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10/17) ‘코스모스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 문인수 (1945 ~ ) 코스모스들이 손뼉 치며 손뼉 치며 죄, 웃는다. 구름이 지나가도 새 떼가 지나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가도 수줍게 가만가만 흔들리던 코스모스들이 기차만 지나가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기분이 나쁜 기차가 더 빨리 달려가고 코스..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19
지리에서 (10/10~11) ‘푸르른 날’- 서정주(1915∼2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천..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15
가을 지리에 스미다 (10/10~11) ‘가을 앞에서’-조태일(1941~1999)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댓잎같이 푸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15
나무천사 사진으로 본 삼각산 (10/5) ‘추일(秋日)’-박용래(1925∼1980) 나직한 담 꽈리 부네요 귀에 가득 갈바람 이네요 흩어지는 흩어지는 기적(汽笛) 꽃씨뿐이네요. 온몸으로 가을날을 밝고 맑고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네요. 귀에 가득 삽상한 갈바람을 감촉하면서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꽈리 꽉꽉 불고 있네요. 시인과 더불어 우..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08
삼각산 백미산행 (10/5) ‘하늘빛 부신 날’-김연동(1948~ ) 바람이 시립니다 난간 위에 섰습니다 발 밑은 천길 벼랑 나락도 보입니다 하늘빛 부신 날에도 구름 일고 있습니다 햇살 부러지는 휑한 바람길. 등날 휘도록 무거운 짐 짊어지고 난간을 걷는 시린 삶 보일 듯도 합니다. 요즘처럼 눈이 부시게 푸른 날에도 차마 벗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07
수리산 반대로 돌기 (10/4) ‘추분의 코스모스를 노래함’-김명인(1946∼ ) 길섶에 뿌려놓은 코스모스 여름 내내 초록줄기를 뻗더니 길가에 추분의 꽃대들을 잔뜩 세웠다 아침나절에 내려놓는 햇살 제법 선선해졌지만 아직도 한 무더기 무더위가 짓누르는 한낮, 코스모스가 이룩한 생산은 수백 수천 꽃송이를 일시에 피워낸 것..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05
웰빙모드로 청계산 가기 (9/28) '그날 이후’-심호택(1947∼ ) 너의 자그만 어깨 너머로 쪽빛 바다가 보인다 쟁반에 누운 술병과 접시에 엎드린 빠알간 꽃게도 환히 보인다 쉼 없는 물결의 노래도 그날 이후 다시는 그곳에 가보지 않았지만 여객선 터미널 앞 주점. 짙은 해무(海霧) 무적(霧笛)소리 드뷔시 ‘목신의 오후’ 나무피리선율..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30
장독대같은 정상의 조망이 환상이어라 (두악산, 9/26) '외마디 비명도 없이’ - 정용국(1958~ ) 삼십 리 바닷길이 천 리만큼 멀어진 장산곶 그리다가 피와 살이 다 말라 외마디 비명도 참고 뼈만 남아 섰구나 꽃게 조기 고래 새끼 울안에 뛰노는데 빌미의 선(線) 그어둔 채 하냥 마주만 보며 부끄런 주의보(注意報)들을 쏟아내고 있더라. 쾌속선 뱃길 열리기 전..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30
영등회 번개로 포대를 가자 (도봉산,9/23) ‘산 노을’-유경환(1936~ )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 넘어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왔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해 길어지고 청산 우거질수록 산 그림자 짙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24
오늘은 우면산 넘어 양재천 건너기 (9/22)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함민복(1962~ ) 마음 마중 나오는 달정거장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함허동천(涵虛洞天) 동막해수욕장, 서울·인천 사람에겐 계곡과 바다가 있는 뒤 정원 같은 곳. 질척거리는 마음 그림자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