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1 (그 섬에 가고싶다, 5/18~21) <행복 비타민> 윤보영 참 이상해 늘 자고 일어나면 그대 생각 먼저 하는 거 아니라고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야 매일 이렇게 시작해도 지금이 행복하니까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아침에 하는 그대 생각은 하루를 신나게 하는 비타민.. 산 이외.../2019일기 2019.05.23
생일파리 (5/16) 노숙 - 김사인(1956~ )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 산 이외.../2019일기 2019.05.16
안양천 벚꽃 나들이 (4/10) 보헤미안 광장에서 -김상미(1957~ ) 갑자기 내리는 비 그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 펼쳐지는 우산들 그러나 우산은 지붕이 아니다 아내 있는 남자가 남편 있는 여자가 몰래 잠깐 피우는 바람 같은 것이다 갑자기 내린 비가 멎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러니 사랑을 하려거든 진짜 돌이킬 .. 산 이외.../2019일기 2019.04.10
철사모 걷기 (화랑대역-당고개역, 3/16) 시의 시대 -이창기(1959~ ) 라면이 끓는 사이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를 꺼낸다. 무정란이다. 껍데기에는 붉은 핏자국과 함께 생산일자가 찍혀 있다. 누군가 그를 낳은 것이다. 비좁은 닭장에 갇혀, 애비도 없이. 그가 누굴 닮았건, 그가 누구이건 인 마이 마인드, 인 마이 하트, 인 마이 소울을 .. 산 이외.../2019일기 2019.03.17
리사 생파 (2/9) 페르소나 -장이지(1976~ ) 동생은 오늘도 일이 없다.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동생 몰래 정리해본 동생의 통장 잔고는 십오만 원. 서른세 살의 무명 배우는 고단하겠구나. 학교에서 맞고 들어온 이십여 년 전의 너처럼 너는 얼굴에 무슨 불룩한 자루 같은 것을 달고 있는데. 슬픔이 인.. 산 이외.../2019일기 2019.02.09
철사모와 첫눈 밟기 (11/24) 봄 -정끝별(1964~ ) 불 들어갑니다! 하룻밤이든 하루 낮이든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아지랑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정강이뼈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뜻한 것 지는 벚꽃 아래 목침 삼아 베고 누워 한뎃잠이나 한숨 청해볼까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예쁠 뿐! 불 들.. 산 이외.../2018일기 2018.11.26
영화 인생 후르츠 (11/14)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1933~1997)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 산 이외.../2018일기 2018.11.15
뉴욕 친구 귀국 모임 (10/27~28) 속수무책 -김경후(1971~ )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 산 이외.../2018일기 2018.11.05
선정릉에서 봉은사로 (10/17) 단풍 -박현수(1966~ ) 떨어진 불꽃은 손아귀를 가만히 오므린다 다음에는 하느님이 떨어질 차례란 듯이 단풍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 붉은 잎들은 닭발 같은데, 시인에게는 그게 불꽃으로 보였나 보다. 자연은 참 많은 은유를 선사해준다. 생명은 뜨거운 것이어서 단풍잎은 떨어져서도 여전히.. 산 이외.../2018일기 2018.10.17
철사모 가을여행 2 (10/9) 심해에 내리는 눈 -이수정(1974~ ) 바다엔, 한 생애를 지느러미에 맡기고 살던 것들이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마음인 채로 죽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는데, 흩어진 사체가 고운 눈처럼 내린다고 하는데, 구만 리 날고 싶은 눈 먼 가오리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 밑에 엎드려 수평선 .. 산 이외.../2018일기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