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백두대간생태탐방1 (7/27~8/1)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함민복(1962~ )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련(柱聯)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8.07
동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7.24~25, 제천 여행) 피아노 연습곡 하농 - 남궁선(1973~ ) 철조 담장에 장미 가시가 상해 가는 오월 장미 넝쿨 길 따라 집으로 간다 잠원역 화장실 변기에 점심 도시락을 쏟아 붓고 아파트 단지를 벌써 여섯 바퀴 담장이 피로 물드는 맑은 오후 엄마 담은 가방이 무거워 학교에 갈 수 없지 도미파솔라솔파미 레..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7.25
영춘지맥 첫발을 내디디다 (소주고개-군자리고개, 7/21) 반대말들 -이장욱(1968~) 오른쪽의 반대편이 사라질 때 먼 곳에서 나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 회색으로부터 검은빛과 흰빛을 나눌 때 오늘의 반대말은 무슨 요일인가? 너의 반대말은 누구인가? 복잡한 예감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하지만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칼을 만지작거린다면 밤..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7.22
우중 육봉가기 (관악산, 7/14)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 이제니(1972~ )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달콤 달콤 부풀어 오른다 달콤 달콤 차고 넘친다 액체에게 마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고백을 하고 돌아서서 만다린 주스 고..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7.21
승경훈 플루트 독주회 (7.17) 음악 선생님 또랑또랑 - 허수경(1964~ ) 또랑또랑 걷던 여자 구두 뒤축이 닳아도 또랑또랑 걷던 여자 장딴지에 끓는 물에 덴 자국이 있어 스타킹을 신어야 했던 여자 언제나 치마를 입고 싶었던 여자 그 여자가 들고 가는 가방 속에는 릴케의 시집이 있고 포도줏빛 루주가 들어 있고 주소록..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7.17
고생 끝에 천국, 땅끝 졸업하다 (7/7)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1955~ )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7.08
이감탄 숙원사업 수락산 가기 (6/29) 슬픈 빙하시대 5 - 허연(1966~ ) 잉글랜드 축구 3부 리그 수비수가 날 울릴 때가 있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MRI 찍는 통 속의 고독을 견디는 구순의 노인이 날 울릴 때가 있다. (…) 누군가와 일요일 아침 식은 밥을 물에 말아 먹고 싶다고, 겨울 내내 촌스러운 화장을 하는 여자. 카운트는 끝나 ..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6.29
불금 대학로에 가다 (6/29)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1952~ )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6.29
가다 보니 너무 많이 갔나보다.. (청계~모락산,6/22) 다시 하얗게 - 한영옥(1950~ )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가르며 기차 지나가는 소리, 영락없이 비 쏟는 소리 같았는데 또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깔고 저벅대는 빗소리, 영락없이 기차 들어오는 소리 같았는데 그 밤기차에서도 당신은 내리지 않으셨고 그 밤비 속에서도 당신은 쏟아지지 않.. 산행기/2013산행일기 2013.06.24
공연 보던 날 (6/19) 여류작가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관(老年觀)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다음은 노년의 박완서씨가 썼던 글입니다. "나..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