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123

당나귀, 눈밭에서 놀다 (배너미고개~벗고개, 12/6)

‘무제’- 박재삼(1933~1997) 대구 근교 과수원 가늘고 아득한 가지 사과빛 어리는 햇살 속 아침을 흔들고 기차는 몸살인듯 시방 한창 열이 오른다. 애인이여 멀리 있는 애인이여 이럴 때는 허리에 감기는 비단도 아파라. 예전엔 무제(無題)라는 제목의 시, 그림 참 많았지요. 머리로 뭐라 규정하기도 전에..

당나귀 낙엽밟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비솔고개-배너미고개, 11/15)

‘가을에’-백이운(1955~ ) 자작자작 소리 낮춰 쌀밥이 뜸들어가듯 아픈 것도 그렇게 고단히 앓고 난 뒤 쳐다본 하늘만큼만 푸르러라, 이 가을. 이제 가을도 자작자작 뜸들어가고 있나요. 외로움과 그리움 가을 병도 이제 잦아지고 있나요. 아니, 가을 열병 앓고 나니 이젠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차디찬 ..

대미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문경 성주봉, 10/18)

‘시월’-홍해리(1942~ ) 가을 길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