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산? (모락-백운-바라산, 12/25) 한 친구에 대해 생각한다 -막스 에어만(1872~1945) 한 친구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그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친구의.. 산행기/2018산행 2018.12.26
한북정맥에서 눈을 만나다 (노채고개-청계산, 도성고개, 12/16) 폭설 -류근(1966~ )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 산행기/2018산행 2018.12.17
한북정맥 운악산 구간을 가다 (노채고개-운악산-서파고개, 12/2) 바람 불고 고요한 -김명리(1959~ )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적막이 .. 산행기/2018산행 2018.12.03
한북정맥 3구간을 가다 (도마치재-국망봉-도성고개, 11/19)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울라브 하우게(1908~ )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옳고 큰 것들은 떵떵거린다. 제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라곤 없.. 산행기/2018산행 2018.11.18
만추의 청계산 가기 (11/3) 그예, -한영옥(1950~ ) 붓꽃이 붓꽃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들고 나온 6월의 꽃봉오리 시절에도 알다시피 그 붓으로는 일획도 긋지 못한다 붓끝처럼 단정하다는 것이지 누가 먹 묻혀 그어보라 했겠는가 바득바득 덤비는 것들의 부류여 그예, 꽃봉오리를 획 분지르는 것들의 부류여 6월의 붓꽃 .. 산행기/2018산행 2018.11.04
한북정맥에서 가을에 물들다 (수피령-하오고개, 10/21) 가을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안짱다리 농부와 암소 한 마리 느릿느릿 가을 안개 속에 가난하고 누추한 동네들 숨어 있다 저만치 멀어지며 농부는 흥얼거린다 깨어진 반지 찢어진 가슴을 말하는 사랑과 변심의 노래 하나를 아 가을 가을은 여름을 죽였다 안개 속.. 산행기/2018산행 2018.10.22
산정 3총사 숨은벽 가기 10/19) 공사다망한 명숙샘이 우리랑 놀아주기로 한 날. 연중행사로 숨은벽을 평일에 갈 수 있어 좋다. 2시간 걸려 밤골에서 올라가는데 계곡에 물이 별로 없고 단풍도 아직은? 테라스 올라가는 길 단풍이 우릴 반겨준다. 산이 불 붙은것 같다.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버글댄다. 이 시간에? .. 산행기/2018산행 2018.10.19
영등회 관악산 맛보기 (10/12)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1830~1886)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횃대에 앉아 가사 없는 노래 부르네 그치지 않는 그 노래 모진 바람 불 때 제일 감미로워라 많은 사람 따뜻이 감싸준 그 작은 새 당황케 할 수 있다면 폭풍은 분명 마음 아프리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 산행기/2018산행 2018.10.14
가을 서락을 가다 2 (10/3) 호칭 -서영식(1973~ ) 저기요 너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네 곁에서 나는 저-어-기 먼 풍경이 되다가 무관심이 되다가 우주만 한 배경이 되다가, 저기 까마득한 별이 되었다 저기, 너는 너는 나를 이렇게 멀리 보내두고 갔다 '저기요'는 애매하고 거리가 있는 호칭이다. 그 거리감에는 불안이 스.. 산행기/2018산행 2018.10.10
가을 서락을 가다 1 (10/2~3) 맨 처음 -이응준(1970~ ) 맨 처음 고양이를 향해 나비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을 거야. 나는 너무 오래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게 이렇게 속삭여. 나비야- 나비야- 붉은 지붕에 오르렴. 올라 흐르는 흰 구름을 보렴. 어서 날아가라, 내 나비야. 고양이는 가볍고 날렵.. 산행기/2018산행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