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4

파리 마지막 날 (4/7~8)

구재기  쓰디쓴 고들빼기가 아직도 산과 들에 절로 남아 자라고 있었던가 아내는 구드러진 비닐주머니를 챙기다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부추기며 연신 고들빼기를 꺼내어 다듬었다 쓴맛이 살아 있어 입맛을 돋군다지만 고단한 장바구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내는 땅의 높고 메마름이 힘에 겹다면서 고들빼기의 곧은 줄기에도 가지가 많이 돋아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수산나는 어제 안 산 한국 공예품이 마음에 걸린다고 방브마켓을 다시 간다고 했고 하늘은 라발레 아울렛을 한번 더 가본다고 한다. 리사는 다리에 신호가 와 오늘은 쉬어야 할것 같다고.아침으로는 미역국과 어제 남은 전으로 아침을 먹고 수산나네와 우리 출발.  전철역에서 반대편 방향에서 전철을 타는데 오늘이 파리 국제 마라..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6 (방브마켓, 블로뉴숲, 4/6)

​    서희​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 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 소풍날? 예외 없었지 몇 천 원 쥐어주고 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 참 많이 허전했던 어린 날의 그 소풍 길 어쩌다 김밥 먹을 때 괜스레 찡한 눈 끝 무럭무럭 나는 크고 어머니는 늘 제자리 어느 하루 주방에서 김밥을 고이 말아 첫 번째, 가장 따스한 한 끼 식사 대접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남은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었고 오늘도 김밥을 싸기 위해 하나는 냄비밥을 하니 누룽지가 생겨 숭늉까지 마시고 김밥 싸고 8:30 출발.  전철을 타고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하니 몽파르나스 센터에서 점심 먹을때의 분위기와 달라 마치 처음 오는듯 하다.여기서 우왕좌왕 하다 무사히 방브마켓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에서 음료수..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5 (따로 또 같이, 4/5)

이상교 작고 귀여운 걸 보기만 하면 우리집 고양이 생각이 난다. '우리 쪼꼬미만큼 예쁘네!' 속으로 말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물으면 웃음이 난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난다. '야, 우리 고양이하고는 비교도 안된다!' 친구가 속상할까 봐 속으로 말한다. 우리 쪼꼬미, 정말 예쁘다  오늘은 리사가 권선배네 집에 가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 왜? 리사네 동생팀 파리 인 하는날 권선배가 지방 출장을 가신다고. 그래서 오늘은 각자 하고 싶은걸 하기로 했는데 하늘은 도서관과 미술관을 간다고 하니 수산나는 미술은 이제 그만 보고 쇼핑을 한다고.아침은 떡국을 먹었고 특별한 계획이 없는 난 하늘 일정에 숟가락만 얹기로 했다.수산나와 오후에 파리 식물원에서 만나기로 해 하늘이..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4 (오베르쉬르우아즈, 유람선 타기, 4/4)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

먼나라 이야기 202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