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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에서 알바하기 (도봉산역-수유역, 12/21)

나태주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았던 겔까? 무슨 슬픔이 그리도 쌓였던 겔까? 누군가 돌아앉아 퍽퍽 울음 쏟고 있는 사람, 비어가는 가슴이여 휘어지는 나뭇가지여. 코스개관: 도봉산역 1번 출구-도봉산 입구-도봉옛길-방학동길-북한산우이역-왕실묘역길 스탬프-우이천-수유역 (오전 내내 눈 내리던 날, 둘) 출근하는데 눈이 내린다. 우산 쓰고 전철 타고 수유역에 내리니 뭔가를 나누어 주고 있다. 배낭 맨 날 보더니 산에 가져가 드시란다. 먹는건가? 학교 가 열어보니 도선사에서 나누어준 팥죽이다. 데워서 부장이랑 나누어 먹었다. 내일이 동지라고.... 눈이 많이 내려 차 가지고 온 사람들은 기어 왔단다. 시험 시간을 30분 늦춰 시작했다. 셤 감독하고 칼 조퇴해 나가는데 운동장에 학생들이 눈 가지고 노는 모습을 오..

독서모임 (어린왕자, 12/20)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 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 버려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당나귀 송년산행 (의왕대간 1, 12/18)

최연홍 12월은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 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엔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후에 함박눈 내리는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

회룡역에서 도봉산 가기 (12/11)

이철환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코스개관: 회룡역 1번 출구-회룡탐방지원센터-회룡사-사패산 갈림길-포대우회-신선대-선인봉 쉼터-도봉산 입구-도봉산역 (둘, 시계도 좋았고 산행 하기 좋은 날) 아주 오래 전 회룡사로 하산한 적이 있다. 계곡에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며 노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도봉산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이왕이면 안 가본 곳으로 가기위해 회룡역에서 만났다. 회룡역은 의정부 경전철 환승역으로 복잡하다. 장공주 회룡역이 있는줄도 몰..

안산 자락길 걷고 송년회 하기 (12/10)

강영은 놀란 흙 밖에 서 있는, 나는 노을을 들춘 마른번개,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당신을 붙들고 싶지 나는 자줏빛 스카프를 두른 여자, 당신의 목덜미를 휘감고 싶지 나는 무덤 속의 고요, 눈썹 아래 당신을 끌어안지 나는 어두운 숲 속의 은사시나무, 바람의 귓바퀴에 대고 속살거리지 나는 한낮의 어지러움, 촘촘히 볼우물에 고이지 나는 젖몸살 앓는 싹눈, 나풀거리는 몸짓으로 말하지 나는 독침, 말랑거리는 바닥에 착지하지 나는 높새바람, 당신의 쇄골, 부드러운 능선을 파고들지 나는 저장해둔 감자, 당신의 심장부에 핀 푸른 솔라닌, 치명적인 꽃이지. -1부 행사: 안산 자락길 걷기 (5명) 지난달 영미 사무실 시네라처 방들이 전 인왕산 산행을 했고 헤어지며 오늘 송년회를 하기로 정했다. 1부 행사로 안산 자락길을..

당나귀가 수리산을? (12/4)

박종학 마침내 달랑 한 장 그렇지만 마지막은 싫어요 처음 시작이라 불러 주세요 차가운 손길 하지만 마음만은 아니랍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입니다 나를 보면 행복해 합니다 나를 보면 추억으로 여깁니다 나를 보면 삶을 느낍니다 나는 행복입니다 나는 추억입니다 그래서 나는 12월입니다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과 함께 외로운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한해를 뒤돌아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기쁨의 합창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지막이 아닙니다 나는 희망이고 기쁨이고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는 12월입니다 코스개관: 수리산역 2번 출구-도장초-무성봉-임도5거리-슬기봉-슬기봉 쉼터-태을봉-태을봉전망대-관모봉-관모쉼터-명학바위-명학역 (은근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