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춘천을 즐기다 (춘마 참가기, 10/23) 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1933~1997)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 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 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산 이외.../마라톤 2011.10.24
교육감배 인공암벽대회 (10/15) 바위 - 이영도(1916~76) 나의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귀먹고 눈 먼 너는 있는 줄도 모르는가 파도는 뜯고 깎아도 한번 놓인 그대로 … 봄 신명 지핀 들녘 지나 터벅터벅 바닷가로 나아갔다. 눈 들어 바라보니 하늘과 바다가 환한 햇살로 만나 환장하게 자글거리는 수평선. 그 햇살 받.. 산 이외.../2011 일기 2011.10.20
10/13 '아니다’의 주정(酒酊) - 신동문(1927~1993) 아아 난 취했다 명동에서 취했다 종로에서 취했다 취했다 아아 그러나 이런 것이 아니다 세상은 참말로 이런 것이 아니다 사상?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철학?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중략) 싼 술 몇 잔의 주정 속에선 아.. 산 이외.../2011 일기 2011.10.14
하프도 힘드네.. (하이서울 마라톤, 10/9) 현관문 - 김소연(1967~ ) 열어둔다 바닥에 빗자루를 댄다 오늘 아침은 빗자루가 쓸지 않고 있다 타일바닥을 쓰다듬고 있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누가 오기로 한 날이 아닌 날에도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알록달록 꼴람을 그려놓던 인도사람 얘기를 해줘야지 무성하게 자란 보스톤 고사리를 문밖에 내둔.. 산 이외.../마라톤 2011.10.10
10/7 거대한 원피스 - 조말선(1965~ ) 팔을 집어넣고 가슴을 집어넣고 다리를 집어넣고 흉터를 집어넣고 나는 사라진다 종교를 집어넣고 체온을 집어넣고 혈액을 집어넣고 흉기를 집어넣고 나는 사라진다 꿈틀꿈틀이 남는다 울퉁불퉁이 남는다 (중략) 버릇을 집어넣고 습관을 집어넣고 불화를 집어넣으며 원.. 산 이외.../2011 일기 2011.10.10
10/1 한 손 - 복효근 (1962 ~ ) 간도 쓸개도 속도 배알도 다 빼내버린 빈 내 몸에 너를 들이고 또 그렇게 빈 네 몸에 나를 들이고 비로소 둘이 하나가 된 간고등어 한 손 이 시를 읽으면서 혹시 안동 간고등어를 떠올리진 않으셨는지? 그 멍한 눈 뜨고 그러나 둘이 꼭 껴안고 에어컨 바람을 참아내고 있는 간고등.. 산 이외.../2011 일기 2011.10.04
9/24 구절초의 북쪽 - 안도현(1961~ ) 흔들리는 몇 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 산 이외.../2011 일기 2011.09.30
9.17 (토) 허화들의 밥상 - 박라연(1951~ ) 봄꽃가지에서 그렁거리던 눈부신 청색 꽃잎들이 가을까지 오래된 생각처럼 골똘하다 저 목숨은 山수국이 피운 허화, 향낭이 없어 자연사될 수 없다 이쯤이면 가짜도 진짜도 한 몸이라서 아플 텐데 山수국 저 가시나 (……) 문득 세상의 허화들은 무슨 죄로 가짜 생존의 .. 산 이외.../2011 일기 2011.09.19
일토 (9/3) 생명의 노래 - 김형영(1945~ ) 무심코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꽃잎이 오물오물 속삭이는 거예요. 뭐라고 속삭였냐구? 당신도 한 번은 들었을 텐데요. 언젠가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와 눈을 맞췄을 때 옹알거리는 아기의 생각, 본 적 있지요? 그 기쁨은 너무 유쾌해서 말문을 열 수가 .. 산 이외.../2011 일기 2011.09.05
엄대장과 함께 하는 청소년 산악체험 학교 (8/27~28) 누가 우는가 - 나희덕(1966~ ) 바람이 우는 건 아닐 것이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이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 저 견딜 수 없는 울음은 빗방울들의 것, 나뭇잎들의 것, 또는 나뭇잎을 잃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 산 이외.../2011 일기 201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