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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여행기 3 (이브스키, 2/23~24)

자수정 휘영청 달 밝은 밤 강가에 세워 둔 솔잎 바람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징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의 어울림에 거리의 불빛은 강물 위로 내려온다 치렁치렁 엮어 놓은 푸른 솔가지에 한 해의 하얀 소망 문어발 되어 허공 끝에 나부낀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로 겨울 내내 쌓인 산 같은 그리움 산 같은 아픔의 서러움 타오르는 불 속에 함께 태워 버리자 오늘밤 연기 되고 재가 되어 하늘로 바다로 멀리멀리 사라지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살라 버리자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저 타오르는 솔가지에 이미 꺾어진 꽃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도 함께 태워 버리자 강물이 웃고 하늘이 웃고 땅이 비웃더라도 그리움에 젖고 아픔에 젖어 꺾어진 지난 세월 춤추는 저 불길 속으로 던져 버리자 이글이글거리는 저 불길 속으로 산 ..

먼나라 이야기 2024.02.28

가고시마 여행기 2 (가고시마 & 사쿠라지마, 2/22)

신현림 이불 틈으로 거친 바람이 들어왔다 이불 틈으로 구름이 들어왔고 잔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불 속으로 잠시 비가 내렸고 해가 떴다 이불 속에서 꽃이 자랐다 당신이 이 많은 걸 데리고 왔다 당신 사랑으로 이 많은 걸 얻었지만 이불만한 자유를 잃었다 당신 사랑마저 없었다면 이불조차 없었겠지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질 때까지 꿈의 포도알이 여물 때까지 손, 발을 벗어놓고 엉덩이와 가슴도 풀어놓고 당신의 따스한 회오리바람과 춤추다가 문을 여니 저녁밥향기가 나는 바다가 보였다 어제 부페식당에서 끝까지 먹고 방에 와 또 먹고 잤다. 아침 일어나 식당에 내려가 만나 아침도 부페식이지만 적당하게 먹고 8시반 나와 온천 연기 잘 나오게 사진 찍고 다나카상과 헤어지고 (토욜 공항에 나오신다고) 출발. - 에비고원코스 오늘..

먼나라 이야기 2024.02.27

가고시마 여행기1 (기리시마, 2/21~24)

강순 왼쪽 오른쪽 을 말할 때는 희망을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1.5평 안에 사는 희망을 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다른 꽃집들처럼 장미, 안개꽃, 후레지아, 국화, 카네이션 같은 것들만 있다고 상상하지 마세요 혹시 금강애기나리나 참나리난초 같은 꽃들과 만나게 될 지 모르잖아요 혹시 그 위로 날아다니는 호랑나비, 그 황홀한 무늬의 반짝임을 구경할 지도 모르잖아요 나비를 쫓아 달리다 보면 당신은 푸른 들판 위로 드러누운 뭉게구름이 되고, 그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칡덩굴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희망이란 말이 조금씩 자라서 당신은 페루 안데스산맥 위를 비행하는 콘도르가 되고, 그 독수리의 뼈를 예리하게 다듬어 산포니아라는 피리를 만들어 부는 인디오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1.5평짜리 의 희망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자..

먼나라 이야기 2024.02.26

새내기와 용마-아차산 가기 (2/20)

김준현 얼룩말은 검은 것과 흰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나는 어느 쪽일까? 얼룩말은 검은 창살에 갇힌 걸까, 흰 창살에 갇힌 걸까? 둘 중에 하나면 좋겠다고 이도 저도 아닌 얼룩말은 마치 내와 네 내가 좋아 네가 좋아 이 둘의 발음이 잘 구분 안되는 것처럼 얼룩말은 미로처럼 수많은 길을 가진 무늬 때문에 고민한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저 멀리서 얼룩말 무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모두 같은 고민을 가진 무늬들이 함께 다니며 힝힝, 먼지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나는 검은 말도 흰 말도 아니어도 좋은 말이라고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겠다고 코스개관: 용마산역 2번 출구-용마산 체육공원-용마정-정상-아차산-광나루역 (셋, 날이 많이 풀린줄 알았는데 은근 쌀쌀하던 날) 옷장 정리를 하다 손이 잘 가지않는 등..

2024년 산행기 2024.02.26

봄이 오나 봄 (청계산, 2/17)

박인걸 잔설이 산등성에 자리 잡고 2월이 아직 달력에서 머뭇거리는 겨울안개 자욱한 아침 산비둘기가 나를 부른다. 마을 뒷산을 오를 때 가끔 나뭇가지에 앉아 서툴게 퉁소를 연주할 때면 두성(頭聲)으로 맞장구를 쳤더니 얼어붙은 산길이 두려워 방안에 갇혀 지내는 나를 겨울 안부(安否)가 궁금했던지 이토록 애타게 찾고 있구나. 혈서로 맹세한 언약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세상 몇 번 만난 사인데 잊지 않고 부르니 고맙다. 코스개관: 인덕원역 2번 출구-이미마을-과천매봉-이수봉-청계산 맑은숲공원-주차장-중청계 (봄이 느껴지는 겨울, 셋) 나름 명맥을 유지해 주는 산행일이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청계산이 궁금하다는 넘버4 이야기를 들은것 같다. 어디서 출발할까 하다 사람 덜 붐비는 코스인 인덕원에서 셋이 만났다. 이..

2024년 산행기 2024.02.17

새내기 산으로 인도하기 (아차산, 2/12)

한광구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 쪽 길이 맞나요?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 생태공원-아차산보루-아차산-용마산 깔딱고개 쉼터-용마산 자락길-면목역 (포근해진 날, 넷) 명화가 요즘 분발하고 있다. 연휴 중 하루 시간을 맞춰 산나리와 함께 산에 가기로 했다. 혹시나 해 하늘에게도 연락하니 참석 한다고. 이런 저런 인적자원이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한번에 다 보여주면 안되는데... ㅎㅎ 아차산역에서 만나 상견례 하고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벌..

2024년 산행기 2024.02.13

호암산-삼성산 가기 (2/11)

정현종 네 눈의 깊이는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이다.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 없이 너의 깊이가 있느냐. 깊고 넓다 모든 표면이여. 그렇지 않으냐 샘물이여. 코스개관: 석수역-호암산 숲길공원-호암산-한우물-석구상-민주동산 국기대-장군봉-깃대봉 국기대-삼성산-삼성산 국기대-삼막사갈림길-염불암-안양유원지-관악역 (산행 하기 좋은 춥지 않은 날, 둘) 주말 가족모임과 당나귀 산행으로 나름 산행을 못했다. 설 연휴 중 하루 날을 잡으니 일욜 가능하다는 넘버4. 장공주에게 연락하니 스케줄 조정이 안되 불참 한다고... 아쉬운 마음으로 석수역에서 둘이 만났는데 오늘도 내가 늦었다.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팀이 바글바글하다. 오늘은 둘레길이 아닌 산으로 가기로 했는데 관악역에서 삼성산을 갈까 하다 욕심을 부려 석수역..

2024년 산행기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