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지막 날도 산으로? (예봉산, 12/31) '우리말’ 중-김동명(1900~1968) 네게는 불멸의 향기가 있다. 네게는 황금의 음률이 있다. 네게는 영원한 생각의 감초인 보금자리가 있다. 네게는 이제 혜성같이 나타날 보이지 않는 영광이 있다. (중략) 아하, 내 사랑 내 희망아, 이 일을 어쩌리. 네 발등에 향유를 부어주진 못할망정, 도리어 네 머리 위에..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10.01.01
동업자들과 송년산행 (삼각산, 12/29) ‘파도’ 중- 김현승(1913~1975)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중략) 아, 여기 누가 성(性)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10.01.01
동계 지리에 들다 3 (12/27) ‘낱말 새로 읽기.7-섬’-문무학(1949~ ) ‘서다’라는 동사를 명사화하면 ‘섬’이 된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마냥 뭍을 그리는 섬 사람은 혼자 서는 그때부터 섬이 되는 것이다. 잡혀 다니던 엄마 손, 붙들고 다니던 엄마 치맛자락 놓고부터 외로움 알았다. 무섭고 불안한 세상 알았다. 그리고 그리움을..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31
동계지리에 들다 2 (12/26) ‘사랑굿 32’-김초혜(1943~ ) 이제 마음을 얘기하지 않으리 사랑으로 사랑을 벗어나고 미움으로 미움을 벗어나리 죽어 묻히는 날까지 그대 떠난다 해도 마음속에 살게 하리 끝없는 불꽃 되어 재까지 태우며 던졌던 생명을 거두어 천천히 빛나게 하리 갈망하지 않고 꿈꾸면서 혼자서 가져 보는 그대 고..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31
동계 지리에 들다 1 (12/24~27) ‘동짓날’- 김지하(1941~ )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들려라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샘물 소리 들려라 한 가지 희망에 팔만사천 가지 괴로움 걸고 지금도 밤이 되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날 뿐 아무것도 없고 샘물 흐르는 소리만 귀 기울여 귀 기..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31
당나귀 한강기맥 졸업 겸 송년산행 (벗고개~두물머리, 12/20) ‘신 귀거래사’ - 이선균(1961 ~ ) 몽둥이 칠 때마다 조여드는 목줄 빼문 혓바닥 속 타들어가는 비명 털썩, 지상으로 떨어진 몸뚱이 기우뚱 안개 숲 속으로 도망간다 흰죽 같은 안개들 시지근한 죽 냄새 허기 후벼 팔 때 아아, 비틀거리는 외로움 살기 위해 다시 돌아온 집 마당 습관의 몸짓으로 빈 그릇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23
한산 청소년 산악위원회 송년산행 (12/19) ‘저녁’-최청아 저녁이 되고 싶다 말없음표로 흘러내리는 얇은 어스름의 아슬아슬한 경계 모든 길을 알고 오는 밤을 엿들으며, 보는 만큼 날 이해할 수 있다면 달 떠오르는데 어디서 배춧잎 노랗게 자라겠다 여름 백담사 만해마을. 방학 맞은 대학생들 문학창작교실. 학기 동안 도회에서 열심히 써온..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23
하늘과 함께 영봉찍기 (삼각산, 12/14) 가벼히/이성부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새이 절깐을 짓더래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 한다 코스: 육모정-영봉-하루재-도선사 주차장 (14:30~17:00)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15
영등회 우중 송년산행을 하다 (안산-인왕산, 12/10) ‘거기 닿으리’-김규동(1925∼ ) 해 떴다 지고 떴다가는 지고 기슭에 닿자 광풍 몰아친다 손잡을 뻔 혈육의 손잡을 뻔 바람아 천지 뒤집어라 이 배 산산조각 내라 물귀신 되어 거기 닿으리 어둠은 바다를 덮고 천둥 서북 하늘에 꽃처럼 피다 함북 종성에서 태어나 김일성대학 다니다 월남한 노시인. 고..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10
더 보람있는 일이 없어서.. ‘하(河)’-이호우(1912~1970) 어떻게 살면 어떠며, 어떻게 죽으면 어떠랴 나고 살고 죽음이 또한 무엇인들 무엇하랴 대하(大河)는 소리를 거두고 흐를 대로 흐르네 설악에서 서울로 내리는 길. 백담계곡 맑은 물 한 줄기 내린천 소양강 한강 대하로 흐르고, 산은 산맥대로 흘러내리다 만나는 한양. 물첩첩..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