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공주 생일 파리 (4/27) 철들다 -최서림(1956~ ) 안다는 것은 아픈 일이다 오며 가며 낯이 익은 노점상 부부가 있다 연 3일 내리는 봄비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개업 몇 달 만에 문을 닫고 만 단골 싸릿골영양탕은 또 어디에다 자리를 펼쳤는지, 철든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무서운 일이다 꺾일 대로 꺾였을 때 비로..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4.30
다시 땅끝에서 시산제 지내기 (계라리고개-작천소령, 4/21) 은산철벽(銀山鐵壁) - 오세영(1942~ ) 까치 한 마리 미루나무 높은 가지 끝에 앉아 새파랗게 얼어붙은 겨울 하늘을 엿보고 있다. 은산철벽(銀山鐵壁), 어떻게 깨트리고 오를 것인가. 문 열어라, 하늘아. 바위도 벼락 맞아 깨진 틈새에서만 난초 꽃 대궁을 밀어올린다. 문 열어라, 하늘아. 눈 ..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4.22
뒷동산 꽃이라도 대충 피진 않더라.. (모락-백운산, 4/14) ‘남해 보리암에서’ - 김원각(1941~ )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천년, 만년, 그 너머 먼 세월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가는 남해 금산. 그 위에 세운 절 하나 기도발 영험하여 누군 왕도 되고..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4.14
앨범 전달을 빙자한 모임 (4/9) 통화권이탈지역 -고형렬(1954~ ) 문득, 통화권이탈지역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소란한 세상을 닫아건 잎들의 무늬를 읽는다 그대 잠시 두리번, 결락된 감각을 찾는가 소리 없이 엽록체의 통화권이탈지역은 동물들의 울음과 이동이 찍히지 않는 영토 이 영역은 우리에게 불가침지역에 해당하..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4.10
빛의 땅 광양에서 진달래 즈려밟고 호남정맥 졸업하기 (토끼재-망덕포구, 4/7) 바람 부는 날이면 - 황인숙(1958~ )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나는 황인숙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구름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것 같고, 포근하고 때로는 뜬금없이 유쾌하다. 그런..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4.08
청춘열차 타고 생일 파리하기 (3/31) 일기 -안도현(1961~ )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4.04
북한산 맛보기 산행 2 (소귀천-아카데미하우스, 3/24) 바람 부는 날이면 - 황인숙(1958~ )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나는 황인숙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구름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것 같고, 포근하고 때로는 뜬금없이 유쾌하다. 그런..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3.24
북한산 맛보기 산행 1 (숨은벽을 찾아서, 3/23) 백년 묵은 꽃숭어리 -정끝별(1964~ ) 반백년하고 반의 반백년을 묵은 늘어진 뱃가죽이 첩첩이 접혀지는 수평선 엄마는 한 손으로 수평선 한자락을 처억 들어올려 초록 이태리타올로 쓰윽쓰윽 문지른다 처억 맨 밑자락을 들어올리면 흰 거품에 뒤덮인 꽃무리 밑에 밑자락까지 사태져 튼 살..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3.24
동마를 포기하고 호남으로 (황전터널-한재, 3/17) 꽃이 피는 너에게 - 김수복(1953~ ) 사랑의 시체가 말했다 가장 잘 자란 나무 밑에는 가장 잘 썩은 시체가 누워 있다고 가장 큰 사랑의 눈에는 가장 깊은 슬픔의 눈동자가 있다고 봄나무에게서 꽃이 피는 너에게꽃이 피어서 몸이 아프다고 했던가. 시인은 봄나무에게서 피는 꽃의 아름다움..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3.18
오랫만에 산에 온 친구 개고생 하던 날 (북한산, 3/16)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1941~ )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