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회-남산에 올랐어라 (4/29) 나무 사이에 소리가 있다 - 조용미(1962 ~ ) 나뭇잎 하나하나가 다 귀가 되어 한 곳을 향하고 있다 키 큰 나무들, 오동나무와 대나무와 뾰족하고 잎사귀 많은 비파나무들, 어둑한 날 그들의 손에 온순하게 갇혀 있는 그토록 사나운 짐승인 바람은 사각사각 내려앉고 있는 달빛 물어뜯으려 숨을 고르고 있.. 산 이외.../2010일기 2010.05.01
둘레길 걷기-국립 현충원 (4/17) 너무 늦은 생각 - 박라연(1951∼ ) 꽃의 색과 향기와 새들의 목도 가장 배고픈 순간에 트인다는 것 밥벌이라는 것 허공에 번지기 시작한 색과 향기와 새소리를 들이키다 보면 견딜 수 없이 배고파지는 것 영혼의 숟가락질이라는 것 모든 절정은 혼신을 다하는 순간에 트인다는 것, 그러므로 진정한 아름.. 산 이외.../2010일기 2010.04.20
동물원 콘서트 (4/8) 쨍한 사랑 노래 - 황동규(1938 ~ )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 산 이외.../2010일기 2010.04.10
둘레길 걷기-까치산 (4/3) 산다는 것/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 산 이외.../2010일기 2010.04.05
동성식당 (3/31)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정일근(1958~ ) 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 산 이외.../2010일기 2010.04.02
황사를 뚫고(!) 낙산 넘어 길상사에 가다 (3/20)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1960~ ) …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 산 이외.../2010일기 2010.03.22
금요일에 (2/26) 명궁(名弓) -차주일(1961~ ) 봄은 겨울에 잠입한 궁사이다 길을, 강을, 산맥을 활줄로 끌어당겨 그러쥔 첫눈은 굽은 곳에 모여서 주먹으로 언다 봄의 손아귀 아래 촉을 벼린 채 허공을 겨눈 민들레 한 뿌리 탄력을 장전한 화살처럼 떨고 있다 맨 먼저 얼어 맨 나중 녹는 탄력으로 맨 먼저 축.. 산 이외.../2010일기 2010.02.27
비 때문에 관광모드로 (미륵사지, 2/25) ‘제망매가(祭亡妹歌)’ -월명사(신라 경덕왕 때 승려) 삶과 죽음 갈림길 여기 있음에 두려워하여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 극락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도(道) 닦아서 기다리겠.. 산 이외.../2010일기 2010.02.26
북촌 둘러보기 (2/20) 강변 - 감태준(1947∼ ) 마주 서서 바라보는 산과 산 사이 강이 흐르네 지칠 줄 모르는 긴 물결이 산을 한없이 강변이 되게 하는 강 하늘이 보면 우리 사이에도 강이 있으리 좁혀 앉고 당겨 앉아도 한참 더 당겨 앉고 싶은 거리가 나를 강변이 되게 하네 꽁꽁 언 강물 풀리는가 싶더니 이번 입춘 한파로 다.. 산 이외.../2010일기 2010.02.24
[스크랩] 5주년 블로그 생활기록부 산무수리님, Daum 블로그가 시작한 지 5주년이 되었습니다. 2004년 06월 23일 개설하신 후 2059일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59 개설일 2004년 06월 23일 오후 08:31 이었습니다. 첫 글 불러주는 곳이 너무 많아서.... / 2004년 06월 25일 오전 08:40 첫 댓글 가을빛세상님 "미리보는 설악이네요..가을빛 도 .. 산 이외.../2010일기 201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