) ‘봄’-나태주(1945~ ) 딸기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기 울음소리 들린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익은 딸기들만 따스한 햇볕에 배꼽을 내놓고 놀고 있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 울음소리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빨랫줄 펄럭이는 기저귀. 기저귀 사이 터져 나오는 갓난애 새하얀 울음..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5.08
구로닥의 남산 걷기 (4/28)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1951~ )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9
산계 모임-안산 걷기 (4/27) 어느 사이 속보速步가 되어/이성부 걷는 것이 나에게는 사랑 찾아가는 일이다 길에서 슬픔 다독여 잠들게 하는 법을 배우고 걸어가면서 내 그리움에 날개 다는 일이 익숙해졌다 숲에서는 나도 키가 커져 하늘 가까이 팔을 뻗고 산봉우리에서는 이상하게도 내가 낮아져서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멀..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7
남성역에서 사당역까지 걷기 (까치산, 4/24) 들길 / 도종환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 속 지니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6
친구 만나러 가는길 (4/23) 애교 / 유홍준 열 번도 더 바꿀 수 있는 것이 종교 봐, 열한 살 딸아이가 내 앞에서 애교를 떠네 이빨 빼는 게 무서워 덧니 두 개가 난 딸아이가 방실방실 잡티 하나도 없는 웃음을 짓네 아아, 예쁘고도 예쁜 내 애교의 교주 이제 누가 뭐래도 나의 신앙은 애교라네 애교라면 나는 사족을 못 쓴다네 애교..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3
3월 걷기모임(당산역~홍대입구역, 3/7) 변명 /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3.07
이자까야 나고미에서 (2/28)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하동 금오..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3.04
여산 사진으로 본 남도 이야기 (삼나무숲~순천만, 2/17) 시대의 우울 / 최영미 모든 노래 모든 몸짓에 싫증이 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불현듯 여행을 꿈꾸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여행을 떠났다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 같은 것 긴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28
순천만에서 (2/17) ‘찰나 속으로 들어가다’ - 문태준(1970~ ) 벌 하나가 웽 날아가자 앙다물었던 밤송이의 몸이 툭 터지고 물살 하나가 스치자 물속 물고기의 몸이 확 휘고 바늘만 한 햇살이 말을 걸자 꽃망울이 파안대소하고 산까치의 뾰족한 입이 닿자 붉은 감이 툭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찰나에게 비석을 세워준다 찰..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