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알 졸업은 힘들어.. (문장대-활목고개, 10/3) 낮술 한잔을 권하다/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11
낮은산도 좋다-안산 가기 (10/1) 물소리 - 박영근(1958~2006) 밤 두시나 세시 한밤중 골목길을 홀로 걷는데 맨 홀의 캄캄한 구멍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하수도 속을 흘러가는 물소리 형체도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어두움을 벗고 제 몸마저 벗고 생의 어디쯤에서 나의 사랑도 썩을 대로 썩어 온갖 수사와 비유를 벗고 저렇게 낮.. 산행기/2010산행기 2010.10.06
숙원사업을 이루던 날 (서락에서, 9/22~23) 절벽 - 박시교 (1947 ~ ) 누구나 바라잡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이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절벽, 그 앞에 서보라. 수만 곡선들을 품은 직선의 아찔함. 절벽은 아찔함 앞에서 지상의 모든 곡선을 지운다. 그 아찔함의 말없음. 그 직선의 끝에 피는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9.27
빡세게 충북알프스 2구간을 가다 (장고개~장암리, 9/19) 내가 원하는 것은 - 사파르디 조코 다모노(1944∼ ) 자신을 재로 태워버릴 불에게 나무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전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하고 싶다 자신을 물방울로 사라져 버리게 하는 비에게 구름이 사랑한다는 표현 한 번 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하고 싶다 사랑.. 산행기/2010산행기 2010.09.24
영등회, 비봉능선을 가다~ (삼각산, 9/18) ‘가을바람’-허만하(1932~ ) 넘쳐 흘러내리는 시원한 매미 울음소리와 더위에 지친 옥수수 잎사귀의 와삭거림 그 사이 고추잠자리 날개에 주황색 묻어나는 늦더위와 코발트블루 해맑은 높이에서 사라지는 눈부심 그 사이 황금색 물결 넘실거리는 들녘 끝자락과 논두렁 억새 서너 포기의 가녀린 몸짓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9.24
충북알프스에서 탈진할 뻔.. (구병산, 9/5)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 황지우(1952 ~ ) 해 속의 검은 장수하늘소여 눈먼 것은 성스러운 병이다 활어관 밑바닥에 엎드려 있는 넙치, 짐자전거 지나가는 바깥을 본다, 보일까 어찌하겠는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때 알지만 나갈 수 없는, 무궁(無窮)의 바깥 저무는 하루, 문 안에서 검은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9.07
간간히 비 내리는 지리에서 무지개를 만나다 (8/30) ‘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말복, 더위도 이제 끝물. 산뜻한 나..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31
오리무중 지리에서의 수중전 (8/28~30) 비오는 날에 -나희덕 (1966~ )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31
대간에서...(공식 사진) 멸치의 표정 -길상호(1973~ ) 냉동실을 여는 순간 봉인된 채 몸이 굳은 한 무리의 시체들, 내가 보아온 사람들의 어떤 죽음보다 더 아픈 얼굴로 무장한 멸치들, 염이라도 해줘야 풀릴 것 같은 표정을 하나씩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눈두덩보다 튀어나온 눈들이 모두 하얗다 시력을 잃고서야 비로소 어둠이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30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6 (8/5) 무늬들 -이병률 (1967~ ) 그리움을 밀면 한 장의 먼지 낀 내 유리창이 밀리고 그 밀린 유리창을 조금 더 밀면 닦이지 않던 물자국이 밀리고 갑자기 불어 닥쳐 가슴 쓰리고 이마가 쓰라린 사랑을 밀면 무겁고 차가워 놀란 감정의 동그란 테두리가 기울어져 나무가 밀리고 길 아닌 어디쯤에선가 때아닌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