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 469

에브어이브 (11/14)

서정주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낳아서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가 저의 할머니 보고 빙그레 웃다가 반가워라 옹알옹알 아직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뭐라고 열심히 옹알대고 있는 것. 그리고는 하늘의 바람이 오고 가시며 창가의 나뭇잎을 건드려 알은체하게 하고 있는 것. 오늘 치과 가는날인데 명숙샘이 애기 옷 이쪽 올 일 있으면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치과에서 진료 대기하다 내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비몽사몽 하다 진료를 받고 나니 시간이 빠듯하다. 전화 해 약속시간 30분 늦췄고 부지런히 서달산 둘레길 걸어 숭실대역 황태촌에서 명숙샘 만나 점심 먹고 애기 옷 받고 차 마시고 친구 편의점 도착. 근무시간 좀 남았는데 마침 남의편이 와서 인사 하고 인계 하고 바로 옆 카페로 가네? 막내 동생이 새로 오픈한..

후원관람을 겸한 독서모임 (10/27, 싯다르타)

김지하 우주는 신의 몸 네 죄는 삼라만상을 사랑하지 않은 죄 사랑을 넘어 차라리 이젠 미물조차 공경하므로 용서받으라 또한 축복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어렵게 잡은 날. 창덕궁 후원이 이맘때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해 인터넷 예약은 실패하고 아침 하늘과 은샘이 둘이 일찍 만나 현장 예매를 해서 만나는 날. 10시에 후원 입구에 달려 가 겨우 시간 맞춰 입장을 했는데 아쉬운건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요즘 현장 예매가 100명까지 허용 되 무척 어수선 하다는것. 그것 빼고는 좋았다. 지난번 지인의 설명도 좋았지만 오늘 해설사도 차분하니 설명을 눈높이에 맞춰 잘한다. 문제는 1달도 안 지났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사실. 아무튼 한바퀴 돌아보고 나와 내친김에 창경궁까지 둘러보고 온실도 들어가 보고 ..

물소리길 넘어 친구네 집 가기 (오빈~아신, 10/3)

정재윤 사람은 운동을 해야한다고 특히 아침 운동이 건강에 최고라며 당신은 내게 아침운동을 하자고 제안을 했지. 당신 자신 있소? 아침운동 할 시간 있으면 아침에 미숫가루라도 한 잔 타 주지. 아침 식사 구경해 본지가 3년은 넘은 것 같아. 그런데 갑자기 웬 운동……. 며칠이나 하려고 그러나 운동 첫날 당신이 날 깨운 시각은 아침 5시 30분. 웬일이오? 난 6시쯤 당신을 깨우려고 했는데… 이번엔 뭔가 큰 결심을 했구료. 우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뛰기 시작했소. 애초, 동네 한 바퀴를 돌 계획이었지만 조깅을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당신은 비지땀을 흘리더니 고혈압으로 곧 터져 버릴 것 같은 붉어진 얼굴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한쪽 배를 움켜쥐더니 이내 더 뛰지 못한 채 땅에 주저앉고 말았소. 당신은 폭탄을..

하늘 생파하기 (9/13)

박병금 귀엣말처럼 피었누나 하얀 달빛 아래 부서져 수천수만 모여서 적막이다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수 꿈길 같은 사랑아 천리향처럼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복사꽃처럼 흩날려 뽐내지도 않으며 하얗게 피어오른 지상의 등불 온 들녘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수주웁게 피었네 아, 실바람 불어오면 가녀린 대궁 품에 안길 듯 너울거리는 그 모습이야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하늘이 곧 아들 만나러 상하이에 간다고 해 올해는 조금 일찍 만났다. 여산과 철모 오라방도 부르면 좋은데 오라방이 백내장 수술을 해 외출이 힘들다고 해 여학생끼리 만났다. 광화문 산채향 더덕밥에 오랫만에 갔는데 입구가 예뻐졌다. 예전 그집이 아니라 이전을 했다고. 어쩐지... 맛좋고 건강한 한정식을 먹었고 성곡미술관 카페에 가니 문을 닫았다. 바로 앞 카페에..

친구 따라 대전 가기 (9/8)

이재무 이 구수한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입천장을 살짝 데우고 한 바퀴 입속 헹궈 적신 뒤 몸 안으로 슴벅슴벅 들어가는 얼얼하고, 칼칼 텁텁하고, 매콤하며 씁쓸해하는 구성진 이것은 먼먼 조상 적부터 와서 여태도 우리네 살림을 떠나지 않고 있다 흐린 등불 아래 둥글게 모여 앉아 논밭에서 캐낸 곡물과 바다에서 난 산물과 산에서 자란 나물이 만나 우려낸 되직한 속정을 숟가락에 푹 퍼서 떠먹다 보면 바깥에서 묻혀온 냉기 햇살 만난 는개처럼 풀리고 사는 일에 까닭 없이 서느런 마음도 저만큼 세상의 윗목으로 물러나 있다 무구하고 은근하며 우직한 이것은 우리네 피의 설운 가락을 타고 온다 얼마전 '꿈꾸는 여행자' 사이트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당첨 되었다는 하늘. 친구가 알려줘 했는데 친구는 안되고 하늘만 돼 매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