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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피해 12폭포 가기 (성치산, 8/20)

최영희 마음이 슬픈 날 꽃들이 어우러진 꽃길을 걷는다 하얀 개망초꽃, 보랏빛 부처꽃, 주홍빛 원추리꽃 방금 핀 듯한 나팔꽃까지 바람에 평화롭다 천사들이 거닐다 간 길 같은 이 꽃길 꽃들은 내게도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준다 신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행복은 참, 공평하다 구하는 자에게 얻어진다 느끼는 자에게 주어진다 마음이 슬픈 날은 우리 모두 꽃길을 걸어 보자. 코스개관: 용덕고개-성치산-십이폭포갈림길-성봉-십이폭포-구석리 (올 여름 중 제일 덥게 느껴진 날, 당나귀 6명) 갑자기 산행지가 변경 됐다 12폭포? 그것도 충청도에? 회장님이 검색하다 발견(!)한 산이라는데 금산과 진안의 경계에 있는 산이라고... 아침 7시 농수산시장으로 회장니도 내려오시고 차 2대 나누어 타고 가는데 건산회 흘림골 안부를 ..

모처럼 산에 가니 힘이 드네... (북한산 영봉, 8/19)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코스개관: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용덕사-육모정-영봉-하루재-백운2 통제소-우이동 (둘, 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것 같았음) 봄부터 평일 손주 보느라 운동을 거의 못하..

황사모 잠실 번개 (8/17)

김정범 그의 색깔이 변했다고 느꼈을 때, 얼굴에서 풍기던 모든 향이 빠지고 늘어진 꽃의 피부가 초롱한 눈을 덮었을 때, 나는 슬펐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는데 모두 무시했으므로 그도 아팠을 것이다 밤새 비를 먹은 여섯 장의 새 꽃잎이 부러진 대궁 틈에서 녹음기처럼 주절댄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삶의 까닭이 레코딩 된 비틀어진 줄기의 선 까칠하게 말라붙은 자주빛 드라이 플라워 그가 아닌, 나의 얼굴이 변한 것은 아닐까 시력 잃은 눈앞에서 흔들리는 연분홍 자락 새벽 꽃이 오락가락 시야를 어지럽힌다 8월15일 만나기로 한 철사모 걷기에 하늘, 리사가 사정상 빠졌다. 헌데 갑자기 목욜 용문산 갔다 귀가하는데 하늘의 전화. 왜 연락이 안되냐고... 운동중에는 비행기 모드거든. 각설하..

용문산 장군봉 원점 회귀 산행 (8/16)

임영준 그늘도 지쳐 늘어진 염절 이글거리는 격분의 난장 넋빠진 땅덩어리에 앵돌아진 바람 제풀에 엉겨붙은 수액이 더위 먹은 미물들을 노리는 벌건 백주의 잔상 얄궂은 이번 8월 코스개관: 사나사-함왕골-함왕봉-장군봉-함왕봉-883봉-함왕성지 갈림길-함왕성지-사나사 (여름의 끝자락, 셋) 수요일마다 별 일 없으면 산나리와 함께 양평 일원 산을 몇번 다녔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날 보고 어디 가냐는 나무천사. 양평 간다고 하니 친정 가냐고 놀린다. ㅎㅎㅎ 오늘은 지난번 비 때문에 계곡을 못 건너 못 올라간 용문산 장군봉을 가기로 해 9:30 아신역에서 산나리 만나 차로 사나사로 이동하는데 아직 휴가철이라 절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 할 수 없이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1키로 정도 걸어 올라가는데 한 택배 옷 입은..

오카리나 공연 관람하기 (8/15)

송진권 그렇지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터놓아 개구리밥 섞여 흐르는 논물같이 아랫배미로 흘러야지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터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5월부터 평생교육원에서 주 2회 오카리나 배우기. 초급부터 몇 년 배운 사람들이 한반이니 자연 진도가 애매하긴 하다. 그래도 몇 달 지나 책 1권은 일단 마쳤고 2권과 시를 위한 시 책을 선배님들 흉내내며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 저녁 동편마을에서 일본 오카리..

철사모 북한산 둘레길 걷기 (구파발역-산성입구, 8/15)

나종영 이슬 먹은 애기메꽃 활짝 핀 아침 홑이불 돌돌 말고 늦잠 자는 나에게 울 엄니 내 등 톡톡 두드리며 말씀했지요 애야 똥구녕에 해 받치겠다 솜결 같은 그 말에도 머뜩잖아 퍼뜩 일어나기 싫어 이불 속에 숨었지요 나 이제야 그 말뜻 헤아려 늦잠 자는 아들녀석에게 쏘아붓지요 이놈들아 똥구녕에 해 떨어진다 꾸물대는 아이들 보면 화가 나서 냅다 이불 빼앗고 발로 차 일으키지요 나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 사람 노릇하기 멀었지요. 어쩔 수 없이 es 클럽 사람들이 빨간날 만나기로 했다. 다는 못 와도 적어도 6명은 참석 한다고 했는데 하늘은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빠지고 리사는 모기한테 눈을 물려 눈이 부어 어 못 온다고..... 다소 김 빠지게 4명이 구파발에서 만났는데 나만 체중이 준게 아니라 여산도 홀쭉해 졌..

서울 둘레길 걷기 (수서역-고덕역, 8/12)

채화련 우리 푸르게 만나 하루를 백일같이 백일을 하루같이 마주 보며 사랑하리라 그리운 숲길 도란도란 웃음소리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톡톡 번지는 꽃망울 입가 꽃주름 고이 접히다 추억은 나무 그림자로 짙어 드니 백일을 읊었던 사랑의 노래 배롱나무 걸려 아롱지네 코스개관: 수서역 5번 출구-탄천-장지천-성내천-일자산-명일공원-고덕역 4번 출구 (더위는 한풀 꺾여 덜 더운 여름, 간간히 빗방울, 둘) 2022년 1월 나름팀과 이 코스를 완전체가 되어 무사히 2구간을 마쳤다. 올 1월에 미녀삼총사가 다시 도전 했으나 초장 수서역에서 길을 잘못 건너는 바람에 알바를 너무 길게 해 그땐 일자산을 포기해야 했다. 오늘 태풍 후라 조금 염려가 되긴 했지만 산으로 바로 가기엔 아직 장공주 컨디션이 염려도 되고 날씨..

더위를 피해 흘림골 가기 (8/6)

임인규 지독한 땡볕 측정온도는 38도씨 온몸에 땀이 줄줄 더위 그까짓 것 공사현장 철근 위를 걸어봤니? 운동화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온도 살이 익을 정도이다. 그래도 공사는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번다.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 입고 쇳물을 퍼날라 보았는가?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 수백 톤 강열철판을 이어 붙이는 조선소 배 위에서 용접을 하는 용접공들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용접을 해서 철판을 이어야 하고 그래야 제 날짜 맞추어 배는 완성된다. 덥다고 에어컨 팍팍 덥다고 물속에 풍덩 더위로 더위를 피하는 그들 글들에게 더위 그까짓 것 견뎌야 하는 것이다. 땡볕에 지심 매던 아버지가 그랬듯이 땡볕에 콩밭 매던 어머니가 ..

중원계곡의 도일봉 도전기 (7/31)

강재남 상한 꽃잎을 장난감 책갈피에 누이고 한쪽으로 몰려가는 구름에게 너도 엄마한테 야단맞았구나 중얼거리고 함부로 부는 바람을 바람이 절룩이네, 말하고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동화를 진실로 알아듣고 레미안빌라를 데미안빌라로 기출문제집을 가출문제집으로 안개 많음을 안개 맑음이라 읽는다 시청 앞 미끄러운 길을 시끄러운 길이니 조용히 하란다 북적이는 대형마트 건너편, 직원만 서성이는 하이마트에서 아이스크림 주세요 동전을 내밀고 이른 아침 영화 보러 가서 끝날 때 다 됐는데 왜 조조가 안 나와? 귓속말하던 죽은 벌에게 꽃잎 한 장 덮어주던 볼이 발그레한 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코스개관: 양평역 1번 출구 (차량 이동)-중원계곡 주차장-중원폭포-삼거리-도일봉-싸리재 갈림길-중원계곡-주차장 (무더운..

혹서기 앵봉산-봉산 가기 (7/29)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코스개관: 구파발역 3번 출구-앵봉산-생태다리-봉산-증산체육공원-증산역 (무덥던 날, 둘) 2주 만에 장공주와 산에 가기로 한 날. 산에 가자니 무리가 될것 같고 둘레길을 가자니 아쉽고. 그래서 둘레길 중 낮은 산을 갈 수 있는 코스로 정했다. 구파발역에서 만나 앵봉산 올라가는데 야영장 공사가 마무리 중이다. 이 코스가 전보다는 길이 정돈 된것 같다. 하늘이 빠지니 아무래도 진행이 빠른 편이다. 장공주는 힘들다 하면서도 구력이 있는지라 잘 오신다. 날이 더우니 짬짬히 쉬고 간식도 자주 먹고 물도 많이 마시고.... 앵봉산은 바람도 안 불어 힘들었는데 그나마 봉산 자락에 붙으니 바람이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