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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대전 가기 (9/8)

이재무 이 구수한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입천장을 살짝 데우고 한 바퀴 입속 헹궈 적신 뒤 몸 안으로 슴벅슴벅 들어가는 얼얼하고, 칼칼 텁텁하고, 매콤하며 씁쓸해하는 구성진 이것은 먼먼 조상 적부터 와서 여태도 우리네 살림을 떠나지 않고 있다 흐린 등불 아래 둥글게 모여 앉아 논밭에서 캐낸 곡물과 바다에서 난 산물과 산에서 자란 나물이 만나 우려낸 되직한 속정을 숟가락에 푹 퍼서 떠먹다 보면 바깥에서 묻혀온 냉기 햇살 만난 는개처럼 풀리고 사는 일에 까닭 없이 서느런 마음도 저만큼 세상의 윗목으로 물러나 있다 무구하고 은근하며 우직한 이것은 우리네 피의 설운 가락을 타고 온다 얼마전 '꿈꾸는 여행자' 사이트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당첨 되었다는 하늘. 친구가 알려줘 했는데 친구는 안되고 하늘만 돼 매주 화..

소구니산-유명산 가기 (9/6)

김용화 뒷마당 한구석 닭의장 근처 풀섶에 숨어 빠꼼히 얼굴 내미는 너를 만나면 그리움은 온통 연파랑 하늘빛이 된다 몽당연필 침 발라 눈썹 그리다 먼 마을 시집간 달개비꽃 코스개관: 선어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소구니산-농다치 고개 (셋, 더웠지만 바람에서 가을을 느끼던 화창한 날) 지난주에는 내가 감기걸려 한주 쉬고 오늘 산나리와 만나 오늘은 소구니산-유명산을 가기로 했다. 네비에는 유명산 입구로 치고 가면 된다는 산나리. 목적지에 가니 길 건너 지난번 갔던 중원산을 가장 짧게 가는 곳에 리본이 달려있다. 선어치고개에는 주차장도 넓찍하고 나쁘지 않다. 출발. 오늘 산길도 험하지 않았고 산은 육산이고 길도 그늘이 대부분이라 좋았다. 거기에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 가을을 실감하게 하는 그런날. 선두에서 이..

여름 끝자락 평창 백운산 가기 (9/3)

김영승 오늘 새벽도 뻐꾸기 울음은 들린다 닭장 속의 수탉도 여러 차례 목청 큰 울음을 울었고 참새떼가 날아와 소나기처럼 시원한 울음을 부어놓고 갔다 아닌 게 아니라 새벽비가 후득후득 듣고 있다 언제였던가 그 어느 때였던가 그 새벽비처럼 그렇게 맑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아직 살아있어도 되리라 창문으로 빗방울이 들이친다 코스개관: 문희마을-험한길-백운산 정상-칠족령-전망대-칠족령-문희마을 (한여름 못지않게 덥던 날, 신천씨 빠진 당나귀 5명) 오늘은 원래 가기로 했던 평창 백운산 100대 명산 간다고. 아침 비가 내린다. 웬 비? 총무님 차 타고 농수산에 가 작가님 태우고 광주휴게소로 고고~ 신천씨는 창원에 내려가서 오늘 참석 못 한다고... 새벽 빗방울 때문인지 고속도로가 한가해 회장님..

중미산의 재발견? (8/30)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중미산 휴양림 2매표소-임도 갈림길-정상-임도 갈림길-임도-휴양림 (바람은 시원해 졌어도 아직 더운 날, 오후 비) 지난주 화욜 산에 가자 해 놓고 내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부득히 취소. 감기에 걸려 이틀 정도 힘들었다. 오늘 2..

8월 마지막 주말에 (8/26, 27)

이향아 단감나무 아래 서면 눈물 나는 초가을 볕 아침 까치 울 테지, 세월은 가고 훗날훗날 우리 옛말 이르며 살자 어머니, 우리 지금 옛날얘기 해요 지금이 그때예요 생각도 싫다, 다시 꿈이나 꿀라 산첩첩 물겹겹 용트림 울던 긴긴 낮 하얀 밤을 어찌 건너 왔던고 어머니 옛날을 미워하지 마세요. 자국마다 들쑥 내 향기로웠고 마른 벌판 젓고 가던 황토 흙바람 돌아서서 장하구나, 길 일러 주고 머리카락 벗겨 주던 우레며 번개 어머니, 아름다운 우리, 옛날얘기 해요. 8/26 (토)-관악산 국기봉 집-비산동 산림욕장 입구-매천 약수터-6봉 국기봉-8봉 국기봉-불성사-유원지-안양천-집 토욜 산에 가기로 한 장공주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산행 쉰다는 문자를 늦게 확인했다. 갑자기 기운이 빠진다. 일단 늦잠을 잤고 그냥..

박물관에서 독서모임 하기 (거인의 노트, 8/24)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 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엔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 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월 1회 독서모임 덕분에 새로운 책도 접하게 된다. 오늘 책은 거인의 노트인데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