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에 들다-둘째 날 (8/6) ‘한하(閑夏)’-조정권(1949~ ) 이끼 젖은 석등(石燈) 위로 기어오르는 법당다람쥐들 한가롭고 마당의 꽃 그림자 한가로이 창 앞에서 흔들린다. 모시 발은 앞과 뒤가 모두 공해서 푸른 산빛 맑은 바람 서로 깨친다. 발 드리우는 여름. 아무리 촘촘한 대 발 모시 발이라도 반투명. 나뉜 듯하면서도 안과 밖,..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12
지리에 들다- 그 첫날 (8/4~6) 지리산에서/이성부 날카로운 산봉우리는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사랑하기위해 저혼자 솟아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저 혼자 웃음을 머금는다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어찌 곧추선 칼날을 두려워하랴 이것들이 함께 있으므로 서로 사랑하므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이 익는다 용솟음과..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8
종주대비 마무리 훈련 산행 (도봉산, 7/31) ‘서정(抒情)’-전봉건(1928~88)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말하려면 목이 먼..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2
암벽연수 둘째날-도봉산 만장봉 (낭만길, 7/28) ‘배’-지셴(紀弦, 1913∼ ) 저 배 바다를 산보하고 나 여기 파도 거친 육지를 항해한다. 내 파이프 자욱이 연기를 뿜으면 나직한 뱃고동, 바리톤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나의 적재 단위는 ‘인생’이란 중량. 뱃고동 바리톤 음색, 학창 시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시그널. 파이프 자욱한 연기,..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1
기초 암벽연수를 받고 (7/27~28) '나침반’-조정인(1953~ ) 운다 ...... 달래도 듣지 않는다 그곳 문간이 망연하다 저 파들대는 짐승, 목에 맑은 울음이 고여 대책 없음, 전망 부재. 달랠 길 없는 막무가내 슬픔 읽힌다고요. 온 길, 갈 길 사방 빙 둘러 다 막아놓고 어느 문간 출구 망연히 가리키라 하느냐고요. 신이 방향 잡아주던 종교나 신..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1
나무천사표 삼각산 (7/25) ‘플라타너스’ 중-김현승(1913~1975)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음전한 청산 왈칵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1
비 개인 삼각산-조망이 아주 그냥 죽여주다.. (7/25) '그날, 극락강’-이승철(1958~ ) 오뉴월 흰 나비 떼처럼 낭창낭창한 햇살이 무등산 자락마다 온종일 머물고 있었다. 초록 벌판에 쉼표 없는 그날의 아우성들이 그대 떠난 발자국 뒤에 숨쉬고 있었다. 내 목숨의 모래톱 위로 누가 손짓하는가. 아직 우리가 가야할 초록 들길은 아득한데 이맘때쯤 그 입술..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8.01
나무천사표 사명산, 오공주 (7/24) '깨끗한 슬픔’-유재영(1948~) 눈물도 아름다우면 눈물꽃이 되는가 깨끗한 슬픔 되어 다할 수만 있다면 오오랜 그대 별자리 가랑비로 젖고 싶다 새가 울고 바람 불고 꽃이 지는 일까지 그대 모습 다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가 깨끗한 슬픔 하나로 그대 긴 손 잡고 싶다 눈물, 슬픔도 얼마나 아름답고 깨끗..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7.30
맑은날 사명산 다시 가기 (7/24)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달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春川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7.30
당나귀와 양평 청계산 가기 (7/19) ‘다시 남자를 위하여’ 중 -문정희(1947~)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몸을 던져 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알파 걸, 골드 미스, 강한.. 산행기/2009년 산행기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