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표 사진-하동 금오산, 진교 봉명산 (2/26) ‘소들은 다 어디로 갔나’-이동재(1965~ ) 저 물오른 무논을 갈아엎고 싱싱한 대지를 뒤엎던 고삐 풀린 소들은 어디로 갔나 해마다 봄이면 겨우내 여물 씹던 외양간을 박차고 나와 하루 종일 쟁기질을 하던 한국의 그 황소들은 다 어디로 갔나 겨우내 이불 속에서 여인네의 젖가슴을 주무르던 두 손으..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3.02
여산표 사진으로 본 구례오산, 하동형제봉 (2/25) ‘그래서 저렇게 글썽인다고’ - 권혁웅(1967~ ) 강물이 오래 흘러왔다고 말할까 흐르면서 제가 아는 빛이란 빛은 다 깨부수어 제 몸에 섞었다고 할까 젖꽃판 사이에 얼굴을 묻고 흘렸던 그의 눈물이 종지(終止)도 휴지(休止)도 없이 이어져 저렇게 복리로 불어났다고 말할까 아니면 어떤 작은 입이 오래..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3.02
지리 조망명소 산행 3 (함양 금대-백운산, 2/27) ‘손’ - 정호승(1950∼ ) 산사에 오르다가 흘러가는 물에 손을 씻는다 물을 가득 움켜쥐고 계곡 아래로 더러운 내 손이 떠내려간다 동자승이 씻다 흘린 상추잎처럼 푸른 피를 흘리며 떠내려간다 나는 내 손을 건지려고 급히 뛰어가다가 그만 소나무 뿌리에 걸려 나동그라진다 떠내려가면서도 기어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3.02
지리 조망명소 산행 2 (하동 금오산,2/26) 덕 유 평 전/이 성 부 산에 들어가는 일이 반드시 그 산 정수리 밟고자함은 아니라고 생각한 지 오래다 산꼭대기에 올라가거나 말거나 중턱 마당바위에 드러누워 잠들거나 몸 뒤채기거나 계곡에 웃통 벗어놓고 발 담그거나 햇볕 쬐이거나 아무튼 이런 일들이 모두 그 산을 가득히 내 맘속에 품고 들어..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3.02
지리산 조망명소 산행 1 (구례오산, 하동 형제봉 활공장, 2/25) ‘최첨단’ - 문인수(1945∼ ) 그래, 그것은 어느 순간 죽은 자의 몫이겠다. 그 누구도, 하느님도 따로 한 봉지 챙겨 온전히 갖지 못한 하루가 갔다. 꽃이 피거나 말거나, 시들거나 말거나 또 하루가 갔다. 한 삽 한 삽 퍼 던져 이제 막 무덤을 다 지은 흙처럼 새 길게 날아가 찍은 겨자씨만 한 소실점, 서쪽..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8
여산 사진으로 본 고흥 팔영산 (2/17) ‘햇살의 經文’ - 이정록(1964~ ) 날고 싶은 것들이 죽어 흙이 되면 기왓장으로 태어난다 절 마당 가득한 저 기왓장들은 곧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새를 꿈꾸던 영혼의 깃털마다 가족 이름과 골목길 복잡한 주소들이 적혀 있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갈비뼈 뒤편에 업장을 서려 물고 있는 것이다 날고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8
여산 사진으로 본 장흥 천관산 (2/16) ‘금화터널을 지나며’-강형철(1955~ )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고싶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8
산딸나무 삼각산 점찍기 (2/22) ‘선인장의 편지 2-가시’ - 홍은택(1958~ ) 둥글게 살아야 해! 힘줄을 팽팽하게 안으로 당긴다 질긴 생각 몇 가닥 목숨껏 움키다 놓치다 반작용의 탄력으로 튀어나간다 진초록 갑옷을 화살촉으로 뚫고나가다 부러진 생각, 생각들 부러진 단층 틈으로 쓸개즙이 돋는다 붉은 사막의 암벽 그늘 아래로 당신..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4
고산회 월례산행 (운길산 점찍기, 2/21) ‘교외’ - 노향림 (1942~ ) 언덕에 오르면 몇 량의 낡은 시간들을 떼어놓고 달아나는 화물차가 보였네 풀섶 끝 사르비어 꽃들이 시뻘건 피를 억억 토해내고 저 아래 골짜기로만 주택들은 한 무더기 니켈 주화(鑄貨)로 쏟아지고 어디선가 창백한 햇볕 하나가 걸려서 제 뼈가 마르는 소리를 듣네 김광균의..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4
남도에서 (2/15~17) 흰 눈은 높은 산에/이성선 흰 눈은 높은 산에 와서 혼자 오래 머물다 돌아간다 새와 구름이 언제나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