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모 가을여행1 (10/8~9) 형제간 -유용주(1960~ )겨울 신무산에서 고라니 똥을 만났다 쥐눈이콩처럼 반짝이는 무구한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완벽한 채식만이 저 눈빛을 만들 수 있으리라 쌓인 눈 위에 찍힌 황망한 발자국들…… 똥 누는 시간마저 불안했구나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눈 .. 산 이외.../2018일기 2018.10.10
서울 야간 산책 (9/20) 무지개 -윌리엄 위즈워스(1770~1850)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나 어릴 적에도 그러했고 어른인 지금도 그러하네. 늙어서도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에 이어지기를 무지개는 하늘의 다리이자 문.. 산 이외.../2018일기 2018.09.20
영등 3총사 (9/7) 길 -허영자(1938~ )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시련은 복일까. 지친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목에 깁스라도 한 듯 지나온 길을 차분히 돌아보지 못한다. 지금 가시밭길에, ‘돌팍길’에 서.. 산 이외.../2018일기 2018.09.09
외씨버선길 걷기 (봉화연결길~치유의 길, 8/9) 월식 -강연호(1962~ )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 산 이외.../2018일기 2018.08.16
봉화 외씨버선길 걷기 (8코스-보부상길, 8/8~10) 여백 -박철(1960~ ) 어둠을 밟으며 책장이나 넘기다가 되잖은 버릇대로 여백에 몇 자 적다가 아 시립도서관서 빌려온 책 아닌가 화들짝 놀라니 해가 떴다 식어가는 어깨 너머 창밖을 펼치는데 아 내가 그제 헌책방서 산 거지 두 번 놀라자 속이 쓰렸다 어느덧, 내 사랑 이리 되었구나 읽던 책.. 산 이외.../2018일기 2018.08.15
철사모와 우면산 둘레길 걷기 (6/24) 날개 2 -김용호(1912~1973) 사닥다리를 조심스레 하나하나 올라갔습니다. 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 어머니 나는 또 어디로 옮아가야 합니까? (…)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 누군가 <피에로> <피에로> 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산 이외.../2018일기 2018.06.28
철사모 봄 여행 2 (4/21~22) 봄비 - 김소월(1902~34)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소월의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공.. 산 이외.../2018일기 2018.05.02
철사모 봄 여행 1 (4/21~22) 벚꽃 십리 -손순미(1964~ )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내가 얼마나 불온한지 보여주려.. 산 이외.../2018일기 2018.05.02
거제 놀러가기3 (지심도, 1/13 그래도 날고 싶다 -이상국(1946~ ) 노랑부리저어새는 저 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가 여름을 나고 개똥지빠귀는 손바닥만 한 날개에 몸뚱이를 달고 시베리아를 떠나 겨울 주남저수지에 온다고 한다 나는 철 따라 옷만 갈아입고 태어난 곳에서 일생을 산다 벽돌로 된 집이 있고 어쩌다 다.. 산 이외.../2018일기 201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