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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달살기 14 (몽파르나스 타워, 3/21)

임두고 늦은 사월 사방이 수초처럼 젖어 있어 까닭 모를 내 그리움 그 속 깊은 곳까지 젖고 있다. 문득 젖은 알몸으로 다가서는 뜰 앞의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들은 그저껜가 그그저껜가 계단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던 그녀의 치마폭처럼 자줏빛 지울 수 없는 자줏빛이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하필이면 네 꽃이름이 박태기인가 아무렇게나 불리워진 네 꽃이름으로 인하여 나는 지금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어린 시절 마른 수수깡 팔랑개비처럼 가벼워진다. 그리움은 젖을수록 가벼운 날개를 다는가 내 가슴은 지금 그 모순을 접어 만든 팔랑개비 누가 작은 바람끼만 건네도 천만 번 회오리치며 돌아버릴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가벼움 속으로...... 나는 지금 그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네 꽃이 ..

먼나라 이야기 2024.05.01

프랑스 한달살기 13 (몽생미셸, 3/20)

이진명 베란다 창이 가른 검은 그늘의 안쪽에서 바깥의 찬연한 햇빛 속, 잔꽃송이들을 새빨갛게 뭉쳐 매단 명자나무를 익히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명자야, 하고 불러버렸다. 외로움과 시름이 탕, 깨어나더니 명자야. 뭐하니. 놀자. 명자야. 우리 달리기 하자, 돌던지기 하자.숨기놀이 하자. 명자야. 나 찾아봐라. 나 찾아봐라. 숨어라. 나와라. 나와라. 베란다 창이 가른 검은 그늘의 안쪽에서 바깥의 찬연한 햇빛 속, 잔꽃송이들을 새빨갛게 뭉쳐 매단 명자나무를 익히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명자씨, 하고 불러버렸다. 외로움과 시름이 땅, 달려나가더니 명자씨. 우리 결혼해. 결혼해주는 거지. 명자씨. 우리 이번 여름휴가 땐 망상 갈까.망상 가자. 모래가 아주 좋대. 명자씨. 망상 가서, 망상 바다에 떠서, 멀리 멀리로. ..

먼나라 이야기 2024.05.01

프랑스 한달살기 12 (라파에트~에펠탑, 3/19)

김종제 캄캄한 어둠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어 꽃도 나무도 눈을 번쩍 떴으니 새벽, 당신이 스승이다 얼어붙은 땅속에 숨쉬고 맥박 뛰는 소리를 던져주어 온갖 무덤의 귀가 활짝 열렸으니 봄, 당신이 스승이다 정수리를 죽비로 내려치며 한순간 깨달음을 주는 것은 말없이 다가오므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놓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부딪혀 배워야 하는 법 흘러가는 강물과 타오르는 횃불과 허공에 떠 움직이지 않고 바닥을 응시하는 새와 제 태어난 곳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어가는 물고기도 감사하고 고마운 스승이다 죄 많은 우리들 대신에 십자가에 사지를 못박히는 일과 생을 가엾게 여기고 보리수나무 아래 가부좌하는 일이란 세상 똑바로 쳐다보라고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 라파에트 오픈런  이번 여행 미션 중 샤넬백 구입을 ..

먼나라 이야기 2024.05.01

프랑스 한달살기 11 (라발레 빌리지 아울렛, 3/18)

박인혜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우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일단 뮤지엄 패스는 나름 알뜰하게 사용했고 오늘부터는 패스에 매이지 않고 그야말로 자유로운 시간.여기까지 왔는데 아울렛을 가줘야 한다는데 동의해 아침 먹고 나비고 충전 (사람이 없어 기계에서 무사히 충전 성공) 을 했고 환승해 RER A 선 타고 이동. 기차..

먼나라 이야기 2024.04.30

프랑스 한달살기 10 (빌라 사보아~라 데팡스, 3/17)

이상복 죽음은 삶의 먼 반대편에서 서성이며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내가 삶의 비릿한 고통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꼭 그만큼의 거리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지느러미를 흐느적거리니 정라항 포구에서 처음 먹어본 곰치국은 곰치의 살이 부드럽다 못해 흐물거렸다 순두부처럼 몸의 살이 흐물흐물 풀어져 줏대도 없이 높은 곳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한없이 낮게 구부리며 예, 예 하고 밑으로 흐를 줄만 아는 내 옆, 누군가의 그 물의 성향을 많이 닮았다 울긋불긋 각종 양념으로 얼큰하게 끓여온 동해 바다, 한 그릇 곰치의 뼈와 살이 다 풀어진 수평선을 조심스럽게 헤집으며 떠먹으며 그의 본래의 모습은 어디 있나(나의 모습은 또 어디 있나) 끝내 (못 다한 말이 있다는 듯) 입을 크게 주..

먼나라 이야기 2024.04.30

프랑스 한달살기 9 (피카소 미술관~생트 샤펠, 3/16)

진상록 백자(白磁) 꽃분 속에 자태 고운 붉은 영산홍  아침이슬 마시며 따스한 입김으로 태어나  당신 숨결 닮은 꽃으로 피어났네  어느 아침 푸른 바람에 묻어 온 씨앗 하나  뿌리 사이사이 잔가지를 비집고  새로이 돋아나는 괭이밥풀  투박한 내 심성을 닮은 풀꽃으로 피어났네  영산홍 뿌리보다 더 깊은 잔뿌리를 내리며  솜털 많은 등줄기를 타고 어깨 너머까지  연초록 소망을 싣고 숨 고르며, 숨 고르며 오르는데  어린 바람에도 휘어지며 땅바닥에 누워버리는  그러나, 부러지지 않는 연한 줄기 하나로  오늘도, 당신을 만나러  내일도, 당신을 만나러 가는 서른의 행복  해마다 당신 품에 나 안기어 살아가는 까닭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풀꽃 하나  당신의 붉은 피와 살을 나누어주며  아낌없이 보살피는 너그러..

먼나라 이야기 2024.04.30

프랑스 한달살기 8 (오르세~퐁피두 센터, 3/15)

김용화 하늘나라로 간 소녀들, 하늘나라는 심심하고 답답해 밤 사이 어른들 몰래 놀러 나왔다 담장 위에 벗어 놓고 간 어여쁜, 꽃신  오늘 점심은 김밥을 먹기로 해 하늘이 열심히 김밥을 쌌다.그리고 아침을 먹고 오르세 미술관으로 시작.  -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파 거장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센강변에 위치 해 오며 가며 많이 지나다닌 곳이다. 원래 역사였는데 몽파르나스 역이 생기며 방치되다 박물관으로 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시계가 두곳 있는데 이곳에서 인증샷이 나름 아름답고 시계사이로 내다 보는 경치도 좋았다.이 박물관 관람 방법을 1층을 보고 나서 4층으로 올라가 인상파 화가 작품을 보며 내려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이곳에는 우리가 학교 다니며 배운 고호, 고갱, ..

먼나라 이야기 2024.04.30

프랑스 한달살기 7 (베르사유 궁전, 3/14)

권달웅 복사꽃잎이 휘날린다.  마음 열어라. 마음 열어라.  미움도 노여움도 다 버리고  저 봄처녀들처럼 환하게 웃는  복사꽃나무 아래로 가  나비떼처럼 내려앉는 웃음소리  마음으로 받아라.  바람에 떨어진 꽃잎자리마다  초록 눈빛이 열린다.  마음 열어라. 마음 열어라.  복사꽃잎이 휘날린다.  오늘은 베르사유 궁전 가는날. 가깝지 않은 곳이라 시간 예약을 11시 쯤 한것 같다.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RER선으로 환승해 가는데 밖에 나갔다 다시 전철역으로 들어간다. 신기해 했다.아무튼 무사히 전철을 탔고 종점에서 내렸다. 아침이라 비교적 한갖진데도 사람이 많다.시간 예약한 곳에 가 들어가려는데 5명 중 제대로 입장권이 안 보여 기다리니 들여보내주어 겨우 들어갔다.들어가니 여기도 가이드팀이랑 온 사람들이 ..

먼나라 이야기 2024.04.29

프랑스 한달살기 6 (오랑주리~루브르 박물관, 3/13)

강기원양파 속 동심원호수에 돌을 던지듯양파의 마음속에누가 설렘을 던졌을까?작은 양파가여덟 겹의 동심원을 그리는 동안양파의 심장은 얼마나 두근거렸을까?그걸 안으로, 안으로만 감추느라양파는 저 홀로 점점 매워졌고그래서 또 누군가는꽁꽁 싸맨 양파의 마음을 쪼갤 때눈물도 대신 흘려주는 거지  오늘은 9:30 오랑주리 미술관, 3:30 루브르 박물관 예약 한 날이다. 오늘 점심으로 먹을 김밥 싼다고 순한공주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은 밥 먹고 바로 출발하기로 해 짐 싸들고 아침밥 먹고 출발. 비가 오지 않길 기대하며..... -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는 오렌지 나무라는 뜻이라는데 튈르리 궁전 안에서 오렌지를 재배하는 장소였다고.여긴 모네의 대작 수련 전시로 유명한데 뮤지엄 패스 중 예약 하고 가는 곳 중 하나에..

먼나라 이야기 2024.04.25

프랑스 한달살기 5 (개선문~로댕 미술관, 3/12)

박정만  비는 눈물같이 줄창 내리고 창은 보랏빛으로 젖어 있다. 나는 저 산쪽 외로운 한 사람을 생각하노라. 그대 생은 어디 있는가. 가고 없는 사람은 생각 말고 돌아올 사람도 생각지 말자.             한 떨기 풀잎을 바라보자. 그냥 그 뜻대로 지고 산천도 언제나 조용하게 저물었다. 인간은 다 어디로 갔나.  - 개선문 전망대  어제에 이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엄 패스를 쓰기로 한 날.우선 전철 한번 갈아타고 에뜨왈역에서 내려 지하 연결통로로 나가면 개선문으로 나갈 수 있다.개선문은 나폴레옹이 건립했는데 로마 예술양식이라는데 완성시 유배중이라 완성작을 못 봤고 유골만 개선문 아래를 지나 앵발리드 돔에 안치 되었다고 한다.  개..

먼나라 이야기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