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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아차산 가기 (11/27)

함진원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가슴 서늘한 미루나무,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초승달, 엄마 잃은 괭이갈매기, 또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눈 맞고 서 있다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물은 물대로 땅은 땅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강은 강대로 내일 기다리는 희망이 문 열고 있다 코스개관: 용마산역-체육공원-용마정-정상-아차산-광나루역 (셋, 조금 풀린 겨울날) 10시 용마산역에서 만나 오늘은 용마산부터 가기. 여기서 용마정으로 올라가는 길이 조금 짧고 수월하다. 정상 도착해 간식먹고 아차산으로 하산하니 그 어느때보다 산행이 빨리 끝났다. 닭한마리에서 닭볶음탕을 먹었고 근처 찻집에서 차까지 마시고 2차 약속 장소로 출발.

둘레길 배지도 받고 오봉도 가고 (도봉산, 11/26)

고영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치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중턱에 걸터앉아 그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천천히 손아귀로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려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한 장 종이가 내 밑을 천천히 지나간다 아, 부드럽게 읽힌다 다시 반으로 ..

아차산 시루봉 가기 (11/22)

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코스개관: 광나루역1번 출구-아차산 정상-깔딱고개-구리둘레길1코스-시루봉-한다리마을 (춥지 않았고 하늘은 좀 뿌옇날, 셋) 수욜 양평쪽 산행을 했는데 산나리가 겨울 동안 오마니와 함께 지내고자 구리로 만두 데리고 입성해 양평 집에는 이샘 혼자 지낸다고. 지난주는 내가 배신 때려 산에 못 갔고 오늘 산나리 오마니 노치원 가 계시는 동안 만나야 해서 아차산으로. 10시 이샘과 산나리 셋 만나 아차산 올라가는데 오랫만에 온 산나리는 정비된 아차산을 오랫만에 만나나보다. 오늘은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니 전에 못 받은 배지가 추가되었고 이 길도 나름 괜찮다. 평일인데도 날이 푹해서인지 생각..

독서모임 (플라멩코 추는 남자, 11/21)

우리 가을 사랑하자 / 김정래 사랑하는 사람아 이제 가을이 왔으니 우리 예쁜 가을 사랑하자 내 가슴속에 고이 묻어 둔 그리움의 얘기를 너에게 들려주며 너와 나 하나 되어 고운 사랑 나누고 싶다 달빛 흐르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 한잔의 커피와 함께 널 그리워하는 나 한낮의 뜨거운 여름날의 햇살 바라보며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내 고운 사람아 우리 가을 사랑하자 죽어도 좋을 만큼 후회 없는 사랑하자 서클 밴드에서 추천한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쉽게 읽히고 나름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청계천도 안 걸어봤다는 은샘. 참 별게 다 처음이다. 10:30 광화문에서 만나 청계천 걷는데 한쪽은 공사중이라 출입이 안된다. 아침엔 쌀쌀했는데 걸으니 추위가 가시고 더울 지경. 동대문에 가니 길을 막아놓아 ..

가을~봄 하루에 다 체험한 날 (장성 백암산, 11/19)

한 사람이 늙으려면 팀이 필요하다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6개월 전부터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비뚤어진 어깨를 바로잡고 ‘꺾이지 않는 허리’를 갖자는 연초의 다짐을 실행한 것. 어제는 단체 강습에서 상체운동을 하다가 어깨가 아파 포기했더니 끝나고 강사가 와서 말했다. “어깨가 안 좋으시면 병원 가서 치료받고 운동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맞는 말인데 마음이 쫄렸다.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유연한 몸으로 난이도 높은 동작을 잘도 소화하는 젊은 수강자들 속에 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나? 요새 나 빼고 다 하는 것 같은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 생각하면서 당근마켓의 동네 달리기 모임을 수시로 체크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늙은 아줌마가 왜 껴’라는 눈길을 받을까 ..

에브어이브 (11/14)

서정주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낳아서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가 저의 할머니 보고 빙그레 웃다가 반가워라 옹알옹알 아직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뭐라고 열심히 옹알대고 있는 것. 그리고는 하늘의 바람이 오고 가시며 창가의 나뭇잎을 건드려 알은체하게 하고 있는 것. 오늘 치과 가는날인데 명숙샘이 애기 옷 이쪽 올 일 있으면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치과에서 진료 대기하다 내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비몽사몽 하다 진료를 받고 나니 시간이 빠듯하다. 전화 해 약속시간 30분 늦췄고 부지런히 서달산 둘레길 걸어 숭실대역 황태촌에서 명숙샘 만나 점심 먹고 애기 옷 받고 차 마시고 친구 편의점 도착. 근무시간 좀 남았는데 마침 남의편이 와서 인사 하고 인계 하고 바로 옆 카페로 가네? 막내 동생이 새로 오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