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눈밭에서 놀다 (배너미고개~벗고개, 12/6) ‘무제’- 박재삼(1933~1997) 대구 근교 과수원 가늘고 아득한 가지 사과빛 어리는 햇살 속 아침을 흔들고 기차는 몸살인듯 시방 한창 열이 오른다. 애인이여 멀리 있는 애인이여 이럴 때는 허리에 감기는 비단도 아파라. 예전엔 무제(無題)라는 제목의 시, 그림 참 많았지요. 머리로 뭐라 규정하기도 전에..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09
산넘어 주님부부 뵈러 가기 (운길산, 11/29) '양수리로 오시게’ 중-박문재(1941~ )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오면 강 저편 불빛들 일렬종대로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02
박 산행으로 동강 백운산가기 (11/26~27) ‘낙엽에게’-이유경(1940∼ ) 그들 떠나고 있네 이승의 마지막 잔치 끝내고 우수수 찬비 휘날리는 하늘 가로질러 하나의 풍경에서 다른 풍경에로 어깨 부딪치며 자욱하게 떠나고 있네 꿈인지 생신지 어둑한 저녁 뜰이나 신 새벽 된서리 내리는 겨울 초입에 가서 다른 그들과 겹쳐 떨기 위해 그들 약속..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2.02
영등회 5:1 멤버로 청계산 가기 (11/21) ‘만추.2 - 은행나무’-김명원(1960~ ) 추억은 효모와 같은 것 허공으로 부풀어 오르는 느슨해진 시간의 두꺼비집에 새 퓨즈를 갈아 끼우고 한때는 푸르름이었던 우리 사랑의 전원을 힘껏 올리면 일시에 켜지는 너에게 가는 스위치 수천수만 촉수의 그리움이 켜진다. 푸르름 미처 가시지도 않은 채 떨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1.23
당나귀 낙엽밟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비솔고개-배너미고개, 11/15) ‘가을에’-백이운(1955~ ) 자작자작 소리 낮춰 쌀밥이 뜸들어가듯 아픈 것도 그렇게 고단히 앓고 난 뒤 쳐다본 하늘만큼만 푸르러라, 이 가을. 이제 가을도 자작자작 뜸들어가고 있나요. 외로움과 그리움 가을 병도 이제 잦아지고 있나요. 아니, 가을 열병 앓고 나니 이젠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차디찬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1.16
레자미 찾아가기 산행 (모락-백운산, 11/14) ‘그리움’-박건한(1942∼ )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1.16
영알에서 (10/24~25) ‘도토리를 줍는, 저 사람’ 중-정끝별(1964~) 툭툭 가을 깊이 못질을 하듯 버릴 것 다 버린 상수리 숲에 도토리가 쌓이면 체머리 흔들며 누가 이 숲에 와 저토록 헐벗은 가지와 잎새 흔들고 있는가. (중략) 떨어지지 않는 것 없는 가을 숲에 주워도 언제나 빈 채로인, 저 사람 희고 먼 내 뼛속 얼굴 얼마..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29
영알에서 한편의 영화를 찍다~ (10/24~25) ‘갈대꽃’-유안진(1941~ ) 지난 여름 동안 내 청춘이 마련한 한줄기의 강물 이별의 강 언덕에는 하 그리도 흔들어 쌌는 손 그대의 흰 손 갈대꽃은 피었어라 갈대꽃 피어 이제 여름 청춘의 잔해와는 확실하게 이별하고 있다. 가을 강보다 더 넘실거리는, 햇살 아래 아직 덜 삭은 추억의 하, 빛나는 은빛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28
대미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문경 성주봉, 10/18) ‘시월’-홍해리(1942~ ) 가을 길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20
박작가의 숨은벽 단상 (10/17) 단풍 구경하셨는지요? 안녕하십니까? 영등회 선생님들(우리 교직원은 아무나 갈 수 있죠.) 열 분이서 그제 토요일에 북한산 백운대에 다녀왔습니다. 샘들이 출발하기 위해 후문에 모일 때부터 벌써 들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산에 올라가면서 보니까 벌써 단풍이 들어 있대요. 도시의 고층 건물 사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