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이선관(1942~2005)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 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 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 산 이외.../2010일기 2010.07.01
작은 행운 (6/30) ‘나무와 새는’ -정갑숙(1963~ ) 나무는 비에 젖을 수록 빛깔 고운 잎을 피우고 새는 비에 젖을 수록 소리 고운 노래를 부르고. 이 시가 실린 동시집은 아주 정겹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순수한 그림을 곁들였기 때문이다. 어린 화가가 읽은 이 ‘시의 그림’에서 새는 동그란 눈을 하고 날개를 높.. 산 이외.../2010일기 2010.07.01
2010 류별로 본 우리 춤 (6/10) 완화삼(玩花衫) - 조지훈(1920∼ 68)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산 이외.../2010일기 2010.06.11
아이스쑈 관람기 (6/5) 입술 - 이성복(1952~ )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움이 크.. 산 이외.../2010일기 2010.06.08
둘레길 걷기-선유도 공원 (6/5) ‘공손한 손’ -고영민(1968∼ )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그림 한 장이 떠오르지 않는가. 모두들 공손히 손을 내밀고 밥그릇 뚜껑의 따스함을 즐기고 있.. 산 이외.../2010일기 2010.06.08
점포정리 (5/29) 코르셋 - 이규리(1955~ ) 꽉 조인 하루가 있어요 그대는 내게 소화불량이거나 체지방이에요 그대를 만나러 가는 날에는 아랫배가 긴장해요 내가 코르셋을 입는 것은 물컹물컹 그대에게 다가가는 말을 살 속에 죄어 놓는 거지요 쑥 비어져 나오는 추억들도 팽팽히 눌러놓지요 꽉 찬 엘리베이터 속처럼 살.. 산 이외.../2010일기 2010.05.31
둘레길 걷기-사육신공원 (5/29) ‘등’-이도윤(1957~ ) 새끼들이 모두 떠난 사람의 쭈그러진 늙은 등은 허전하여 바라볼수록 눈물이 난다 위대하여라 등이여 이 땅의 모든 새끼들을 업어낸 외로움이여 감자 고구마 캐고 난 빈 밭, 벼 베며 비어가는 들녘. 한 해 농사 바리바리 아들 딸 싸주고 돌아서는 부모의 허전하게 휜 등. 가을걷이 .. 산 이외.../2010일기 2010.05.31
하염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일찍 귀가길에 오르다 (5/22) ‘그리움’ - 김일연(1955∼ ) 참았던 신음처럼 사립문이 닫히고 찬 이마 위에 치자꽃이 지는 밤 저만치, 그리고 귓가에 초침 소리 빗소리 우리 한국어 참 맑고 그윽하고 아름답지요. 잘 응축된 시조 한 수로 보니 이어지기도 하고 툭툭 부러지기도 하는 운율, 맑은 소리에 살짝 씌워진 의미.. 산 이외.../2010일기 2010.05.25
졸업 연주회 (5/18) ‘즉흥시’-김형영(1944∼ ) 당신이 쓰는 시는 아침마다 새로 피는 꽃, 그 꽃에 취해 말문 닫아걸고 나는 밤새도록 당신이 꾸는 꿈에 마음 부풀어 어느새 텅 빈 부자, 알몸으로 눈 뜨는 알토란같은 알부자! 하느님 영성 깃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시를 쓰니 몸과 마음 한결 여유롭고 시들도 자신을 닮아간.. 산 이외.../2010일기 2010.05.20
둘레길 걷기-국사봉을 향해서 (5/1) 미래의 시인에게 -박희진(1931~ ) 어디서인지 자라고 있을 너의 고운 수정의 눈동자를 난 믿는다 또 아직은 별빛조차 어리기를 꺼리는 청수한 이마의 맑은 슬기를 너를 실은 한 번도 본 일은 없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을지도 몰라 얼음 밑을 흐르는 은은한 물처럼 꿈꾸는 혈액이 절로 돌아갈 때 오 피.. 산 이외.../2010일기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