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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보러 원효봉에 갔건만... (북한산, 10/21)

김승기 바보처럼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잎에 주근깨 돋아도 속상하지 않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녹녹해지는 하늘 사랑이 무거워 고개 숙인 거야 세인(世人)의 손가락질이야 그렇게 살지 못하는 부러움과 질시의 눈빛 아니겠니, 살짝 눈 감으면 그만이지 비리와 권모술수와 질투를 감추고 스스로를 잘난 듯 우쭐대는 꼬락서니 치켜뜨고 볼 수 없어서 흐르는 세월의 물가에 우두커니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수함을, 오히려 바보라고 부르는 게 세상 인심인 거야 맵지 못하다고 자존심도 없을까 세모진 씨알 속에 감춘 마음 꽃으로 피우면서 그냥 바보처럼 사는 거지 묵언(黙言), 그게 비겁한 건 아니야 각박한 세상을 외면하고 물가에서 촉촉하게 젖어 사는 삶인 것 같아도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꽃으로 피는 ..

성냥팔이 3총사 지리 도전기 2 (벽소령-중산리, 10/18)

정현종 자! 모두들 기운 내시고 오늘도 화이팅, 홧팅입니닷. 그대여! 하물며 저 나무들은 저렇게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데도 중심이 아무런 흔들림이 없잖아요!!! 대피소에 여자는 8명이 전부다. 자다 더워 전기 판넬 온도를 낮추어 자다 깨다 반복하다 깨보니 5시. 일어나야 할것 같다. 짐 싸가지고 나가 취사장에서 라면 1개 끓여 남은 밥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6시. 랜턴 없이 그럭저럭 갈 만하다. 벽소령에서 가는 평지길에 데크를 깔아 놓았다. 낙석 위험지역이라 그런것 같다. 아무튼 길이 순해져 다행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걷다 벽소령에서 잔 커플팀을 추월했다. 어제 아침에 비하면 봄날이지만 걷다보니 더워졌다. 겉옷 한개씩 벗고 빠르진 않지만 꾸준하게 가다보니 선비샘. 선비샘 주변도 공사를 하려..

미녀3총사 가을 지리 도전기 1 (10/17~18)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살아 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은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내는 꽃이 아니라 숨어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할 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인지 모른다 코스개관: 성삼재-노고단대피소-반야봉-..

황매산 100배 즐기기 (10/15)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이 꺾어주면 여뀌풀꽃 그 비천한 꽃도 고귀한 꽃이 됩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노래 부르면 유행가 그 흔한 곡조도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저만큼 빨간 등산복차림 혼자 서 있는 가을 삽화 나만 아는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코스개관: 장박리~민봉~황매산~영암산(모산재)-영암사지 입구 마을 (바람불어 좋은 화창한 가을날, 당나귀 6명) 신천씨가 멀어서 올라오기 힘들어 몇번 산행에 결석해 이번엔 우리가 내려가기로 한 날. 지금이 황매산 억새가 장관일거라는 회장님. 황매산에 철쭉이 유명한건 알았지만 억새가 장관인건 처음 알았다. 6시 회장님이 안양으로 내려와 우리들 태워 산청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는데 다들 먹고 왔고 나랑 총무님만 안 먹어 후다닥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신천씨 만나기로 한 장소로 출발..

한번으로 충분한 삼태봉을 가다 (10/11)

김남조 보고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 못해 가슴 찟고 나오는 비둘기 떼들, 들꽃이 되고 바람속에 몸을 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아아 저녁 해를 안고 누운 긴 강물이나 되고지고 보고 싶은 너 이 마음이 저물어 밤하늘 되네 코스개관: 명달리 숲속학교-삼태봉-명달리 계곡길 하산 (모처럼 맑고 화창한 날, 셋) 삼태봉은 언제부터 가자고 했는데 오늘 날도 좋고 해도 더 짧아 지기 전에 가자고 했다. 아신역에서 만나 명달리 계곡 입구로 가는데 꽤 멀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돌아 예전 차 세웠던 곳을 만났다. 길에 세우느니 숲속 학교 안에 ..

배지 받으러 갔건만.... (대모-구룡산, 10/8)

눈부신 세상 /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염곡4거리-양재시민의 숲 (셋, 낮에는 조금 더웠고 빗방울도 날림) 혹시나 해 나름팀에 일욜 산행 예고를 올리니 넘버4가 손을 든다. 이왕이면 둘레길 배지도 받을 겸 도봉산역이나 양재시민의 숲으로 간다고 하니 2안에 손을 들어 수서역에서 만났다. 토욜 여의도 불꽃놀이 자랑하던 리사는 예상대로 안 왔다. 마음이 떠난거야.... 설악 정도는 되야 가나보다. 셋이 만나 출발하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 특히 대모산은 맨발걷기 성지라고 매스컴을 ..

물소리길 넘어 친구네 집 가기 (오빈~아신, 10/3)

정재윤 사람은 운동을 해야한다고 특히 아침 운동이 건강에 최고라며 당신은 내게 아침운동을 하자고 제안을 했지. 당신 자신 있소? 아침운동 할 시간 있으면 아침에 미숫가루라도 한 잔 타 주지. 아침 식사 구경해 본지가 3년은 넘은 것 같아. 그런데 갑자기 웬 운동……. 며칠이나 하려고 그러나 운동 첫날 당신이 날 깨운 시각은 아침 5시 30분. 웬일이오? 난 6시쯤 당신을 깨우려고 했는데… 이번엔 뭔가 큰 결심을 했구료. 우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뛰기 시작했소. 애초, 동네 한 바퀴를 돌 계획이었지만 조깅을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당신은 비지땀을 흘리더니 고혈압으로 곧 터져 버릴 것 같은 붉어진 얼굴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한쪽 배를 움켜쥐더니 이내 더 뛰지 못한 채 땅에 주저앉고 말았소. 당신은 폭탄을..

완전체가 되어 가리왕산을 가다 (10/1)

장승진 저항령 통해 황철봉 가는 길 우툴두툴 돌들 참 많네 계곡물에 잠긴 길을 돌에게 묻고 나무에게 물어 마침내 올라 앉은 봉우리 노오란 돌채송화 작은 꽃송이 절정의 바람은 흔들리네 엉겨붙은 바위들의 고요한 주검 검버섯 돋아나듯 세월만 살아 쉽사리 구원을 말하지 않네 하산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며 보았네 칠부능선 그늘 속 투구꽃들 모여 앉아 그 절정의 침묵을 지키는 걸 잠시도 투구를 벗지 않는 걸 코스개관: 장구목이-장구목이 임도-삼거리-가리왕산 정상-삼거리-중봉-오장동임도-숙암분교 (하늘이 어여쁜 멋진 가을날, 당나귀 6명) 가리왕산은 예전 임도에서 마라톤 뛴 적은 있지만 산행을 못 해봐서 가보고 싶던 곳. 이 산은 계속 이런 저런 사정으로 밀렸다 모처럼 추석 연휴라 길게 쉴 수 있는 신천씨도 올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