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4년 산행기 59

철사모와 우이령 걷기 (1/27)

박선희 내가 가령 '보고싶어'라고 발음한다면, 그 소리 하나가 너에게로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촘촘히 꿰고 갈까 팽팽한 허공의 긴장 한 자락을 맨 먼저 꿸 거야 그리고 온몸에 푸른 물이 든 불룩해진 욕망을 꿰고 뒤엉킨 고요가 뱉어놓은 아뜩한 통증과 수취인 불명의 길 끊긴 숨은 풍경과 욱신거리는 길의 허기진 맨발까지 알알이 꿴 '보고싶어'라는 소리 너에게 닿는 순간 치렁치렁한 목마름의 목걸이가 되어버린 '보고싶어' 코스개관: 교현리 오봉입구-석굴암-우이령-우이동 (걷기 좋을만큼 쌀쌀한 겨울날, 철사모 6명) 1월 회장님댁 신년모임에서 석굴암 가고 싶다는 리사의 희망사항이 접수 되 우이령 예약을 여산이 했다. 11시 구파발역에서 만났는데 하늘은 감기가 심해 결석한다고 리사한테 연락이 왔다고. 아쉬운 ..

제일 추웠던 날 북한산 둘레길 가기 (우이역-화계사, 1/23)

최동호 겨울강은 모든 것을 튕겨버린다고 서운케 일기장에 썼던 것은 잘못이다. 겨울강이 얼어붙은 것은 제 몸속에 품고있는 피라미 새끼와 물풀과 작은 돌멩이들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감싸기 위해서다. 수많은 봄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강가에서 튕겨져 나오는 돌만 바라보던 젊은 날에는 쾅쾅 얼어붙은 겨울강의 살 속을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숨소리 나 정말 알지 못했다. 코스개관: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북한산 둘레길 1코스-솔밭공원-근현대사 기념관-화계사 (올 겨울 제일 추운 날, 셋) 화욜은 명화와 걷기 하기로 한 요일이고 수욜은 산나리와 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수욜 산계 모임이 있어 산나리에게 화욜 걷기에 같이 걷자고 했다. 우리 셋은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문제는 날씨. 제일 추운날인데 새내기 명..

검단산~용마산 종주 (1/21)

오규원 눈송이들이 조심조심 가지에 앉아 쉬다가 몸을 바꾸어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떠나갈 때는 앉았던 자리 모두 깨끗이 치워 물걸레질한 흔적이 한나절 더 남아 있다 코스개관: 하남검단산역-안창모루 출발점-애니메이션고 갈림길-검단산-고추봉-용마산-은고개 (눈발 날리던 날, 당나귀 6명) 오늘 7:50 범계역에서 만나 출발하는데 작가님은 시간이 남는다고 인덕원에서 범계로 왔다 다시 타고가는 해프닝. 인덕원에서 신천씨까지 타고 무사히 앉아서 이수, 군자에서 환승해 늦지 않게 하남검단산역에서 회장님과 조우. 평소에 늦게 일어나는 총무님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편의점에 커피 사러 가려니 이왕이면 제대로 된 커피를 먹어야 한다는 회장님. 그래서 산행 출발 전 카페부터 들려 커피를 마시는데 건데기는 없냐고. 그래서 내..

수리산 또 가기 (슬기봉, 수암봉, 1/20)

김민정 우리 서로 어깨와 어깨를 기대요 딱딱은 안 돼요 톡톡만 괜찮아요 그러니까 왜 이리 조심이냐고요? 깨지니까! 코스개관: 수리산역-도장초-무성봉-슬기봉-꼬깔봉-부대옆봉-수암봉-병목안 시민공원 (눈발 날리던 날, 셋) 지난주 관모봉과 태을봉을 찍었다. 이번주에도 수리산을 가자고 해 이왕이면 안 간 봉우리를 찍기로 해서 어디서 출발할까 고민하다 전철역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수리산역에서 만났다. 철쪽동산 피해 도장초 등산로를 놓쳐 넘의 아파트에서 헤매다 백해 시작부터 알바. 산길은 눈은 거의 없고 질퍽한 길이 이어진다. 기억보다 무성봉은 멀었고 여기도 정상인지라 몇번 오르내리다 겨우 도착. 인증샷 하고 잠시 쉬는데 지난주 태을봉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커플이 오늘 또 봤다. 헐..... 임도5거리를 ..

아차산에서 눈을 만나다 (1/17)

이순희 눈이 내리는 밤이면 어둠도 날아가고 잠복했던 군불 같은 온정이 새삼 일어섭니다 눈보다 흰 옥양목 이불깃으로 노출되지 않게 고단함을 덮으시고 소나무 등걸 같은 손바닥으로 닳은 걸레조각 짜듯 가난의 물기를 인내로 말리셨습니다 이토록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퍼도 마르지 않는 연탄불 위에 데운 뜨끈한 청국장 국물 같은 따뜻함이 내 마음 밑뿌리에 자라서입니다 오늘 같은 눈 오는 밤이면 두 팔 펴서 실눈 뜨시고 꿰매시던 구멍 난 양말에서 유년의 단내가 납니다 옹망졸망 자식들 끼니 붙이려 콩나물 바구니 들고 걸으시던 그 때 어머니 흰 고무신 속 얼은 발보다 더 마음이 시려 옵니다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해맞이 광장-아차산 정상-깔딱고개-망우산 우회-망우공원-양원역 (12시경부터 눈이 내리던 날, ..

수리산 맛보기 (1/14)

반칠환 신이 말했다 '나는 천하를 내놓았으나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구나' 인간이 말했다 '나는 우주를 훔쳤으나 숨겨놓을 곳간이 따로 없구나' 코스개관: 명학역 2번 출구-명학바위-관모봉-태을봉-노랑바위 약수-태을초등학교-금정역 (셋, 춥지는 않았는데 바람이 은근치 쌀쌀했고 12시부터 비가 내림) 토욜은 넘버4가 안된다고 해 이번주는 일욜 날을 잡았다. 10시 명학역에서 만났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다. 명학바위로 시작으로 올라가니 성결대보다 경사가 완만해 힘이 덜 든다. 눈도 거의 없다. 넘버4가 그동안 빠지지 않더니 산행 속도가 탄력을 받아 좋아졌다. 이젠 발목도 좋아져 힘이 덜 든다고..... 관모봉 올라가는데 바람이 의외로 세게 분다. 카페팀으로 보이는 한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는데 그래도 이 길이..

당나귀 모락산 신년산행 (1/7)

김완성 보리밭에 작은 물결이 일면 울타리 기어오르는 호박 덩굴처럼 사알짝 올라가고 봉숭아꽃 필 무렵엔 해바라기 대궁모양 쭈욱쭉 뻗어가고 햇빛을 가득 담은 석류가 터지던 날 달빛에 메밀꽃 강물 되어 여울질 때 지난 해 입었던 아가 옷만큼 줄어들더니 문풍지가 부엉이 울음을 흉내내고 별들이 유리창에 얼어붙던 밤 몽당연필같이 작아진 빨간 기둥 코스개관: 고천-모락산 국기봉-모락고-계원대-보리밥집-모락산 터널-임영대군 사당-묘-능안골-오메기 마을 (쌀쌀했지만 아직 추워지기 전 화창한 겨울, 다섯) 회장님 해외 나들이로 신년산행이 송년산행으로 바뀌어 마지막 날 진해 웅봉을 다녀왔다. 오늘은 신천씨도 만날 겸 원래 산행일이니 산에 가자 한다. 가까운데 가자 하니 모락산 둘레길을 간다고. 허걱, 이젠 당나귀도 둘레길로..

미녀삼총사 관악산 둘레길 가기 (서울대-석수역, 1/6)

배귀선 날 저무는 뜨락에 앉아 사라진 날들을 그리워 말자 설레이던 영혼의 젊은 날은 열두 달 바람의 끝을 잡고 별이 되었으니 그 별과 만나는 날 한바탕 지난 꿈 이야기하자 일월은 축복 속에 새로운 다짐을 싹 틔우고 눈부신 비상을 꿈꾸며 푸른 문을 연다 새로운 하늘을 연다 우리가 가야 할 길에 폭우와 해일이 밀려와도 허물 벗고 새로이 태어나는 소리 없는 함성이다 뜨거운 새벽이다 코스개관: 관악산역-호압사-석수역 (춥지 않던 날, 셋) 지난주 산행 쉬었고 오늘 셋이 시간 맞춰 만나는 날. 이쪽 바운더리에 살면서도 정작 이쪽 산에 안 와본 넘버4를 위해 지난번에 이어 관악산 둘레길을 가기로 했다. 10시에 만나 일주문 지나 둘레길을 가니 초장엔 사람들이 제법 보이더니 갈수록 사람들이 줄어든다. 나름 추월도 해..

서울 둘레길로 start (도봉산역-우이역, 1/2)

김초혜 새해에는 모든 기쁨 남에게서 구하게 말고 내게서 구하게 하시고 괴로움과 고통 번갈아 귀찮게 해도 몸을 거두고 마음을 이겨 기쁨이 되어 살게 하소서 구석지고 어두워 절망까지 절망한 이에게도 자기 생명 속에 있는 새벽을 알게 하시고 우리들이 인생에 던진 서투른 그물에도 고운 모습만 남게 하소서 코스개관: 도봉산역 2번 출구 창포원-도봉옛길-방학동길-왕실묘역길 바이패스-북한산우이역 (춥지않던 날, 둘) 하와이에서 운동하기로 약속한 명화와 첫 산행을 하기로 한 날. 명화 수준에 맞게 둘레길을 가기로 했고 이왕이면 서울둘레길을 돌아보면 좋을것 같아 도봉산역에서 만났다. 내가 10분 쯤 늦었고 일단 배지 하나 받고 인증샷 하고 새로운 스탬프북 받아 도장 찍고 출발. 배낭과 화장품 교환을 했고 명화는 새 배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