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힘겹게 이어가기 (쌍암재-수레너머재, 12/5) 사과 한 알 - 조인선 (1966 ~ )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 사과 꼭지를 잘라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탯줄처럼 사과 꼭지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사과 한 알을 떨구면서 나무는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06
스페셜 쫓아가다 힘들어 죽을뻔 (사치재-무령고개, 11/26~27) 내가 화살이라면 - 문정희(1947∼ )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산행기/2010산행기 2010.11.29
정맥은 누가 만든건지.... (한남금북정맥, 구티재-쌍암재, 11/21) 천천히 와 -정윤천(1960~ )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 산행기/2010산행기 2010.11.22
일요일 반나절 산행을 하다 (부용산, 11/14) 그 섬에 가고 싶은 것은’ - 이생진(1929 ~ ) 먼 섬 우이도 그 섬에 가고 싶은 것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그리움 그것이 무쇠 같은 침묵을 끌어간다 한번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음에도 너를 본 것처럼 시를 쓰는 것은 너도 그렇게 쓴 시를 읽어주고 싶어 바닷가를 걸었다는 이야기 그것이 잔잔한 파도소리.. 산행기/2010산행기 2010.11.18
구만산 가을에 빠지다 (11/13)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1955∼ )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 산행기/2010산행기 2010.11.18
10월의 선물 숨은벽-만경대에서 (삼각산, 10/31) 안도현/처음처럼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 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만나는곳: 2010.10.31(일) 9:00 도선사주차장 코.. 산행기/2010산행기 2010.11.02
한남금북정맥에 첫발을 디디며.. (대목리-갈목재, 10/17) ‘가을’-T E 흄(1883~1917) 가을 밤의 싸늘한 감촉 ― 나는 밤을 거닐었다. 얼굴이 빨간 농부처럼 불그스름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굽어보고 있었다. 말은 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도회지 아이들같이 흰 얼굴로 별들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가을 밤공기처럼 싸늘한 시다. 영미 이미지즘 시 주창자..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20
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 숨은벽, 10/16) ‘고추잠자리’-윤강로(1938~ ) 녹슨 철조망 몇 가닥 걸린 말뚝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놓쳤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20
연수 A/S 산행 (삼각산, 10/9) ‘가을길’ - 조병화(1921 ~ 2003)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 따라오라고 아직,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13
영등회 의상능선 가기 (삼각산, 10/7) ‘가을밤’-정두수(1937~ ) 1. 달빛마저 싱그러운 들길을 혼자 가면 나락 단 묶음마다 흐르는 고운 달빛 오늘처럼 오롯이 행복한 푸른 밤엔 호수 깊이 파묻힌 파묻힌 저 별들을 조리로 그대 함께 건지고 싶어라 2. 마른 잎이 떨어지는 가을 길 혼자 가면 등불이 켜져 있는 마을엔 푸른 달빛 오늘처럼 그대..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