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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정원 박람회 둘러보기 (5/23)

정일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꽃이 피었다 지는 슬픔 보다도 나무들이 바람에 우는 아픔 보다도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사랑하며 기다리는 것이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것이 내 사랑의 전부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라 흐르는 눈물 손가락에 찍어 빈 손바닥 빼곡하게 뜨거운 그대 이름 적어 보느니 내 손금에 그대 이름 새겨질 때까지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오늘 출근하는 날. 명화와 오후에 만나 북한산 둘레길을 가기로 했는데 상가집을 가야 한다고.그래서 한주 늦췄고 퇴근하고 뚝섬 정원박람회를 가 보기로.전철을 검색하니 하계역이 7호선이다. 중량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가다보니 녹천역 지나 중계역으로 가게 되었다.밥 대신 빵, 떡 등을 싸가지고 오긴 했지만 역사 내 분식집이 있어..

안산 자락길 걷기 (5/22)

김승기 에이 여보슈, 똥이라니요 내 몸에 흐르는 신성한 피 노란 색이 어때서, 구린내라도 난단 말인가요 당신네들 입 가볍게 놀리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안하무인으로 아무 때고 남 깔보는 버릇은 너무 지나치다 생각되지 않나요 당신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살듯이 이 노란 피로 이 땅에 뿌리 내린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당신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못 되는 그저 시덥잖은 풀이었던가요 당신들의 그 잘난 입맛 돋구는 쑥갓 상추 씀바귀 만삼 더덕 고들빼기 이들의 유액(乳液)은 또 뭐라 부를 건가요 고약하게는 부르지 않겠지만 궁금하네요 당신네들 몸 속의 붉은 액체만 피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요 내 얼마나 당신들의 착한 자연이 되어 헐벗고 허물어진 땅 깁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꽃을 피우는데, 그게 사랑 아..

북한산 비봉 가기 (5/18)

임영자  공허의 숙면에 든 그림자 날개를 폈다 접는 호랑나비 한 마리 한걸음에 다가선 바람은 모로 층이 나길 시작했다 길로 길을 막아선 말 물러서 후퇴하지 않은 회한 속에서 계절마다 자라나는 장미의 가시 나와 당신이 엇갈린 채 풍경은 열리지 않고 모서리의 빈틈마다 쏟아지는 숱한 질문들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뒤엉킨 세계 매일 네 탓으로 돌렸던 변명, 층층 쌓아둔 불안을 지울 때 스스로 껍질을 벗는 화살나무처럼 손이 바삭거린다 눈빛으로 설계된 허무한 꿈 낙심으로 눅눅해진 길을 깨운다 수천 번 소리를 내질러도 수평을 머금는 자세 할퀴고 간 얼굴 위로 다시 살아나는 눈들 둥글고 미끄러워 맨발로 설 수 없을 때 촉진하다라는 동사를 배웠다 직육면체 고백의 세계를 단숨에 빼든다 코스개관: 경복궁역 3번 출구-버스로..

중랑천 장미 (5/16)

박종영 봄이 열리고 있을 때,  꽃이 피는 순서는 누가 정할까?  계절의 주인, 바람에게 물었다  향기를 우선으로 하는지  아니면 꽃의 색감을 제일로 치는지,  제비꽃, 깽깽이풀, 노루귀, 변산바람꽃, 동강할미꽃,  더 아쉬운 대로  세월의 무게 곱게 내려놓는  산수유 노란 웃음을 맨 먼저 피게 하는지,  꽁꽁 닫힌 산골 물 수렁지게 녹아  살아남은 생명들의 기다림 속으로  노란 복수초 옷 벗는 소리를 으뜸으로 삼는지?  이 봄에 한없이 설레는 꽃핌의 순서,  초원과 바람의 길을 열고  그토록 지혜로운 향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모두 꽃인가?  오늘 퇴근을 장미도 볼 겸 우이천 따라 걷다 중량천으로 오니 장미가 보인다.내일부터 축제라는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아 줄서서 갈 지경.태릉입구역쪽으로 걸..

초파일 절밥 먹으러 가기 (관악산 6봉, 5/15)

김태원 첫 돌을 맞은 아기가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온다네 아기똥 아기똥 곱게 신은 미투리가 한 쌍의 나비 같다네 길가의 나무들이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모두들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네 얼굴도 만져 보고 덥석 안아도 보고 신이 난 아기는 어머니 손을 놓고도 넘어지지 않는다네 이 골목 저 골목 아기의 살내음 물씬 피어오르고 나무들마다 가지가지 축복의 꽃망울 내어달면 온 동네, 꽃사태 나겠네 맨발의 어머니 발걸음 더욱 바빠지겠네 코스개관: 비산동 산림욕장 입구-6봉 국기대- 8봉 국기대-불성사-서울대 수목원- 안양 유원지   초파일인데 비 예보도 있고 절밥을 먹고 싶어 명화에게 연락했는데 오라는 말이 없다.그냥 있자니 아쉬워 점심 무렵 배낭을 매고 캔커피 사고 출발.관양동 전망대 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많..

초파일만 생각했는데..... (5/14)

김꽃삽이 아침은 풀잎들에게 이슬밥상을 차려준다 점심은 수목들에게 햇살로 밥을 지어 먹인다 저녁은 달맞이꽃들에게 담백한 달빛 국을 떠먹여 준다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 들른다 삼시세끼 합을 맞추듯 삼각김밥을 산다 학교, 집, 학원 세변의 길이가 같은 줄도 세 내각의 크기가 같은 줄도 모르겠지만 나는 인생의 넓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심각김밥은 공식이 없어도 허기를 구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2분 만에 품에 안고 뎁혀 준 한 끼를 해변 없는 파라솔 아래 앉아 먹는다 먼 산위에 뭉게구름이 고봉밥이다 신발 밑에 떨어뜨린 몇 개의 밥알들이 새까맣다 와글와글 개미들의 잔칫상이다 외롭지 않다, 목이 메여도, 나는  4월 말부터 주 2회 시간강사를 나가게 되었다.화욜은 10:30 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목욜처럼 일찍 출..

안산 봉수대 가기 (5/12)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 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 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 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 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 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 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

김포 둘레길 가기 (5/11)

이상교  콕,콕,콕,콕,콕 빗방울 발꿈치는 뾰족하다. 콕,콕,콕,콕,콕 빗방울은 뒤꿈치가 입이다. 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 뭐라,뭐라,뭐라,뭐라,뭐라 우산 위에 떨어지면서 하는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다 버스 정거장까지 다 오도록 지치지도 않고 콕,콕,콕,콕,콕,콕,콕 뭐라,뭐라,뭐라,뭐라,뭐라. 오늘의 걷기 계획: 김포의 김포성당~한하운 묘~장릉~금정사와 금정산이었으나.....  4월 월롱산을 안내 해 준 여산이 5월에 김포 둘레길 간다고 사구회에 올렸다.그동안 바빠 못 온 명숙샘이 손을 들었고 정사부도 간다고 한다.혹시나 해 수산나네도 불러도 되냐고 하니 만나면 좋은거 아니냐고 해 부르니 오케 해 6명이 만나기로 했다.11시 김포역에서 만나 골드라인 처음 타고 김포북변역(?)에..

안산 자락길을 염두에 두었으나.. (5/5)

류종호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다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 것 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점 부끄러움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는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손주 보느라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심심이와 어렵게 날을 잡았다.헌데 비가 내린다.안산이라면 걷겠다더니 도착하니 비가 내려 신발이 젖어 안되겠단다.하긴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리긴 한다.독립공원에서는 행사용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비가 내리니 여기도 파리를 날린다.혹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