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고 늦은 사월 사방이 수초처럼 젖어 있어 까닭 모를 내 그리움 그 속 깊은 곳까지 젖고 있다. 문득 젖은 알몸으로 다가서는 뜰 앞의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들은 그저껜가 그그저껜가 계단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던 그녀의 치마폭처럼 자줏빛 지울 수 없는 자줏빛이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하필이면 네 꽃이름이 박태기인가 아무렇게나 불리워진 네 꽃이름으로 인하여 나는 지금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어린 시절 마른 수수깡 팔랑개비처럼 가벼워진다. 그리움은 젖을수록 가벼운 날개를 다는가 내 가슴은 지금 그 모순을 접어 만든 팔랑개비 누가 작은 바람끼만 건네도 천만 번 회오리치며 돌아버릴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가벼움 속으로...... 나는 지금 그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네 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