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76

당나귀, 광명에서 놀다 (도덕산~서독산, 2/5)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코스개관: 철산역 2번 출구-도문산-도덕산-흔들다리-구름산-광명동굴-가학산-서독산-안일초등학교 (9:40~16:50, 따뜻한 겨울, 당나귀 6명) 분명히 9시 만나는걸 알고 있는데 정작 검색은 10시로 해 9시 차를 타면 되는줄 알고 널널하게 있다 왜 안가냐는 남의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난다. 뛰쳐 나가 3번 버스를 타고 가니 시간이 더 걸려 범계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30분이나 늦어 철산역에 겨우 도착. 미리 신고해 찻집에 가 계시라니 편의점 앞에서 커피 한 캔씩 마시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총무님 시계 풀어놓기. 오늘은 여성용 예쁜 시계로 각자 2~3개씩 챙기고 출발..

서울 둘레길 걷기 (고덕역-광나루역, 2/3)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코스개관: 고덕역 4번 출구-고덕산-선사유적지-한강 광나루지구-광진교-광나루역 (10:30~13:50, 쌀쌀한 겨울이지만 햇살은 봄같음, 셋) 원래 설악을 수욜 가기로 해 금욜 산에 가기로 했는데 목욜로 바뀌었고 금욜은 하늘도 참석할 수 있다고 해 수욜은 산으로 오늘은 둘레길 이어 걷기. 이쪽은 평지성 길이 많은지라 어제 긴 산행을 한 후라 뻗정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오늘 움직이면 근육통도 빨리 풀릴것 같아 집을 나섰는데 미쳤다는 산양.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집에서 걔길텐데 좋은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

동계 설악 가기 (2/2)

이정 처마 밑 고드름을 치고 가는 식전바람같이 뒷덜미 서늘한가 마른 시래기를 들추는 허기진 바람처럼 숨결 뜨거운가 된장찌개 졸아붙는 숯불 아궁이 방고래를 지나 굴뚝까지 다다를 수 있겠는가 무 껍질 벗기듯 제 살 도려내는 겨울바람 고드름 뚝뚝 부러지는 봄 햇살까지 갈 수 있겠는가 코스개관: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와선대-설악동 (9:00~16:45, 아침 쌀쌀했지만 날이 풀린 날, 둘) 작년 동계 설악에 도전했다 입산통제로 못 가고 막상 날을 잡으려니 여의치 않다. 구정 연휴 다음날 가려고 했으나 혹한으로 일단 연기했고 최종 2.2 설악을 가기로 했다. 입산통제는 아니었고 평일인지라 첫차를 타면 6:30 동서울발 버스를 탈 수 있다. 차표 예매를 했고 떡사고 샌드위치 한쪽 만들고 우유,..

관악산 가기 (2/1)

이영춘 남편은 부엌에서 마늘을 찧고 나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베란다에선 앵무새가 제 짝을 부르는지 죽어라 울어 대고 고요로운 햇살 두 볼을 만지작거리며 살곰살곰 거실로 발을 옮기는데 발길에 묻어오는 아침 나절의 햇살 풍경 풍경 속에서 칼도마 두드리는 소리 참, 맛있다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문원폭포-케이블카 능선-연주암-과천향교 (둘, 따땃한 겨울) 원래 금욜 산에 가자 했는데 금욜엔 하늘도 참석하기로 해 그날은 둘레길을 걸어야 해 오늘은 산에 가자 했다. 10시 청사역에서 만나 문원폭포로 올라가는데 평일임을 실감하는 한갖진 산길이다. 오늘은 짧게 가기로 한지라 폭포 지나 우측 능선으로 붙었다. 헌데도 힘이 들었다. 햇살 좋은 곳에서 커피와 쌀 카스테라를 먹었고 간간히 응달에는 눈이 남아있어 살 떨리게..

안동여행 2 (봉화 청량산, 1/29)

정연복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同居)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話頭) 하나 던지고 가지 코스개관: 입석-금탑봉-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하늘다리 갈림길-청량사-입석 (쌀쌀한 날씨, 셋) 아침 거제소녀가 청국장에 솥밥까지 한장 잘 차려서 밥 먹고 물 끓이고 간식 챙겨 나오는데 거제소녀는 겨울 바지와 등산화를 서울 친구가 빌려갔고 신샘은 아이젠을 빼먹고 왔다고..... 바지는 신샘 여벌이 있어 빌려주고 신발은 운동화 신고 신샘 차로 출발. 청량산을 2번 와 봤지만 워낙 예전이고 하늘다리 놓기 전이다. 신..

안동여행 1 (1/28~30)

고은영 한겨울 깊은 밤의 어깨를 빌려 가만히 서니 무력한 영혼의 외줄 하나 서럽다 나의 우주는 한파와 냉기로 가득하고 어떤 안부건 또는 사소한 희망 따위조차 동파되어 하강하는 막막한 허공엔 꿈의 분진들이 눈발이 되고 나의 눈에서 기화되어 간 눈물이 눈꽃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이 깊은 겨울의 외길에서 따스함이여 진실로 지금은 내 영혼이 어둠에 휩쓸리는 검불 같나니 고장 난 내 현을 뜯으면 굽이쳐 흐르는 냉기들은 안온한 평화를 그리나니 눈물 없는 집, 단단한 가슴을 지니고 살고 싶다 새벽 한기에도 가시지 않는 이 두꺼운 고독의 껍질 고독해질수록 외로움은 더욱 외롭고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쓸쓸함이 가중되는 변방의 슬픔 허방을 짚는 추운 나의 그늘은 차라리 눈발로 날리는구나 외로움이여 대답하라 그것은 그리움이라고..

일산에서 리사 생파 하기 (1/27)

박인걸 눈구름 한 점 없는 맨 하늘에서 차가운 기운이 쏟아진다. 머리맡에 둔 물 양재기 꽁꽁 얼었던 그 해 겨울보다 더 춥다. 추위에 굼뜬 비둘기가 차에 치였고 지하 주차장에 피란 온 길고양이 눈치만 본다. 쪼그만 새들은 멀리 도망치고 마당 옆 목련 나무는 체념의 빛이 역력하다. 한파 주의보는 종일 전파를 타고 제주에 발이 묶인 승객이 가엽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수시로 불어 닥친 맹추위를 견디었다. 새벽 네시에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교를 건넜고 하루 연탄 한 장에 목숨을 맡기고 세 식구가 그 해 겨울을 보냈다. 아이앰에프 외환위기에 내 영혼을 장대에 매달았고 한여름 내내 등골에는 찬 서리가 내렸다.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하던 밤 육십자 종탑에 기어올라 바람에 흩날리는 철판을 붙잡고 울었다. 영하 ..

눈 내리던 날 박물관 관람 (1/26)

김은식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낯선 거리를 이유도 없이 펑펑 쏘다니었소 발자취는 끝 간 데 없이 내 흔적을 미행하듯 찍고 또 찍는 일상의 발자국들 오늘은 그만, 따라오지 마라 혼자 걷고 싶은 날이거늘 하늘은 온통 잿빛에 홀연한 나는 내 그림자마저 벗어두고 길을 나섰나니 해도 달도 눈을 감고 모르는 채 눈만 펑펑 내리는 날 그동안 함께 했던 이들과 못 다 했던 일들과도 작별을 고하리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날은 이미 이별한 이들에겐 아득하게 더 멀어질 오늘을 용서해다오 지금은 하늘도 요량이 없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흰 눈만 펑펑 내리는데 미로 같은 세상을 하얗게 덮은 한 치 앞도 분간 없는 눈보라 속에서 여직 방황하던 세상 보는 눈을 이제 다시 뜬들 뭣하리 나는 아득한 자유의 종소리 언덕 너머로 걷고..

서울 둘레길 걷기 (수서역-방이동, 1/23)

권오범 대한추위에 잉걸불 가두어볼까, 하고 마음 거지중천에 투명 저인망을 사부자기 던져놓았더니 이글거리는 수면 박차고 오른 가창오리군단만 그물이 터지도록 잡혔다 떼거리로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내 맘대로 당겼다 놓았다 빠져나갈 수 없는 탄력에 다급해진 새들의 군무가 일사분란하다 해님이 용광로 엎질러놓고 허출한지 헤엄치고 놀다 불붙어버린 솜사탕 구름 한 무리 끌어당겨 먹고 하루를 마감했건만 아직도 회오리치는 이내 속 검은 그림자 코스개관: 수서역 5번 출구-탄천-장지천-성내천-방이동생태보전경관지역 (춥기 전 따뜻한 겨울, 셋) 원래 하늘이 24일 걷자고 했는데 날이 어마어마하게 추워진다고 해 염려를 했는데 23일 걸으면 어떠냐고 해 날짜를 변경. 설 전 장공주와 서울둘레길 관악산 구간을 걸었다. 스탬프북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