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86

한남금북정맥 힘겹게 이어가기 (쌍암재-수레너머재, 12/5)

사과 한 알 - 조인선 (1966 ~ )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 사과 꼭지를 잘라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탯줄처럼 사과 꼭지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사과 한 알을 떨구면서 나무는 ..

스페셜 쫓아가다 힘들어 죽을뻔 (사치재-무령고개, 11/26~27)

내가 화살이라면 - 문정희(1947∼ )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정맥은 누가 만든건지.... (한남금북정맥, 구티재-쌍암재, 11/21)

천천히 와 -정윤천(1960~ )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

한남금북정맥에 첫발을 디디며.. (대목리-갈목재, 10/17)

‘가을’-T E 흄(1883~1917)  가을 밤의 싸늘한 감촉 ― 나는 밤을 거닐었다. 얼굴이 빨간 농부처럼 불그스름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굽어보고 있었다. 말은 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도회지 아이들같이 흰 얼굴로 별들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가을 밤공기처럼 싸늘한 시다. 영미 이미지즘 시 주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