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패키지 집들이? (삼각산. 9/20) ‘들국화’-천상병(1930∼1993)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산과 들에 구절초며 쑥부쟁이 들국화 꽃피워 저 혼자 예쁩니다. 온몸 출렁이며 작은 꽃 낯짝들 하늘색 닮아갑..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22
당나귀와 한강기맥 가기 (화방고개-소삼마치, 9/13) '해 지는 쪽으로’-박정만(1946~88)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 들판에 꽃잎은 시들고. 나마저 없는 저쪽 산마루.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길지 않는 삶 마감하며 남긴 마지막 시. 제목도 제대로 못 달고 서둘러 가 마지막 두 행만 ‘종시(終詩)’란 제목으로 죽음의 호방한 캐치프레이즈처럼..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14
영등회- 관악산 6봉 도전기 (9/5) '아침의 향기’-이해인(1945~ )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06
당나귀와 한강기맥 가기 (먼드래재-화방고개, 8/30) ‘비 그친 새벽 산에서’-황지우(1952~)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9.02
암벽연수 사진보기 (7/27~28) ‘아침 꽃잎’-양성우(1943~ ) 오늘따라 그가 내 안에 가득하다, 밀물이듯이 밤새 내 머리맡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마치 터질 것만 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다니 내가 그의 거처가 되고 그릇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의 이름만 불러도 내 눈에 금세 눈물이 넘쳐흐름은, 이미 그가 내 안에 아..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24
시한부 백수청산 산행 (삼각산, 8/19) ‘아침 이미지’-박남수(1918~1994)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22
지리에서 (8/15~16) '달맞이꽃’-홍신선(1944~ ) 질까 말까 속으로 망설이는 달맞이꽃 망설이는 소리 또 그 옆에서 속으로 필까 말까 머뭇대는 달맞이꽃 머뭇대는 소리 망설이는 순간의 삶의 總體性 머뭇대는 순간의 立體性 밖으로 밖으로 모두 樂觀論만 쳐다보는 이 시대에 골똘히 내면을 무더듬고 섰는 고개 숙인 꽃의 목..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19
지리에 들다 2 (8/15~16) ‘호박으로부터 배우다’-김교복 생각 없이 가는 길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호박 넝쿨로부터 배운다. 쉬운 길 간다고 전봇대 철사 줄 잡고 올라간 호박 넝쿨 반달만큼 큰 호박 하나 달고 지금 떨고 있다 바람이 불까 소낙비 내릴까 독자분께서 편지 보냈네요. ‘시가 있는 아침’이 삶을 보다 생기 있고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18
지리에 들다 1 (8/15~16) ‘사람’-박찬(1948∼2007)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굉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내 편 네 편 나누지 않은 시인. 처음 본 이 오래된 이 가리지 않고 웃어준 시인..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18
지리의 여인들 (8/4~6) 산이 사람처럼 몹시/전상열 산이 사람처럼 몹시 그리울 때가 있다.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웃음을 대하고 싶어서. 아무리 들어도 귀아프지 않은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어서. 아무리 삼켜도 질리지 않는 향기 속을 헤엄치고 싶어서. 함께 사람의 마을을 바라보며 마음을 열어 보이고 싶어서. 아무에..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