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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여행기 7 (waikoloa & 생파, 12/9)

신현림 겨울은 외투주머니에서 울고 추운 손들은 난로 같은 사람을 찾는다 오후의 저무는 해 아래 모두 깡마른 기타처럼 만지면 날카롭게 울부짖을 듯하다 싸구려 운동화처럼 세월이 날아가는데 생활은 변한 게 없고 아무도 날 애타게 부르지 않고 특별한 기억도 없다 어리석은 열망으로 뭉친 얼음덩이처럼 서로 가까워지는 일은 불가능한 듯 침묵의 물살에 떠밀려 가는 것이 강물빛이 변하고 벌써 늙어간다는 것이, 어두워지는 창공에 흰 백지장이 나부낀다 내 장갑을 누군가에게 벗어줄 기쁜 위안이 그립다 희망의 작은 손전등을 들어 내게 오는 자를 위해 길을 비춘다 나는 즐거운 타인이 있으므로 살아가고 삶은 그들에게 벗어나려 할 때조차 그들에게 속하려는 끝없는 노력이므로 감미로운 고통에 싸여 길을 비춘다 - 아침 산책 하루 일정이..

먼나라 이야기 2023.12.21

하와이 여행기 6 (kukio beach, coconut grove, 12/8)

오정국 나는 정동진(正東津)에도 가 보지 못한 채 시를 썼다 동강(東江)에도 가 보지 않고 시를 썼다 배롱나무도 모르고 시를 썼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목 디스크 걸린 시인이 되어 15년 만의 강추위로 인적 끊긴 밤, 시집을 읽었다 행간의 기쁨과 슬픔, 노여움으로 추위를 견뎠다 언 손이 풀려 담배 몇 개비 태우고, 무심코 팔 뻗어 거실의 문을 여는 순간, 영하 18도의 바람이 단숨에 책갈피를 넘겨 몇 줄의 시를 읽고 사라졌다 나는 언제나 추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시집을 읽었다 얼음 속의 물고기는 언제나 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 몸이 얼어도 죽지 않는 것들 결빙(結氷)의 한 시절을 견디는 것들 영하 18도의 바람이 결빙의 하늘 속으로 데려간 문장들이 있다 - 아침 산책하기 어제 하루 일과가 ..

먼나라 이야기 2023.12.20

완전체가 되어 송년산행 하기 (진해 장복산, 12/17)

신현림 너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도 괜찮아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알아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줄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 것도 아닌 슬픔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코스개관: 장복산 조각공원 (편백숲 주차장)-삼밀사 입구-장복산-덕주봉-안민고개 (수도권 제일 추운..

하와이 여행기 5 (힐로 가는길, 12/7)

여영현 내 눈에는 하얀 물고기가 산다 생각의 투명한 뼈가 하느작거렸다 당신이 항상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공중에 반짝이는 이 아름다운 부유물,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안과의사가 웃었다 비문증이라고 했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는 감옥 참 좋았다 오늘 약간의 비 예보가 있던 날. 멀리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고 아침은 오트밀, 감자 등 간단하게 먹었고 간식과 어제 카이 레스토랑에서 남은 피자, 나초 등을 싸고 출발. - waimea town (중간에 한번 쉬기) 힐로 가는 길이 멀다. 중간 한국으로 치면 휴게소인 와이메아 타운에서 쉬며 화장실도 들리고 kta supermarket에서 간식 한국의 새우깡, 자갈치에 목 아픈 백성을 위해 생강 캔디, 코코넛 캔디를 샀다. 이 마트 내에 한국식당인 ..

먼나라 이야기 2023.12.19

하와이 여행기 4 (커피팜 투어, 12/6)

김선우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나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길 날아온 늙은 잠자리 채머리 떠는 소리 멧돌 속에서 껍질 타지면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곤대며 어루만져 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 인사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 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는 소리 도마 위에 다갈빛 도토리묵 한 모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에 비로소 생겨난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 저토록 단단한, 오늘은 커피팜 가기로 한 날. 정은이네 아이들이 너무 일찍은 힘들것 같아 10시 체험을 ..

먼나라 이야기 2023.12.18

하와이 여행기 3 (푸우 호누아 오호 나우나우 국립역사공원, 12/5)

김종제 돌기둥이 결코 아니다 저 밑바닥의 화구(火口)에서 불로 솟아올랐던 마음이 얼음과 부딪혀 찰나(刹那)에 식어서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쇠처럼 굳어진 것이다 두 번 다시 부러지지 않을 것이니 별리로 가슴 아픈 이라면 한 번쯤 탐내고 싶은 마음 얻을 육모 방망이다 물 속에 뿌리박힌 심이다 단단한 중심이다 당신을 여기 서귀포 중문의 지삿개 석벽까지 오게 한 것은 저것이 내가 가진 마음이라고 불길을 이겨내고 허리 우뚝 세운 것이 꽃대궁 같지 않냐고 단지 한 사람만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섬 같아서 의심하지 말고 내 마음의 머리 위에 올라서라 그곳에도 꽃이 피고 새 날아와 앉아 있는 것을 부정하지 말아라 생은 가파르고 마음은 깎아지른 듯 해서 절벽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물을 딛고 선 저 뜻이 너무 애틋하지..

먼나라 이야기 2023.12.16

하와이 여행기 2 (코나 시내 관광, 12/4)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언니네 마당의 star fruit, 자르면 별 모양이 나타난다. -아침 산책하기 -아침 식사 한밤중에 깨서 서울 시간을 여기 시간으로 착각. 헌데 해가 안 떠 이상타 했더니 여긴 한밤중이라 다시 자다 일어나기.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 동네 산책하기. 집에서 아래로 내려가니 트레일이라 차가 안 다니는 길이 중간 중간 이어진다. 우리가 차를 타고 나갈 때 왜 ..

먼나라 이야기 2023.12.16

친구만나러 하와이 가기 1 (서울~코나, 12/3)

이옥진 꼬인 곳 바로 놓고 주름진 곳 펴서 차곡히 쌓는다 옷 속에 묻혀 온 고단한 시간의 땀냄새 흙냄새 기름냄새 향기나는 세제로 지우고 보송하게 마른 빨래를 개며 가족의 하루를 가늠해 보는 시간 힘내라 옷 위에 손길 한 번 더 얹는다 올 1월에 가려던 하와이 여행이 비행기표 사다 취소를 했다. 언제 가려나 싶었는데 예숙이가 딸네랑 하와이에 온다고 이왕이면 친구랑 놀고 싶다고 시간을 맞춰 보라고 했다. 명화까지 이젠 백수가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날을 잡았고 비행기표도 구입했다. 원래 계획은 세일러마가 가고 최박은 동업자랑 1달 정도 간다고 했었다. 헌데 세일러마 남편이 수술을 받게 되어 비행기표 취소 되었고 하와이 간다던 동업자는 네팔을 간다고 해 최종 최박이 비행기표 구입해 셋이 가게 되었다. 봄에 비행..

먼나라 이야기 2023.12.15

홍천 가리산 가기 (12/2)

정석주 해진 뒤 너른 벌판, 하늘엔 기러기 몇 점. 처마 밑 알록달록한 거미에게 먼 지방에 간 사람의 안부를 묻다 코스개관: 가리산 휴양림-무쇠말재-가리산-새득이봉-가삽고개-등골산-휴양림 (오전엔 눈발 날리고 흐렸다 개었다 한 바람 불고 은근 쌀쌀한 날씨, 넷) 일욜 하와이 가는지라 이번 산행은 토욜 하자고 하니 다들 오케 한줄 알았는데 막상 산행 공지가 뜨니 작가님이 선약이 있다고 결석계를 내셨다. 그럼 내가 죄송하니 원래대로 일욜 가시라고 하니 오늘 산행은 번개로 일욜은 월례 산행으로 관악산을 간다고. 더 미안하다. 아무튼 6:50 총무님 차를 타고 가는데 신천씨도 역시나 못 와 셋이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회장님과 만나 총무님 차로 이동. 가리산에 가니 썰렁하니 휴양림을 리모델링중인지 현재 운영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