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5 (8/4) ‘청산 가는 길’- 이건청(1942 ~ ) 청산은 멀다. 청산은 벼랑으로 가득 찬 별 아래 어디쯤에서 흐려지고 있는데, 빨간 갑옷에 반점 선연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며, 기며, 찾아가야 할 곳……청산은 멀다. 바삭바삭 마음 졸이며 텅 비어가는 가을 산. 청산은 멀다. 빨간 갑옷 반점 단풍, 숭숭 구멍 뚫린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8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4 (8/3) 사랑노래 - 나기철 (1953 ~ ) 그래, 너 좋을 대로 좋은 사람 잘난 사람 다 만나고 나 같은 놈일랑 한 삼사십 년쯤 후 내가 푹, 쭈그러지면 그때라도 만나주거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서양 시인 예이츠가 그랬었지. 한 여자를 깊이 사랑했었는데, 그 여자 떠나가자, 다시 그 딸에게 결혼 신청을 했었지.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7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3 (8/2) 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울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물결이 다가와 출렁인다 갈매기떼 사납게 난다 그리고 지금 지상의 한 곳에선 누군가의 발짝 소리 급하게 울린다 울지 마라 내일은 내일의 물결 더 거셀 것이다 갈매기떼 더욱 미칠 것이다 넘치면서 세계는 조금씩 새로워질 것이다 삶에게 인내의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7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2 (8/1) ‘초록별’ - 오세영(1942~ ) 해오라기, 뜸부기, 물떼새 모두 떠나고 강물조차 얼어붙은 겨울 어스름, 빈들엔 갈대 홀로 어두운 하늘을 향해 낡은 하모니카를 분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른 어깨너머 하나, 둘 돋아나는 초록별. 이룬 건 없는데 벌써 새 달력 부산히 오가는 계절. 겨울 어스름 녘 시인은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7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동행기 1 (7/31~8/5)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1942∼ )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일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6
서북릉에서 구름과 놀다 (설악산, 8/19) 청동거울의 뒷면 - 조용미 (1962 ~ ) 내가 보는 것은 늘 청동거울의 뒷면이다 청동거울을 들여다보기까지 짧은 순간의 그 두려움을 견뎌야만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볼 수 있다 구름문, 당초문, 연화문…… 시간의 두께에 덮인 녹, 그 뒷면에 정말 무엇을 비추어볼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청동거울 안의 나를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4
스케줄 빵구로 청계산 가던 날 (8/11) 어린 누이야 - 오장환 (1918 ~ 1951) 어찌 기쁨 속에서만 열매가 지겠느냐. 아름다이 피었던 꽃이여! 지거라. 보드라운 꽃잎알이여! 흩날리거라. 무더운 여름의 우박이여! 오 젊음에 시련을 던지는 모든 것이여! 나무 그늘에 한철 매암이 슬피 울고 울다 허울을 벗더라도 나는 간직하리라. 소중한 것의 괴로..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24
낮은 산도 좋다 (지향산-원미산, 8/16) 새 -이해인(1945~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 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오늘 아침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으면서 왜 나..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18
금남 정맥을 마치며 (신암고개-구드래나루, 8/15)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 이육사 (1904 ~ 1944)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 산행기/2010산행기 2010.08.18
시한부 백수 첫날 팔봉가기 (관악산,7/21) ‘충무로 골뱅이’-방남수(1957∼ ) 남산자락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다 식은 국물처럼 흐린 하늘 쏟아져 내리는 오후 극동빌딩 골목길 우산 없이 지날 때 육중한 윤전기 소리 달다 충무로에는 소문난 골뱅이 집들 많지 순한 연체 고둥과 코를 찌르는 독한 대파가 만나 어우러진 맛의 기막힌 궁합 네가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