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4년 산행기 59

관악산 자운암 능선으로 하산했으나.. (5/26)

함민복                                    남의 빈 집에 사는 나처럼 처마밑 빈 제비집에 둥지를 튼 딱새 지붕에 앉고 대문에 앉고 빨랫줄에 앉고 날벌레 길벌레 고쳐 물며 두리번 두리번 그러다 다시 숨고 새끼들 철없이 노란 입 벌리고 가슴이 붉은 수놈보다 더 조심떠는 암놈 안쓰러워 집 나서며 사람들 마실 못 오게 대문 닫다 바라보는 먼 하늘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과천향교-정상-자운암 능선-서울대 건설환경연구동 (둘, 시작할 땐 날이 좋았는데 3시에 온다던 비가 일찍 내려 막판 비를 맞다)  어디를 갈까 하다 관악산 오려면 4호선을 타야 해 경마장 가는 사람들과 겹쳐 전철이 복잡하다.그래서 수락산 가자 하니 장공주가 힘들다고 쉬운데 가자 한다.그래서 관악산 제일 짧은 코스로 가..

북한산 비봉 가기 (5/18)

임영자  공허의 숙면에 든 그림자 날개를 폈다 접는 호랑나비 한 마리 한걸음에 다가선 바람은 모로 층이 나길 시작했다 길로 길을 막아선 말 물러서 후퇴하지 않은 회한 속에서 계절마다 자라나는 장미의 가시 나와 당신이 엇갈린 채 풍경은 열리지 않고 모서리의 빈틈마다 쏟아지는 숱한 질문들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뒤엉킨 세계 매일 네 탓으로 돌렸던 변명, 층층 쌓아둔 불안을 지울 때 스스로 껍질을 벗는 화살나무처럼 손이 바삭거린다 눈빛으로 설계된 허무한 꿈 낙심으로 눅눅해진 길을 깨운다 수천 번 소리를 내질러도 수평을 머금는 자세 할퀴고 간 얼굴 위로 다시 살아나는 눈들 둥글고 미끄러워 맨발로 설 수 없을 때 촉진하다라는 동사를 배웠다 직육면체 고백의 세계를 단숨에 빼든다 코스개관: 경복궁역 3번 출구-버스로..

초파일 절밥 먹으러 가기 (관악산 6봉, 5/15)

김태원 첫 돌을 맞은 아기가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온다네 아기똥 아기똥 곱게 신은 미투리가 한 쌍의 나비 같다네 길가의 나무들이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모두들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네 얼굴도 만져 보고 덥석 안아도 보고 신이 난 아기는 어머니 손을 놓고도 넘어지지 않는다네 이 골목 저 골목 아기의 살내음 물씬 피어오르고 나무들마다 가지가지 축복의 꽃망울 내어달면 온 동네, 꽃사태 나겠네 맨발의 어머니 발걸음 더욱 바빠지겠네 코스개관: 비산동 산림욕장 입구-6봉 국기대- 8봉 국기대-불성사-서울대 수목원- 안양 유원지   초파일인데 비 예보도 있고 절밥을 먹고 싶어 명화에게 연락했는데 오라는 말이 없다.그냥 있자니 아쉬워 점심 무렵 배낭을 매고 캔커피 사고 출발.관양동 전망대 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많..

안산 봉수대 가기 (5/12)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 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 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 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 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 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 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

파주 월롱산 가기 (4/27)

이상교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코스개관: 월롱역-버스이동-월롱시민공원-월롱산 정상-샘터 - 용주서원 - 월롱초등학교 - 못난이꽈배기(14:15~50) - 전의이씨 무인재실과 500년 된 은행나무 - 덕은리지석묘 - 69번 버스 탑승(15:58) - 월롱역 하차 - 월롱역 출발(16:15) 작년부터 월롱산 이야기를 여산에게 들었다.올해 또 탁동 채팅방에 올렸는데 다음주면 철쭉이 피크일거란다.혹시나 해 시간 되면 안내 해 달라고 하니 토욜 시간 된다고 한다.처음엔 아무도 손을 안 들어 철사모에 올리니 수산나 부부가 참석 한다고 했다. 뒤늦게 정숙샘도 손을 들어 최종 5명이 11시..

단양 도락산을 가다 (5/19)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은 빈 것도 같게 조금은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코스개관: 도락산 주차장-상선암-제봉-형봉-신선봉-삼거리-도락산-삼거리-채운봉-검봉-주차장 (화창하고 더웠던 날, 당나귀 6명)  당나귀 5월 첫주 산행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쉬었고 한 달 만에 가는 ..

선 산행 후 갤러리 (4/24)

이원식 4월이 떠나갑니다 입술 깨문 벚나무 눈물 배인 꽃잎을 하나 둘 떼어냅니다 해마다 그러했듯이 하얀 시(詩)를 남길 겁니다  산나리가 친정살이를 일단 마치고 양평으로 컴백했다.이번주 양평 산으로 갈까 하니 산에 가는날 미술 배우는 사부 전시회가 평창동에 있다고 산행 후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한다.마음 같아서는 정릉에서 칼바위 넘어 평창동으로 하산했으면 싶지만 산나리가 무리를 하면 안될것 같아 욕심 내려놓고 정릉에서 대성문쪽으로 올라가다 일선사 갈림길에서 평창동으로 내려가기로 했다.아침 비가 많이 내렸는데 만날 시간 즈음에는 비가 소강상태이고 하늘이 깨끗하기만 하다.정릉천 걸어 청수장에서 계곡을 건너 대성문 방향으로 올라가면 영취사가 보인다.영취사 마당에서 간식..

암릉미가 멋진 문경 천주산-공덕산을 가다 (4/21)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코스개관: 천주사-천주봉-공덕산-묘봉-묘적사-윤필암-대승사 (차량 이동) 비가 올듯 말듯한 쌀쌀한 날씨, 당나귀 6명 3월 초 당나귀 산행 후 1달 여 만에 참석하는 당나귀 산행. 문경에 처음 듣는 산인데 산행 거리가 7키로가 채 안된다. 나 힘들까봐 봐 준건가? 아침 총무님 차로 농수산 시장에서 회장님 차 2대로 연령대별로 나누어 타고 나는 취침모드로 가다 괴산 휴게소에서 오늘은 회장님만 아침을 드셨고 우리들은 커피를 2개 사서 1회용 컵에 나누어 ..

눈 밟으며 수락산 가기 (3/5)

유창섭 봄으로 가는 날은 가까우나 거저 오는 게 아니야 봄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 꽃샘 눈보라가 밀려오고 꽃샘 추위가 부풀어 오른 꽃눈 얼어터지게 하면서 소란스럽게, 하고 싶은 말 모두 토해 내라며 쌓아 두었던 미움 모두 내놓으라며 올 것은 모두 데리고, 보이지 않던 소리들 더불어, 가장 낮은 곳으로 온다 땅 바닥에 바짝 엎드린 쑥과 냉이 가장 먼저 몸을 털고 일어서서 발 밑에 욕심 내려놓으면 눈이 와도 꽃은 필거야 코스개관: 수락산역 1번 출구-계곡-장암역 갈림길-매월정-깔딱고개-정상-장군봉-도솔봉 갈림길-벽운동 계곡-수락산역 오늘은 명화가 못 온다고 했고 나도 한동안 산행을 못하니 산을 가고 싶어 수락산을 가기로 했다. 눈이 남아 있을것 같아 아이젠 챙기라고 했고 산나리와 둘이 수락산역에서 만났는..

수리산 너구리산 찾아가기 (3/3)

공석진 아침부터 흐린 날 마음이 꿀꿀할 때는 삼삼오오 모여 허한 눈물 억지로 참아 꾸역꾸역 배 채우는 세 겹의 살을 먹자 등등한 기세 불에 데어 풀이 죽은 대파는 의기소침한 나와 같고 독기를 품었던 마늘은 흔적없이 사라져 물렁해진 너와 같다 삼월 삼일 종일 비만 내려 준다면 아마도 금상첨화 도도한 마음은 잠시 더할 나위 없이 삼삼한 기분으로 피로에 지쳐 하루가 휘청거릴 때 영혼을 잠시 맡겨 반가운 악수처럼 구석진 자리에서 소박한 파티를 즐기자 코스개관: 병목안-수암봉-부대옆봉-꼬깔봉-너구리산-성태산-안산대-상록수역 (바람불던 날, 기온은 산행하기 좋은 날, 당나귀 6명) 2월 3주는 사정상 빠지고 4주에 하기로 정했으나 현직인 두사람은 바쁘고 총무님이 서두르지 않아 한달 만에 산에 가는 날. 오늘은 수리..