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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나들이 (7/3~4)

윤동주 번개, 뇌성, 왁자지근 뚜다려 머ㅡㄴ 도회지에 낙뢰가 있어만 싶다. 벼루짱 엎어논 하늘로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손바닥 만한 나의 정원이 마음같이 흐린 호수가 되기 일쑤다.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내 경건한 마음을 모셔드려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다. -7/3 (월) 도치 어린시절 주공아파트에 함께 살던 인연으로 자주는 못 만나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던 비산동 여인들. 그중 앞집에 살던 강모네가 오래 전 예당호 주변에 집을 샀다고 놀러가자는 말은 들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봤다. 강모네 시모께서 사시다 돌아가시고 코로나도 생겨 다른 여인들도 몇 년만에 예산 나들이를 한단다. 그래서 지난달 강모와 철모 만난 김에 날을 잡았고 철모 중학동창 친구도 ..

찜통더위에 용봉산+덕숭산을 가다 (7/2)

정영숙 그대 사랑 너무 뜨거워 안기기가 무섭소 끈저적거리는 그대 몸에 내 몸 닿기가 싫소 내 맘이 변하여 자연의 고마움을 외면하고 계절의 바퀴를 돌려 달라는 휴지통에 버려질 기도 드릴까 나는 내가 무섭소 그대 사랑 너무 일방적이라 가까이 가기 두렵소 생각는 척 솔솔바람 한줌 헡어주고 또 제멋대로 날 따라오라 하니, 못이겨 투덜투덜 따라가는 내 마음 하늘에 들킬까봐 나는 내가 두렵소 그대는 짝사랑의 화덕 불로 목숨 다해 날 따라 오라지만, 나는 목숨 다해 도망가려하오 가다가 잡혀 올 줄 알지만 나는 도망가려 하오 내 비록 그대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죄로 엄동설한에 떨며 후회 할지라도 오늘은 도망가려 하오 싫은 걸 날더러 어찌하라고? 코스개관: 용봉초-용봉산 휴양림 매표소-미륵암-투석봉-용봉산-노적봉-악귀..

더위를 벗삼아 아차-용마산 가기 (7/1)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 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고려정-아차산-용마산-깔딱고개-사가정역 (올 여름 중 가장 더웠던 날, 둘) 오늘은 하늘이 못 온다고 해 둘이 가기로 했..

남산 넘어 공연보러 가기 (6/24)

박병식​ 어이하나 어이하나 여린 내 마음속에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불덩어리 품었네 ​지난 여름 다 가도록 뜨거운 땡볕 속 돌담장에서 초가지붕 위 하늘까지 빨갛게 열정을 불태워도 이루지 못한 사랑 ​애타는 마음속은 누렇게 누렇게 타들어만 가는데 ​그리움에 진저리치며 잠 못 이뤄 속앓이 하는 유난히도 달 닭은 밤 요염떠는 능소화 ​어찌할까나 어찌할까나 용광로 같은 내 마음속에 시뻘겋게 끓어오르는 사랑의 불덩어리를 품었네 장공주가 꼭 보고싶은 공연이 있어 산에 못 온다고... 뭔데요?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무용단 공연이라는데 3시라고. 표 있으면 같이 봐요. 다행히 3층 자리 몇개 남아있다. 하늘에게도 혹시나 연락하니 전화를 안 받는다. 일단 내것만 예매를 했고 저녁 하늘 연락이 와 하늘도 예매를 했다...

소래포구 구경가기 (6/22)

한상남 자정 넘은 시간에 걸려온 전화 술에 취해 그가 한 말은 자귀나무꽃이 피었다는 그뿐 이어지는 말없음표가 천둥처럼 달려와 오래 키운 내 뜰의 상심 한 그루 넘어뜨리고 그 자리에 눈물보다 먼저 분홍빛 따뜻한 꽃물이 번져 나 이제 세월을 믿는 나이가 아니건만 올해도 자귀나무꽃이 피었습니다 살림에 진심인 옥경이와 명희. 새우를 사다 직접 담근단다. 6월에 사니 육젓? 날보고 약속 없으면 같이 가자고 한다. 점심 사 준다고.... 노느니 소래포구 안 가본지도 오래되 개봉역에서 만나 옥경이 차로 이동. 네비를 안 켜고 가는 옥경이, 불안했는데 무사히 찾아갔고 주차도 잘 했다. 새우가 여기저기 뛰어놀고 사면 즉석에서 소금으로 절여 준다. 명희는 자기거에 남의것까지 주문해 한 바가지다. 옥경이는 올해는 안 담그나..

유명산 우중산행 (6/21)

김수우 표시나지 않게 웃는다 복숭뼈에 튀는 빗방울 우산을 접었다 꽃이 두근거린다 아니 두근대는 건 꽃을 안은 가슴, 우산을 폈다 문방구에 들러 두꺼운 노트를 산다 일기를 새로 쓸 거야 우산을 접었다 잎차 향기가 들새의 눈물처럼 흔들린다 우산을 폈다 수화기를 들고 물안개 목소리로 안부를 전한다 깨어진 유리컵 우산을 접었다 맹꽁이 울음이 심심한데 빈 의자 같은 얼굴 하나 우산을 폈다 철조망 감아오른 호박줄기 그 손짓에 속살대는 개망초 우산을 접었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미워한다 뱀딸기 같은 몽상의 파편 우산을 폈다 코끝이 시리다 오늘부터 장마래지 뭉게구름처럼 사치스러울 수 있을 거야 타박거리며 현관문에 키를 꽂다가 어머나 택시 안에 우산을 두고 내렸어 코스개관: 유명산 휴양림-능선길-정상-계곡길 (마당소-용..

당나귀와 영월 태화산 넘어 고씨동굴 가기 (6/18)

천수호 여덟 살 때 나리꽃 화신을 본 적 있다 바위 뒤에 숨어서 긴 머리카락으로 맨몸을 가리고 있던 나리꽃 내려다보이는 사거리 바보식당을 가리키며 옷가방을 갖다달라던 암술이 긴 속눈썹 손에 꼭 쥐여 주던 쪽지도 나는 계곡으로 던져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음박질쳤는데 그 쪽지는 급물살 타고 아득히 멀어져갔는데 사십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옷을 달라고 속눈썹 깜빡이는 여자 그 바위 뒤에서 벌거벗은 채 마흔 번의 겨울을 어찌 다 견뎠는지 늙지도, 죽지도 않고 그 붉은 루즈도 닦지 않고 주근깨 몇 개 가만히 붉은 입술에 섬처럼 떠올라 초조한 내가 처음 본 여자의 몸, 나리꽃 화신 코스개관: 흥교-태화산-산성터-고씨동굴 (한여름의 더위를 몸으로 체험하던 날, 여섯) 나의 100대 명산 미답지인 영월 태화산 (..

서울 둘레길 걷기 (도봉산역~북한산우이역, 6/17)

백승훈 초록물 뚝뚝 듣는 숲그늘 따라 지치도록 걷다가 문득 고개 들다 마주친 꽃 한송이 순결한 첫사랑 같은 함박꽃나무 흰꽃 그늘 밑을 지나온 저녁 꽃향기에 그을렸는가 밤 깊도록 내 몸이 향기롭다 코스개관: 도봉산역 2번 출구 창포원-도봉산 입구-도봉옛길-방학동길-왕실묘역길-북한산우이역 (둘, 그늘이 시원했던 날) 오늘은 하늘도 함께 걷는다고 해 둘레길을 잡았다. 헌데 전날 친구들과 안산 둘레길을 걷다 (그것도 본인이 대장으로...) 길을 잘못 들었고 (길을 잘 못 찾는것 같단다) 내려오다 발목 염좌가 되 움직이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고.... 일단 같이 못 오는건 서운하지만 친구들을 데리고 자발적으로 걷는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둘이 가게되어 산에 가면 어떨까 하니 장공주도 힘들다고... 그래서 예정대로 서..

마음을 담은 풍경 (안양-오용길, 6/15)

송순태 잘못 써내려간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선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고쳐쓰는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흘러도는 물길을 보고 있으면 한때 몸부림치며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수평선에서 파도가 쓸어놓은 깨끗한 해안으로 조용조용히 되돌아오는 게 보인다 매일 만보 이상 걷기가 쉽지 않다. 천변은 너무 덥고 그렇다고 매일..

산나리와 양평 청계산 가기 (6/14)

이생진 누가 오겠지 이렇게 앉아 있으면 누가 오겠지 꽃이 오겠지 벌이 오겠지 그리고 또 다른 누가 오겠지 이렇게 앉아 있으면 누가 오겠지 코스개관: 국수역(산촌)-약수터-형제봉-청계산-형제봉-국수역(정자동) (더운 여름날, 둘) 시한부로 양평에서 전원생활 하는 산나리. 용문산은 몇번 올라갔는데 정상은 한번 밖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 사는 동안 그 근처 산에 가고 싶다고 한다. 가면 되지? 우선 청계산을 가기로 했다. 10시 국수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출근 전철을 타고 가다 이촌역에서 환승해 가는데 국수역이 이렇게 멀었나 싶다. 처음 국수역까지 전철 연결되고 몇번 간 기억은 있는데 산행은 작년 당나귀와 벗고개 넘어 청계산 간게 최근인것 같다. 남의편이 역까지 태워다주고 갔다고 일찍 도착한 산나리.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