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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만 생각했는데..... (5/14)

김꽃삽이 아침은 풀잎들에게 이슬밥상을 차려준다 점심은 수목들에게 햇살로 밥을 지어 먹인다 저녁은 달맞이꽃들에게 담백한 달빛 국을 떠먹여 준다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 들른다 삼시세끼 합을 맞추듯 삼각김밥을 산다 학교, 집, 학원 세변의 길이가 같은 줄도 세 내각의 크기가 같은 줄도 모르겠지만 나는 인생의 넓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심각김밥은 공식이 없어도 허기를 구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2분 만에 품에 안고 뎁혀 준 한 끼를 해변 없는 파라솔 아래 앉아 먹는다 먼 산위에 뭉게구름이 고봉밥이다 신발 밑에 떨어뜨린 몇 개의 밥알들이 새까맣다 와글와글 개미들의 잔칫상이다 외롭지 않다, 목이 메여도, 나는  4월 말부터 주 2회 시간강사를 나가게 되었다.화욜은 10:30 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목욜처럼 일찍 출..

2024년 일기장 2024.05.24

안산 봉수대 가기 (5/12)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 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 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 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 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 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 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

2024년 산행기 2024.05.24

김포 둘레길 가기 (5/11)

이상교  콕,콕,콕,콕,콕 빗방울 발꿈치는 뾰족하다. 콕,콕,콕,콕,콕 빗방울은 뒤꿈치가 입이다. 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 뭐라,뭐라,뭐라,뭐라,뭐라 우산 위에 떨어지면서 하는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다 버스 정거장까지 다 오도록 지치지도 않고 콕,콕,콕,콕,콕,콕,콕 뭐라,뭐라,뭐라,뭐라,뭐라. 오늘의 걷기 계획: 김포의 김포성당~한하운 묘~장릉~금정사와 금정산이었으나.....  4월 월롱산을 안내 해 준 여산이 5월에 김포 둘레길 간다고 사구회에 올렸다.그동안 바빠 못 온 명숙샘이 손을 들었고 정사부도 간다고 한다.혹시나 해 수산나네도 불러도 되냐고 하니 만나면 좋은거 아니냐고 해 부르니 오케 해 6명이 만나기로 했다.11시 김포역에서 만나 골드라인 처음 타고 김포북변역(?)에..

2024년 일기장 2024.05.24

안산 자락길을 염두에 두었으나.. (5/5)

류종호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다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 것 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점 부끄러움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는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손주 보느라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심심이와 어렵게 날을 잡았다.헌데 비가 내린다.안산이라면 걷겠다더니 도착하니 비가 내려 신발이 젖어 안되겠단다.하긴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리긴 한다.독립공원에서는 행사용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비가 내리니 여기도 파리를 날린다.혹시나..

2024년 일기장 2024.05.24

파주 월롱산 가기 (4/27)

이상교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코스개관: 월롱역-버스이동-월롱시민공원-월롱산 정상-샘터 - 용주서원 - 월롱초등학교 - 못난이꽈배기(14:15~50) - 전의이씨 무인재실과 500년 된 은행나무 - 덕은리지석묘 - 69번 버스 탑승(15:58) - 월롱역 하차 - 월롱역 출발(16:15) 작년부터 월롱산 이야기를 여산에게 들었다.올해 또 탁동 채팅방에 올렸는데 다음주면 철쭉이 피크일거란다.혹시나 해 시간 되면 안내 해 달라고 하니 토욜 시간 된다고 한다.처음엔 아무도 손을 안 들어 철사모에 올리니 수산나 부부가 참석 한다고 했다. 뒤늦게 정숙샘도 손을 들어 최종 5명이 11시..

2024년 산행기 2024.05.24

단양 도락산을 가다 (5/19)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은 빈 것도 같게 조금은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코스개관: 도락산 주차장-상선암-제봉-형봉-신선봉-삼거리-도락산-삼거리-채운봉-검봉-주차장 (화창하고 더웠던 날, 당나귀 6명)  당나귀 5월 첫주 산행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쉬었고 한 달 만에 가는 ..

2024년 산행기 2024.05.20

파리 마지막 날 (4/7~8)

구재기  쓰디쓴 고들빼기가 아직도 산과 들에 절로 남아 자라고 있었던가 아내는 구드러진 비닐주머니를 챙기다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부추기며 연신 고들빼기를 꺼내어 다듬었다 쓴맛이 살아 있어 입맛을 돋군다지만 고단한 장바구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내는 땅의 높고 메마름이 힘에 겹다면서 고들빼기의 곧은 줄기에도 가지가 많이 돋아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수산나는 어제 안 산 한국 공예품이 마음에 걸린다고 방브마켓을 다시 간다고 했고 하늘은 라발레 아울렛을 한번 더 가본다고 한다. 리사는 다리에 신호가 와 오늘은 쉬어야 할것 같다고.아침으로는 미역국과 어제 남은 전으로 아침을 먹고 수산나네와 우리 출발.  전철역에서 반대편 방향에서 전철을 타는데 오늘이 파리 국제 마라..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6 (방브마켓, 블로뉴숲, 4/6)

​    서희​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 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 소풍날? 예외 없었지 몇 천 원 쥐어주고 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 참 많이 허전했던 어린 날의 그 소풍 길 어쩌다 김밥 먹을 때 괜스레 찡한 눈 끝 무럭무럭 나는 크고 어머니는 늘 제자리 어느 하루 주방에서 김밥을 고이 말아 첫 번째, 가장 따스한 한 끼 식사 대접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남은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었고 오늘도 김밥을 싸기 위해 하나는 냄비밥을 하니 누룽지가 생겨 숭늉까지 마시고 김밥 싸고 8:30 출발.  전철을 타고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하니 몽파르나스 센터에서 점심 먹을때의 분위기와 달라 마치 처음 오는듯 하다.여기서 우왕좌왕 하다 무사히 방브마켓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에서 음료수..

먼나라 이야기 202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