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플러스 신낙남으로 마무리하다 (신어산, 10/7) 오래 침묵한 뒤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오래 침묵한 뒤에 하는 말: 다른 모든 연인들 멀어지거나 죽었고, 싸늘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 위에 드리웠으니 우리 이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말하고 또 말함이 옳으리라: 육체의 노쇠야말로 지혜; 젊은 날에 우.. 산행기/2018산행 2018.10.09
가을 지리 반주기 2 (10/1) 자(針尺) -김수영(1921~1968) 가벼운 무게가 하늘을 생각하게 하는 자의 우아(優雅)는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재어볼 수 있는 마음은 아무것도 재지 못할 마음 삶에 지친 자여 자를 보라 너의 무게를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다 잴 수 있을 것 같은 '자'는 우아해 보인다. 그러나 땅 위에 그런 .. 산행기/2018산행 2018.10.09
가을 지리 반주기 1 (9/30~10/1) 벼랑의 나무 -안상학(1962~ )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깎아지른 벼랑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있다. 한 번도.. 산행기/2018산행 2018.10.09
1일 2산 가기 (안산-인왕산, 9/22) 철새 -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 가을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 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대장간의 백치 아이가 재빨리 그 소리를 알아듣고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철새들은 추위를 .. 산행기/2018산행 2018.09.22
낙남정맥 졸업산행 (김해묘원-활천고개, 9/16)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박형준(1966~ )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항상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타인들 속에 석탄처럼 묻혀 있습니다 천 년 뒤에나 윤기 날 듯 오늘도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먼지 띠로 반짝입니다 저녁이 온통 푸를 때마다 얼음장 밑 식물처럼 사방에서 반짝이는 먼지 띠들은 나.. 산행기/2018산행 2018.09.18
공주와 무수리 우면산 가기 (9/9)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1902~1963)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 산행기/2018산행 2018.09.09
다시 낙남으로 (비실재-여항산-봉곡마을, 9/2) 숲을 바라보며 -이수익(1942~ ) 내가 내 딸과 아들을 보면 그들이 늘 안심할 수 없는 자리에 놓여 있는 그런 내 딸과 아들이듯이, 나무가 그 아래 어린 나무를 굽어보고 산이 그 아래 낮은 산을 굽어보는 마음이 또한 애비가 자식을 바라보듯 그런 것일까. 문득 날짐승 한 마리 푸른 숲을 떨치.. 산행기/2018산행 2018.09.03
혹서기 산행이 훈련 산행으로 (고양산-아미산, 8/19) 꼬리 -고성만(1963~ ) 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산행기/2018산행 2018.08.21
걷기 마지막 날 일월산 가기 (8/10) 별 -신경림(1936~ )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안경으로 시력을 .. 산행기/2018산행 2018.08.16
지리 백-대종주 (7/29-31) 3 다섯에 대하여 -서안나(1965~ ) 막내 동생을 지우지 못하겠더란 어머니의 말 새끼손가락이 저려 오는 다섯이라는 말 내가 사는 빌라 흰 기저귀 펄럭이는 옥탑방 도면에도 없는 이마 순한 어린것의 붉은 잠투정을 너끈히 들어올리는 오층이란 말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던 .. 산행기/2018산행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