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 자전거길로.... (충주-문경,4/21) 등나무/강수니(1947~) 잘 정돈된 양로원 넓은 정원 한켠 백년도 족히 넘었다는 하늘 덮은 푸른 등나무 몸부림치며 엉켜서 하늘을 밀어 오르고 있다 땅 가까이 밑둥 속은 전부 삭아내려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데 한 뼘 넓이 껍질로 푸른 집 한 채 지키고 있다 목숨이 끝날 때까진 삶의 의미라.. 산 이외.../2012 일기 2012.04.26
연습 부족으로 죽을만큼 힘들더라...(2012 동마, 3/18) 폐차장 1 - 이하석(1948~ ) 산에 가 붙들리고 싶다. 너의 어깨 위로 너의 모자 그늘 아래로 산이 멀리 있다. 우리가 다툰 지도 오래 되었다. 우리의 욕망이 서로 높아가는 만큼 산은 저렇게 낮고 낮다. 그러나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은 여전히 내려오지 않고. 우리는 욕망의 기름 덮인 검은 흙 .. 산 이외.../마라톤 2012.03.18
산계 패밀리 모임 (3/17)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 성미정 (1967 ~ )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려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뚫린 구멍은 진주가 .. 산 이외.../2012 일기 2012.03.18
산계 패밀리 모임 (분원리, 3/1) ‘두만강 첫 다리를 스치며’ (부분) - 신대철(1945 ~ ) (전략) 물 거슬러 거슬러 오르다 신무수 마른내 그 어디쯤에서 그대와 합수하여 한 줄기로 흐를 수 있다면 아무 풀뿌리에 스며들어 벼랑에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 슬며시 밀어 올릴 수 있다면 꽃잎 흩날린 뒤에도 나는 그대에게서 오고 .. 산 이외.../2012 일기 2012.03.05
버스데이 패키지 산행 (모락산, 2/15) ‘적소(謫所)’ - 신현정(1948∼2009) 나, 세한도(歲寒圖)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 들어가서는 하늘 한복판에다 손 훠이훠이 저어 거기 점 찍혀 있는 갈필(渴筆)의 기러기들 날아가게 하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눈 와서 지붕 낮은 거 더 낮아진 저 먹 같은 집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아,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17
같이 놀기 (안산, 2/4) ‘남산, 11월’ 중-황인숙(1958∼ ) 단풍 든 나무의 겨드랑이에 햇빛이 있다. 왼편, 오른편. 햇빛은 단풍 든 나무의 앞에 있고 뒤에도 있다. 우듬지에 있고 가슴께에 있고 뿌리께에 있다. 단풍 든 나무의 안과 밖, 이파리들, 속이파리, 사이사이, 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 있다. (중략)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06
눈 내리던 날 (1/31) ‘천일염’-윤금초(1941~ ) 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시작부터 하, 우리말 가락 한번 구성지다. 이제 흙이 된, 혹은 바람에 저 우주 속 흩뿌려진 혼령들도 이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01
경춘선 타보기 (1/20) 세신목욕탕 - 박미산(1954 ∼ ) 허리 굽은 그녀가 탕 안으로 들어온다 자글자글 물주름이 인다 목만 내밀고 있던 여자가 묻는다 몇 살이슈? 여든일곱이유 난 아흔둘이여 잘 익은 살갗을 열어젖히며 목청을 뽑는다 얼굴이 뽀얀 아주머니가 조그맣게 말한다 난 일흔여덟이에요 요새 .. 산 이외.../2012 일기 2012.01.27
제주 올레길을 걷다 (1/16. 10코스) 문(門) - 이영광(1967~ )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서는 안 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 산 이외.../2012 일기 2012.01.27
탁동과 함께 한 제주 (1/15~18) 남으로 띄우는 편지 -고두현(1963∼ )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 산 이외.../2012 일기 201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