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2 일기 26

청소년박람회 부스 지키기 (5/26)

물 통(桶) - 김종삼(1921~1984) 희미한 풍금(風琴) 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桶) 길어다 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廣野)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는 물음에 “땅 위에서는 영롱한 날빛을 시켜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이 내용 없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 빈자리는 실용(實用)을 비워내고 환상을 채워 넣으려는 예술가의 자의식이 차지하는 여백이므로 투명하기만 하다. 그가 길어온 물(시)로 영혼의 기갈을 축여온 독자에겐 무위(無爲)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황금같은 연휴 첫날에 부스를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