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엄홍길과 함께 하는 청소년 산악체험 학교 (6/9~10) 나의 가난은 - 천상병(1930~1992)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잔돈 몇 푼이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 산 이외.../2012 일기 2012.06.12
청소년박람회 부스 지키기 (5/26) 물 통(桶) - 김종삼(1921~1984) 희미한 풍금(風琴) 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桶) 길어다 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廣野)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는 물음에 “땅 위에서는 영롱한 날빛을 시켜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이 내용 없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 빈자리는 실용(實用)을 비워내고 환상을 채워 넣으려는 예술가의 자의식이 차지하는 여백이므로 투명하기만 하다. 그가 길어온 물(시)로 영혼의 기갈을 축여온 독자에겐 무위(無爲)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황금같은 연휴 첫날에 부스를 지켜.. 산 이외.../2012 일기 2012.06.01
간송 대신 길상사로... (5/21) 간송미술관 전시 한다고 보러 가자는 하늘. 날짜가 오늘 밖에는 안되 만나러 가는길. 주말에는 인파가 어찌나 많았는지 삼선교까지 줄을 섰다고... 헌데 오늘은 조용하다. 내심 절묘한 시간에 왔다고 좋아했더니 알고보니 사람이 몰리니 아예 문을 닫아 걸고 더 이상 입장을 안시켜 되돌.. 산 이외.../2012 일기 2012.05.23
순한공주 버스데이 파리 (5/2) 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 산 이외.../2012 일기 2012.05.09
새재 자전거길로.... (충주-문경,4/21) 등나무/강수니(1947~) 잘 정돈된 양로원 넓은 정원 한켠 백년도 족히 넘었다는 하늘 덮은 푸른 등나무 몸부림치며 엉켜서 하늘을 밀어 오르고 있다 땅 가까이 밑둥 속은 전부 삭아내려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데 한 뼘 넓이 껍질로 푸른 집 한 채 지키고 있다 목숨이 끝날 때까진 삶의 의미라.. 산 이외.../2012 일기 2012.04.26
산계 패밀리 모임 (3/17)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 성미정 (1967 ~ )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려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뚫린 구멍은 진주가 .. 산 이외.../2012 일기 2012.03.18
산계 패밀리 모임 (분원리, 3/1) ‘두만강 첫 다리를 스치며’ (부분) - 신대철(1945 ~ ) (전략) 물 거슬러 거슬러 오르다 신무수 마른내 그 어디쯤에서 그대와 합수하여 한 줄기로 흐를 수 있다면 아무 풀뿌리에 스며들어 벼랑에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 슬며시 밀어 올릴 수 있다면 꽃잎 흩날린 뒤에도 나는 그대에게서 오고 .. 산 이외.../2012 일기 2012.03.05
버스데이 패키지 산행 (모락산, 2/15) ‘적소(謫所)’ - 신현정(1948∼2009) 나, 세한도(歲寒圖)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 들어가서는 하늘 한복판에다 손 훠이훠이 저어 거기 점 찍혀 있는 갈필(渴筆)의 기러기들 날아가게 하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눈 와서 지붕 낮은 거 더 낮아진 저 먹 같은 집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아,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17
같이 놀기 (안산, 2/4) ‘남산, 11월’ 중-황인숙(1958∼ ) 단풍 든 나무의 겨드랑이에 햇빛이 있다. 왼편, 오른편. 햇빛은 단풍 든 나무의 앞에 있고 뒤에도 있다. 우듬지에 있고 가슴께에 있고 뿌리께에 있다. 단풍 든 나무의 안과 밖, 이파리들, 속이파리, 사이사이, 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 있다. (중략)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06
눈 내리던 날 (1/31) ‘천일염’-윤금초(1941~ ) 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시작부터 하, 우리말 가락 한번 구성지다. 이제 흙이 된, 혹은 바람에 저 우주 속 흩뿌려진 혼령들도 이 .. 산 이외.../2012 일기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