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늪보다 대암산? (도솔지맥, 8/16) 살 - 김명인(1946~ ) 걸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허리 꺾일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구름처럼 가벼워 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 졌다, 그 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삐꺼덕거리던 관절마다 새 .. 산행기/2015산행 2015.08.19
암릉과 계곡이 환상이어라... (둔덕산, 7/19) 1 -신달자(1943~ ) 무쇠같은 분노를 삭이려면 돌덩이 같은 한을 삭이려면 그 곳에 들어가 보세요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이 없는 바닥도 벽도 없이 확 트인 최초의 자연에 정신을 열어 보고 싶다면 백지에 스르르 스며들어서 온 몸이 백지가 되는 황홀을 맛보고 싶다면 세상의 먼지를 깨끗하.. 산행기/2015산행 2015.07.22
계곡도 좋고 암름도 멋지고 산행은 짧아 더 좋은걸? (7/6) 달 - 서영처(1964~ ) 저렇게 외로운 높이에 걸린 등을 본 적 있소? 부재중인 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떤 밤눈 어두운 사람이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렸더랍니다. 나설 때는 겁이 났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환한 가로등이 켜져 있어 걱정이 없었더랍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사잇.. 산행기/2015산행 2015.07.09
진짜 여름이? (도솔지맥, 추곡터널-사명산-웅진리, 6/7)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 이규리(1955~ ) 새벽 서너 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 산행기/2015산행 2015.06.08
도솔지맥에서 땡땡이를? (양구터널-마버덩길&도솔봉, 5/17) 조용한 숲속에… 프랑시스 잠(1868~1938) 조용한 숲속에, 흘러가는 시냇물을 가르는 검(劍) 같은 나뭇잎들 위에 평화가 있다. 시냇물은 꿈속에서인 양, 이끼들의 금빛 끝에 내려앉는 해말간 하늘의 푸름을 반사하고. 검은 참나무 밑에 나는 앉았다. 그리고 생각을 버렸다. 지빠귀 새가 나무 .. 산행기/2015산행 2015.05.18
철쭉을 기대했건만.. (정령치-바래봉, 5/3) 시간의 눈 -파울 첼란(1920~70) 이건 시간의 눈 일곱 빛일까 눈썹 아래서 곁눈질을 한다 그 눈꺼풀은 불로 씻기고 그 눈물은 김이다. 눈먼 별이 날아와 닿아 뜨거운 속눈썹에서 녹으니 세상이 따뜻해지리 죽은 이들이 봉오리 틔우고 꽃 피우리. 시간은 지속하는 것의 분할이다. 삶이 지속하.. 산행기/2015산행 2015.05.04
도솔지맥에서 진달래를 원없이 보다 (배후령~우두산, 4/12) 지금은 비가 -조은(1960~ )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진정성 없는 관계들 탓에 마음이 권태라는 진흙탕 속에 뒹군다. “나는 .. 산행기/2015산행 2015.04.19
봄비와 함께 한 도솔지맥 (광치령-양구터널, 4/5) 성(聖) 쓰레기 - 윤효(1956~ )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높다란 굴뚝을 유유히 빠져 나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날아오르는 하얀 영혼을 본다. 어둠이 내리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떠오르는 그 별들을 또한.. 산행기/2015산행 2015.04.09
모락산 가기 (3/22) 어젠 결혼식 가고 오늘 경란씨와 물통도 전해둘 겸 모락-백운을 염두에 두었으나 경란씨 컨디션이 안좋다고 해 모락산 길게 돌아 계원대 후문의 보리밥을 먹고 정문 근처의 찻집에서 차 마시기... 덕유산 맴버 넷이 만나는게 참 힘들다 싶다. 그래도 봐야지? 산행기/2015산행 2015.03.22
도솔지맥에서 시산제 지내기 (3/15) 당나귀 귀다 - 정해송(1945~ ) 사랑은 가슴에서 멀고 증오는 혀에서 가깝구나 입에 재갈 물려 두니 두드러기 일어난다 조각달 시린 대숲에서 구멍 뚫어 저 불까나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상대의 착하고 순한 약점 앞에서만 미덕이라 부를 수 있지요... 산행기/2015산행 201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