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모와 힐링여행 가기 (천리포수목원, 4/26~27) 나무가 있는 요일 - 안현미(1972~ )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나고 비가 온다 투명한 벽 꽃피는 유리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나고 비가 온다 일렁이는 검은 강은 바람의 일기장 자신조차 모르는 가면의 가면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나고 비가 온다 헤매는 자의 영혼 나무의 뼛속에 꽂힌다 .. 산 이외.../2014 일기 2014.04.27
여산 사진으로 철사모 여행 (2/2~3) 고른 숨결의 사랑 노래 - 윤택수(1961~2002) 당신은 저가 싫다십니다 저가 하는 말이며 짓는 웃음이며 하다못해 낮고 고른 숨결까지도 막무가내 자꾸 싫다십니다 저는 몰래 웁니다 저가 우는 줄 아무도 모릅니다 여기저기 아프고 아픈 자리에 연한 꽃망울이 보풀다가 그쳐도 당신도 그 누구.. 산 이외.../2014 일기 2014.02.19
철사모 1박 힐링 여행기 (2/2~3)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 - 신경림(1935~ )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 더불어 숨 쉬고 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내 터를 아름답게 만들겠다 죽어간 것들을 위하여 이 땅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것들을 위하여 땅속에서 깊고 넓게 숨어 있는 것들을 위하여 언젠가 힘차게 .. 산 이외.../2014 일기 2014.02.03
철사모 송년회 (12/24)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 박상순(1962~ )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보라는 좋겠다. 폭설로 무너져 내릴 듯 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 폭설에 막혀 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 겨울 강은 좋겠다. 그런 폭설의 평원을 내려다보는 먼 우주의 별들은 좋겠다. 즐..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12.26
받을 복이 많았던 날 (11/24) 경이로운 나날 - 김종길(1926~ ) 경이로울 것이라곤 없는 시대에 나는 요즈음 아침마다 경이와 마주치고 있다. 이른 아침 뜰에 나서면 창밖 화단의 장미포기엔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영글고, 산책길 길가 소나무엔 새 순이 손에 잡힐 듯 쑥쑥 자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항다반으로 보..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11.27
오창에서 1박2일을 찍다 (8/2~3) 이 순간 - 김소연(1965~ ) 나는 주머니 속에서 불거져 나온 주먹처럼 너는 주먹 안에 쥐어진 말 한마디처럼 나는 꼭 쥔 주먹 안에 고이는 식은땀처럼 너는 땀띠처럼 너는 높은 찬장 속 먼지 앉은 커다란 대접처럼 나는 담겨져 찰방대는 한 그릇 국물처럼 너는 주둥이를 따고 몸을 마음에게 ..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8.07
승경훈 플루트 독주회 (7.17) 음악 선생님 또랑또랑 - 허수경(1964~ ) 또랑또랑 걷던 여자 구두 뒤축이 닳아도 또랑또랑 걷던 여자 장딴지에 끓는 물에 덴 자국이 있어 스타킹을 신어야 했던 여자 언제나 치마를 입고 싶었던 여자 그 여자가 들고 가는 가방 속에는 릴케의 시집이 있고 포도줏빛 루주가 들어 있고 주소록..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7.17
불금 대학로에 가다 (6/29)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1952~ )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6.29
공연 보던 날 (6/19) 여류작가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관(老年觀)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다음은 노년의 박완서씨가 썼던 글입니다. "나..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6.20
Jazz concert (6/11) 빗소리 - 박형준(1966~ )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밤에는 편지를 쓰지 .. 산 이외.../2013 일기장 201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