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백-대종주 (7/29-31) 2 마음경(經) 3 -홍신선(1944~ ) 사전 약속도 없이 부산 이가(李哥)와 전북의 김가(金哥)들 누구는 동에서 오르고 누구는 서에서 뛰고 누구는 남에서 오르고 누구는 북에서 치달린다 민 대머리 지리산 반야봉이나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가보면 동서남북에서 제각각 올라온 모두가 모든 일체를 .. 산행기/2018산행 2018.08.06
지리 백-대종주 (7/29-31) 1 파손주의 -채재순(1963~ )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어느 때 사람은.. 산행기/2018산행 2018.08.06
바람 맞으며 혹서기 견디기 (홍천 매봉산, 8/5) 토끼를 조심하라구? -진은영(1970~ ) 너무 작고 하야니까 하얀 털들이 어떤 부드러운 세월처럼 흔들리니까 어린 토끼들의 눈알이 유리 눈송이처럼 쌓이니까 따듯하게 젖은 코에 발가락을 가져가고 싶으니까 아 너무 많은 귀들, 귀들의 흰 채찍이 모였으니까 그 긴 것에 내 목이 감길지 모르.. 산행기/2018산행 2018.08.06
더위를 피하다 죽을뻔.. (까끈봉-매화산, 7/15) 탑승 거부 -조재형(1963~ ) 시어머니를 전도하는 며느리 교회에 나가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목소릴 높인다. 돌아가신 아버님도 그곳에 계실 거라고. 듣고 있던 시어머니 정색을 한다. -며늘아, 천국에 가면 늬 시애비 있다는디 -그 양반 다시 만나는 천국이라면 -내는 거기 안 갈란다. 다시 .. 산행기/2018산행 2018.07.18
북한산 의상능선 가기 (6/27) 텃밭에서 1 -윤중호(1956~2004) 새벽마다, 오릿길 텃밭을 다녀옵니다. 하지 감자 웃자란 순을 떼어내고 엇갈이배추를 솎습니다. 토마토가 탱글탱글 여물어가고 고추가 고추만 하게 대롱거리는데 며칠 전 뿌린 열무가 땅을 들썩이며 움쑥 솟았습니다. 거둔 완두콩으로 아침을 지어 먹었습니다.. 산행기/2018산행 2018.06.27
조망과 바람과 풍성한 먹거리로 행복하여라.. (낙남정맥, 김해추모공원~평지마을, 6/17)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1930~196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 산행기/2018산행 2018.06.19
모락~백운 (6/9) 우체국 -박성현(1970~ ) 엽서를 쓰고 우표를 붙였다 짧고 가는 문장이 두 줄로 포개져 있었다 읽을 수 있을까, 이 비틀거리는 새의 말을 쓸쓸한 발톱이 휘갈겨 쓴 마음의 잔해들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갔다 가다 멈추고 공원 근처 가까운 편의점에서 .. 산행기/2018산행 2018.06.09
더위가 쳐들어 온 낙남정맥 (창원cc-정병산-남산치) 울고 싶을 때마다 -김성규(1977~ ) 응, 우린 잘 있으니까 걱정 말구 왜 전화하셨어요? 응, 너 바쁘니까 다음에 할 테니까 우린 잘 있으니까 전화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눈을 감고 누워 생각해보네 늙어가는 아들에게 왜 전화했을까 건강만 하면 돼 눈 감으면 숨 쉬기 힘들어.. 산행기/2018산행 2018.06.06
바람을 벗삼아 정맥길 걷기 (봉곡마을-무학산-마재고개, 5/20)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쨍하게 갠 날 읽어야 할 것 같은 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 산행기/2018산행 2018.05.21
봄 지리를 가다 2 허공 -김종삼(1921~ ) 사면은 잡초만 우거진 무인지경이다 자그마한 판잣집 안에선 어린 코끼리가 옆으로 누운 채 곤히 잠들어 있다 자세히 보았다 15년 전 죽은 반가운 동생이다 더 자라고 둬두자 먹을 게 없을까 시인은 소년 시절에 어린 동생을 돌보다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잠깐 놓쳐버.. 산행기/2018산행 2018.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